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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랭이라 이름 붙여진 겨우날에
온 몸뚱이를 흔들으며,
따가닥 따가닥... 애꾸눈을 쥐고
성숙한 모터 통 속에서 너울대는 타일방에.

미적지근한 짜가 유리컵 위에
시계를 툭 하고 풀어헤쳐둔다.
기백 원선에서도 쉬이
거래되지 아니할 만한 그러나
사람이 빚은 햇빛에서야 열광을 내게 보여 준다.

달그닥 소리를 끝으로 냉장고는 잠시간 숨을 거둔다.
숨소리마저 목을 콱 쥐어서,
더는 삐져나올 말도 없는 듯이
옆방에서부터 가벽을 타고 돌벽을 타고 타일벽을 타고
수많은 것들을 타고 어린애의 귀에 들리우는 세벌식 타자기 소리.

다른 컵에 놓여 있던
전기 면도기를 잽싸게 낚아챈다. 아무도 볼 만한 사람도 들을 만한 사람도 박수를 쳐줄 만한 사람도 그 누구도 곁에 없다지만

딸깍발과 함께 전원이 켜지자마자 전기 면도기는
맹렬하게
살갗에 난 흉터를 이리저리 핥으려고만 애를 쓰나?
실핏줄이 세놓은 방에서 청소를 시작한다.
마침 수도관을 타고 물줄기는 흐른다, 나의 머리 윗편을 금세 지나가 바깥양반에게 닿겠네.

껄끔한 사람이고 싶어서 집어든 시간에는
차마 면면이 더럽혀지기를 바란다고 아우성치네.
온 몸뚱이를 흔들으며
생의 자취라 명명한 흔적을
흉으로 보고 빨강이 선명한 나의 팔뚝과 함께 싹싸그리
베어버리려고 작정을 했나 보구나!

미적지근한 유리 컵에 가엾이 몸을 뉘였던 값싼 시계는
도로 인간의 품으로 손목으로 돌아와 제 기능을 다하려고
재깍재깍 열심히 달린다
면도기도 수도관도 전기 콘센트도
물이 흥건히 묻어 파지직거리는 날에도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 보자.
꽤나 잘생긴 얼굴이라 하지 않을까
전기 면도기는 다시 잡념에 밀려
벽장 속으로 처박혀 몇 주간을 또 고심하며 살아라.

연하게 아직 물 흐리는 궤적은 벽면에 그려진 채로,
따가닥 따가닥... 애꾸눈을 쥐고
다시금 문지방을 도약판으로 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