물이 떨어진다.
말도 소리도 없이
그 누구도 정하지 않았던
순간에서 침묵하여 떨어진다.
물이 떨어지고 물이 된다.
넓고 가벼운 파동을 만들고
물속에 물이 되어 물과 교감한다.
물은 물을 거부하지 않고
순수하게 물을 받아드린다.
받아드린 물만 수 억개로
그 속을 채워간다.
물 하나가 다시 물과 만나려 떨어질 날이 온다.
물은 그 순간에도 물을 거부하지 않는다.
다시금 물이 물이 되고
또 속을 채워오를 때
물은 비로소 물이 된다.
다른 물은 기색도 없이 물이 되고
물은 또 소리도 없이 물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