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보 길이 운동장엔 유해가 있다고들,

철골만 남아 앙상히 무너져내려간 그 운동장엔

유해, 온전한 유해 하나와

그 손에 들린 두개골 하나 있다고들 했었다


쇠락한 종들의 단상

운동장, 무대와 오열의 경주로

근천년은 쓰이지 않은 듯 먼지가 눈길처럼 쌓여

마지막 발걸음조차 얕게 흐리는 그 운동장 

위에 뉘여진 유해는

빈 안와로, 무슨 일이 있어ㅡ,

그리 오래도록 별뿐인 하늘을 보아야만 했던걸까


혹시 그는,


싸울 적병마저 남지 않아

칼 대신 어느 이의 머리를 들고

온 힘을 들여 그 길었던 문명의 광장을 걸은 끝에

간신히 기척 없는 운동장에 멈추었고ㅡ

몇 날 밤을 흐린 정신으로 새우다 

고통으로, 외로움으로 별안간 떨다

유해가 되진 않았을까


이처럼 문듯 들어 내리 오는 천년의 전설

그 고독한 유해가 먼지와 함께되어 나부끼는 날엔


이백보 운동장 중앙에

너의 온 몸과 내 머리가 아무 말 없이

그곳을 지키어 또 새로운 천년간 별을 볼 것만 같아

빈 머리엔 초상만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