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없는 길을 걸을 때 

그곳에는 내가 있었다 

모두가 걸었던 길에서 난 

반대로 꺾어 그대 없는 길을 걸었고 

그대 없는 길에 발을 디딜 때 

그곳에는 내 발걸음이 있었다 

모두가 딛었던 길에서 난 

물러서서 그대 없는 발걸음을 내디뎠고 

결국 그 길 끝에는 내가 있을 것을 알고 

그대 없는 길을 걷는다 


그대 있는 길을 걸을 때 

그곳에는 그대가 있었다 

아무도 걷지 않았던 길에서 난 

그대로 행해 그대 있는 길을 걸었고 

그대 있는 길에 발을 디딜 때 

그곳에는 그대의 발걸음이 있었다 

아무도 딛지 않았던 길에서 난 

박차고 나서 그댈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고 

결국 그 길 끝에는 그대가 있을 것을 알고 

그대 있는 길을 걷는다 


그대 없을 길을 걸을 때 

그곳에는 한치의 미련도 없었다 

그대가 만일 나타난다고 해도 난 

그대를 밀치고 그대 없을 길을 걸을 것이고 

그렇게 마주한 끝에는, 그곳에는 

아무도 형용하지 못한 희망이 나를 마주할 것이다 

버티지 못하고 찬주한 이들의 영혼보다 

더욱 강렬한 감정이 있을 것을 알고 

관철의 길이 이 길인 줄 알고 

그대 없을 길을 걷는다 


그대 있을 길을 걸을 때 

그곳에는 끓어오르는 순애가 있었다 

그대가 만일 나타나지 않는다 해도 난 

그대를 품 속에 되뇌며 그대 있을 길을 걸을 것이고 

그렇게 마주한 끝에는, 그곳에는 

아무도 끌어안지 못한 그대가 나를 마주할 것이다 

꿈꾸지 못하고 안주한 이들의 영혼보다 

더욱 부드러운 그대가 있을 것을 알고 

만족의 길이 이 길인 줄 알고 

그대 있을 길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