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멋대로 하는 삼국지 모음집


유비(161~223)

자는 현덕, 탁군 탁현 출신.

능력도, 속도 알 수 없는 인물. 그를 휘하에 둔 모든 이가 그를 다루기 쉽다고 착각했으나, 그의 야망은 그 누구도 품을 수 없었다.

어찌보면 삼국지에서 가장 무서운 인물.

----------

3화, 도원결의


방문을 보고 탄식하던 유비의 뒤에서 어떤 사람이 소리쳤다.


"대장부가 나라를 위해 힘쓸 생각은 안 하고 뭔 이유로 긴 한숨이냐?"


유비가 돌아보닌 그 사람은 키가 8척(184.8cm)에다 표범 머리에 눈이 둥글고 크며, 제비턱에 호랑이 수염을 하고 있었다. 목소리가 우레 같았으며, 그 기세가 질주하는 말과 같았다. 외모가 예사롭지 않은 것을 보고 호걸 좋아하는 유비가 성명을 물었다.


"내는 성이 장(張)이고 이름이 비(飛)인디 자가 익덕(益德. 翼德은 모종강본의 창작이다.)이다. 대대로 탁군에서 살고 있는디 술도 팔고 돼지도 잡지만 내 뜻을 펼칠 날을 기다리고 있어. 방금 당신이 방문을 읽으면서 탄식하는 것을 보고 물어봤제." 


유비가 말했다.


"저는 본래 한나라 황실의 종친으로 성이 유고 이름이 비라 하오. 황건이 반란을 일으켰다는 소식을 들은 후 적들을 쳐부수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고자 하는 뜻은 있지만 힘이 미치지 못함이 한스러워 길게 탄식한 것 뿐이외다."


장비가 말했다.


"나한테 재산이 좀 있거든? 향병(鄕兵)을 모집해서 너랑 큰일을 해보면 어때?"*


유비는 매우 기뻐하며 즉시 장비와 함께 주점에 들어가 술을 마셨다. 한창 술을 마시고 있는데 기골이 장대한 사내가 주점에 들어와 앉아서는 바로 주보(酒保, 심부름꾼)를 불렀다.


"어서 술을 따르거라. 성으로 가서 군사 모집에 참여해야 한다."


유비가 돌아보니 키는 9척(207.9cm)이요, 수염 길이는 2척(46.2cm)이고, 얼굴은 잘 익은 대추 같이 짙은 자색이고, 입술은 연지를 바른 듯 붉었으며, 눈은 붉은 봉황의 눈과 흡사하고, 잠자는 누에처럼 길고 굵은 눈썹을 가진 당당한 용모의 위엄있는 모습이었다. 유비가 그를 청하여 함께 앉고서는 이름을 물었다.


"나는 성이 관(關)이고 이름이 우(羽)요. 자가 본래는 장생(長生)이었는데, 나중에 운장(雲長)이라고 고쳤고 하동군 해현(현 산서성 원청시) 사람이요. 여기서 황건적을 처부수기 위해 군사를 모집한다길래 특별히 응모하러 왔소." **


유비가 마침내 자신의 뜻을 밝히자 관우는 크게 기뻐했다. 세 사람은 함께 장비의 장원으로 가서 대사를 의논했다. 장비가 말했다.


"내 장원 뒤쪽에 복숭아나무 동산이 있는데 지금 꽃이 한창 피었거든? 내일 동산에서 하늘과 땅에 제사를 지내고, 우리 세 사람이 의형제를 맺어 한 마음 한 뜻으로 힘을 합친 다음에야 대사를 도모할 수 있을 거야."


유비와 관우가 한목소리로 화답했다.


"그렇게 하면 참으로 좋겠소."


이튿날 도원에서 검은 소, 흰 말과 제사 물품들을 준비한 후 세 사람은 향을 사르고 두 번 절하며 맹세했다.


"유비, 관우, 장비는 비록 성은 다르나 형제가 되었으니,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합쳐 곤궁하고 위급한 처지에 빠진 사람들을 구제하고 도와주며, 위로는 나라에 보답하고 아래로는 백성을 편안하게 하리라.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에 태어나지는 않았으나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에 함께 죽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황천(皇天, 하늘의 신)과 후토(后土, 땅의 신)께서는 진실로 이 마음을 굽어살피소서. 의리를 져버리고 은혜를 잊는다면 하늘과 사람이 함께 죽여주소서!"


맹세를 마친 후 가장 어린 장비가 막내가 되었으며 최연장자인 관우가 유비의 인품에 탄복해 스스로 형님으로 모시며 유비가 맏형, 관우는 둘째가 되었다. 하늘과 땅의 제사가 끝나자 다시 소를 잡고 술자리를 마련해 마을의 용사들을 모으니 유비의 오랜 친구 간옹(簡雍)을 비롯해 300여 명의 용사들이 모였고 함께 도원에서 마음껏 마시고 취했다. ***


이튿날 병장기는 그런대로 꾸렸으나 탈 수 있는 말이 없는 것이 원망스러웠다. 한참 걱정하며 생각하고 있는데 누가 두 길손이 하인들을 거느리고 한 떼의 말들을 몰아 장원으로 오고 있다고 알렸다. 현덕이 말했다.


"이것은 하늘이 우리를 돕는 것일세!"


세 사람이 장원을 나가 그들을 맞이했다. 원래 두 길손은 중산(춘추전국시대에 존재한 국가. 현 허베이성 딩저우시가 중심지였다.)의 큰 상인으로 한 사람은 장세평(張世平)이고 다른 한 사람은 소쌍(蘇雙)이라 했다. 원래 탁현을 중심으로 말을 팔러 돌아다니는데, 이번에는 황건의 난으로 그냥 돌아오는 길이었다. 유비가 두 사람을 장원으로 청하여 술자리를 마련해 관대하게 대접하며 황건적을 토벌하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고자 하는 뜻을 간절히 호소했다. 평소 대의를 가지고 있던 유비를 유심히 지켜보던 장세평은


"언젠가 천자(天子)가 되었을 때 갚으시오." ****


라며 좋은 말 50필과 금 500냥, 단련한 쇠 1000근을 내주며 병장기 비용으로 사용하기를 청했다. 유비는 두 상인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바로 솜씨 좋은 대장장이를 시켜 쌍고검(雙股劍)을 만들게 했다. 관우는 청룡언월도(靑龍偃月刀)를 만들어 이름을 '냉염거(冷豔鋸)'라 붙였는데, 무게가 82근(약 18kg)이었다. 장비는 장팔사모(丈八蛇矛)를 만들었다. 각자 전신을 가리는 갑옷을 마련하고 향병 500여 명을 모아 함께 유주로 가서 교위 추정을 만났다. 추정은 그들을 자사 유우에게 안내했다. 세 사람은 예의를 갖추어 인사를 마치고 각자 통성명을 했다. 유비가 집안 일가의 내력을 말하자 유우는 크게 기뻐하며 훨씬 어린 유비를 현덕이라 부르며 존대했다. 유비 역시 같은 종친인 유우를 백안(伯安)이라 존대했다. *****


며칠 후 청주자사 공경(龔景)이 보낸 공문을 접수했는데, 황건적이 임치성을 포위하여 조만간 함락될 처지이니 제발 구원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유우가 현덕과 상의하자 유비가 말했다.


"원컨대 제가 가서 그들을 구하겠습니다."


유우가 추정에게 영을 내려 군사 5000명과 유비, 관우, 장비와 함께 청주로 가게 했다. 도적의 무리는 구원군이 도착한 것을 보고 군사를 나누어 혼전을 벌였다. 유비는 적군의 수가 너무 많아 이길 수 없자 30리(약 12.5km)를 물러나 진을 치게 했다. 유비가 관우와 장비에게 일렀다.


"도적의 수는 많고 우리는 적으니 반드시 기병(적의 예측을 벗어나 기습하는 것)으로 급습해야 승리할 수 있겠다."


이에 군사를 나누어 관우가 1000명의 군사를 이끌고 산 왼쪽에, 장비가 1000명의 군사를 이끌고 산 오른족에 매복하게 하여 징이 울리는 것을 신호로 일제히 튀어나와 호응하기로 했다.

이튿날 유비가 추정과 함께 군사를 이끌며 북을 치고 함성을 지르면서 진군했다. 도적들이 맞서 싸우자 유비는 곧바로 군사를 이끌고 퇴각했다. 도적들이 기세를 몰아 쫓아가는데, 막 산마루를 지날 무렵 유비 군중에서 징이 일제히 울리더니 좌우 양쪽에서 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유비도 군사들을 지휘하며 몸을 되돌려 다시 싸웠다. 세 갈래 길로 협공하자 도적 무리는 궤멸되어 뿔뿔이 흩어져 달아났다. 곧장 임치성 아래까지 추격하자 자사 공경 또한 민병을 이끌고 나와 싸움을 도왔다. 적군은 대패하여 죽은 자가 무수히 많았고 마침내 임치성이 포위를 풀 수 있었다.


공경이 군사들을 위로하고 나자 추정이 돌아가려 했다. 유비가 말했다.


"근래에 듣자 하니 중랑장 노식 선생께서 광종(기주 거록군 광종현)에서 도적의 우두머리 장각과 싸우고 있다 합니다. 저는 일찍이 노식 선생을 스승으로 섬겼으니 이번에 가서 돕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추정은 관군을 이끌고 돌아갔고 유비는 관우, 장비와 함께 원래 관할하던 500명을 인솔하여 광종으로 향했다. 노식의 군중에 도착하여 군막으로 들어가 예를 마치고 방문의 뜻을 밝혔다. 노식은 크게 기뻐하며 군막 앞에 머물면서 지시를 기다리게 했다.

이때 장각이 거느리는 도적의 무리는 15만에 이르렀으나 노식의 군사는 5만에 불과했고 광종에서 서로 겨루었지만 아직 승부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노식이 유비에게 일렀다.


"내가 지금 이곳에서 적을 포위하고 있지만 파재(波才)라는 자가 영천(예주 영천군)에서 황보숭, 주준과 대치하고 있다네. 자네에게 1000명의 관군을 보태줄 테니 데리고 온 인마와 함께 영천으로 가서 소식을 알아보고 정해진 날자에 토벌해서 잡아들이도록 하게나."


유비는 군사를 이끌고 밤새 달려 영천으로 향했다. 이때 황보숭과 주준은 군사를 통솔하여 적과 싸웠지만 중과부적인지라 장사(영천군 장사현)으로 물러났다가 화공을 이용해 적을 물리쳤다. 대패한 파재는 패잔병을 이끌고 달아났다. 이때 별안간 한 떼의 군마가 나타났는데, 온통 붉은 깃발을 휘날리며 정면으로 달려오더니 가는 길을 막아섰다.


이 자는 누구인가?


* 장비의 과거: 사실 그의 과거는 딱히 알려진 게 없다. 고기를 팔았느니, 집에 돈이 있느니 그런 건 반쯤 창작. 당연히 동남 방언을 쓰고 유비에게 반말을 하는 것은 내 창작이다. 유비와 장비는 고향이 같다.


** 관우의 과거: 관우의 과거 역시 알려진 것이 없다. 하지만 하동군 해현 출신이었고 탁군으로 도망친 것은 사실로 보인다.


*** 도원결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과 달리 도원결의는 연의의 창작이다. 그러나 이후 언급이나 당대 인물들의 평가 등으로 보아 그들이 친형제보다 더욱 형제 같았다는 것은 사실이니 의형제를 맺은 건 맞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장비가 가장 어린 것은 맞지만 유비가 가장 나이가 많다는 설도, 관우가 가장 나이가 많다는 설도 존재한다. 물론 후자가 가장 유력하다.


기타, 간옹: 간손미 중 하나인 간옹은 원래 유비와 동향이었고 유비가 처음 거병했을 때 부터 그를 따랐다. 그러나 본격적인 등장은 좀 더 나중...


**** 장세평과 소쌍: 정사에 따르면 이 둘은 일찍이 유비를 눈여겨보고 후원했다고 전해진다. 당연히 천자가 되면 갚으라는 말은 필자의 창작이다.


***** 청룡언월도와 장팔사모, 유우: 청룡언월도와 장팔사모는 모두 연의의 창작이다. 후한 시대에는 베는 창인 언월도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이런저런 기록으로 보아 관우는 찌르는 창인 모(矛)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뱀처럼 구불구불한 창인 장팔사모도 없었다. 그러나 그러면 간지가 안나므로 대부분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유우와 유비의 일화는 필자의 창작이다.

----------

이거 생각보다 재미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