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이야기


저번화


*



[게 아무도 없소?]


'쿵쿵쿵'



그 벼락 맞을 놈의 쿵쿵쿵.


요괴는 열심히도 노크했다.



[이보시오.]



질빠악질빠악-.


물방울이 꽤나 끈끈한 녀석이었나보다.


떨어지는 소리가 끈적질척했다.



[이보시오.]



또다시 무응답.


저 방에는 현재 의원이 자고 있었다.



[으음.]



요괴가 그 말을 끝으로 말을 멈추었다.


수다쟁이가 입을 다물었으니, 필연 밤의 숙연함이 부활할 따름이었다.


안달이 나 창호지에 구멍을 뚫었다.



"아유 답답해."


"네? 거유 답답하다고요?"



무당 여인이 또 헛소리를 했다.



"아녀자가 어찌 그리 몸을 험하게... 아니 저도 이제 아녀자니까 괜찮겠지만.

그래도 가슴이 답답하다고 옷을 벗으시는 건 좋지 않습니다.

혹여 맨살에 찬바람이라도 닿았다가 감기에 드시면 어찌 하시렵니까."



탈의라곤 꿈에도 생각한 적 없다.


볼 그만 붉혀라.



"거유가 아니고 어유.

옷 벗을 생각 없소.

일상생활 가능하시오?"


"일상성 활 기능이오?

활은 쓸 줄 모르는데요."



하긴, 활이 있다면 저 요괴를 잡기 편하겠네요-.


여인이 중얼거렸다.


슬슬 확신이 서기 시작했다.


내 발음이 안 좋은 게 아니라 이 인간 말귀가 어두운 거라고.



"그보다 활이 필요한지 어떤지는 어찌 아시오?"


"살이 피로한지 어떤지요?

피로하기야 하죠. 저는 아직 환자인데."


"궁시가 어쩌고라고 말했잖소. 그대."


"'근시가 어떻고' 라고요?

요새는 서양 애들이 만든 '안경' 이라는 녀석 덕에 눈이 안 좋은 사람도 천리를 볼 수 있다던데.

시력이 안 좋으시면 아는 사람 통해서 한번 구해보시죠."



돌겠군.



"요괴를."


"요괴를?"


"사냥을."


"산양을?"


"사냥을."


"사냥을?"


"활로."


"활로."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잖소. 그대가."


"그랬죠. 사냥이 아니라 '퇴마' 지만."



무당 여인이 수긍했다.


드디어. 


긴 여정이로군.


무당 여인이 일렀다.



"신체가 길쭉하고 끔찍한 액체도 몸에 붙어있고, 방패를 들 팔다리도 없으니 활이 있다면야 좋겠죠.

도사님 활 쏠 줄 아시나요?"



알 리가 없지!


나는 도술이랑 전기수 하는 방법 배우는 것만으로 바빴다고!


하지만 덕분에 확인할 수 있었다.


무당 여인한텐 창호지 너머가 보인다.


투시인지 뭔지 몰라도 찬스다.



"어떻소? 밖은? 요괴는 뭘하고 있소?"


"요괴는... 땅에 머리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부른 배 탓에 지치는 걸까.


여인은 뒤로 발라당 누워 눈을 감았다.


누운 채로도 가슴이 굉장했다.


저 상태로도 내 머리보단 클 거 같은데?


그보다 기분탓인가? 원체 크던 게 더 커진 거 같은데.


빤히 보았더니, 여인이 부끄러운 듯 설명했다.



"저어... 허리가 무거워서요."


"요괴는 땅에 머릴 왜 드미단 게요?"


"땅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있는 듯해요.

지맥을 찾는 것도 같고.

아!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밖에서 요괴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내 놈이로군.]



거기서 자고 있을 터인 집주인, 의원은 사내였다.



[먹을 거면 계집이 낫겠지.]



이 레이시스트가.


짚신이 땅에 쓸리는, '싸악싸악' 하는 소리가 났다.


철퍽철퍽하며 물웅덩이 위로 걷는 소리도 났다.



"요괴가 이동하고 있어요.

걸음이 느리네요.

앗! 거긴 환자들 묵는 곳인데."


"어제 여환자가 몇명 들어왔다고 주워듣기는 했는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어요.

코를 치켜들고... 아, 냄새 맡고 있네요."


[여긴 계집들이 분명하군.]



좋지 않은 조짐인데. 이거.



[이보시오.]


'타앙타앙탕'


"문을 두들기고 있어요."


[이보시오.]


'쿵쿵쿵'


"손에 있던 게 문에 가서 묻는데요.

물이라기엔 끈적끈적 불쾌하게 생겼어요."


"기름이 아니오?"


"기름도 아니에요."


[게 아무도 없소?

길 가는 나그네란 말이오.]


'쿵쿵쿵쿵'



무당 여인의 중계를 들으며 깨쳤다.


저 요괴, 인간하곤 목소리가 다르다.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는 설명하기 힘들지만 이질감이 있다.


무당은 예의 액체에 대해 고민하였다.



"기름도 아니고, 수은도 아닐 텐데... 저게 뭘까요?

검붉고, 질척거리고, 불쾌하고, 영력이 서릴 만한 액체...."


[어찌 사람 말을 무시하는가.]


'우지끈'


"앗, 요괴가 몸을 쭉 늘렸어요."


"문은 부숴졌소?"


"안 부숴졌어요. 소리만 요란하네요.

안 부순 채 통과하고 들어갔어요.

안에 자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우적우적, 와그작... 츄르릅!'



"앗!" 하며 무당 여인의 눈가가 찡그려졌다.



"물었... 어요. 큰 입으로 물고 하늘로 띄웠어요.

떨어지는 걸 다시 입으로 받아서 꿀꺽 삼켰고요.

한명, 두명... 계속 그렇게 먹고 있어요."


"먹힌 사람들은?"


"잘 보니 원래 자던 자리에 떨어져있어요.

다행이다.... 근데 몸에 액체가 휘감겨있어요.

요괴한테 있던 그 액체요."



그 액체 때문에 병이 생긴단 게로구나.


아귀가 맞아떨어졌다. 



"환자 전원을 먹었어요.

옆 방으로 건너가려나봐요.

거긴 의녀들 자는 방인데."


"동향은 이쯤이면 됐소!"



벌떡 일어났다.



"어디 가시려고요?"


"저 놈 잡으러 가야지!"



팔찌를 챙겼다.


무당 여인이 말했다.



"함께 갈게요."


"도술도 못 배웠는데 뭘 할 수 있소.

그러다 다치니, 안전하게 여기 있으시오."


"도술은 못 배웠어도 귀신은 구마 가능합니다."



여인의 의지가 자못 비장했다.


무당도 저런 얼굴을 할 줄 알던가.


기세에 눌려 수락했다.



"그러시오. 전략이라도 있소?"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시간이 필요하단 건,

가만히 앉아서 대기하겠다는 말이오? 아니면-."


"때가 될 때까지 제가 죽지만 않으면 됩니다."


"알았소.

기립하시오. 당신도."



방문을 박차고 나가니 가을의 밤공기가 훅 들어왔다.


찬 바람에 묶어두었던 머리며 치맛자락이 흔들거렸다.


추워라.



"이 놈 요괴 들어라!"



우드득이네 까드득이네 하던 불쾌한 소리가 멈추었다.


탐식을 멈춘 거겠지.



"네 놈의 천인공노할 짓거리에 분기탱천하여 내가 찾아왔다!

얌전히 나와서 구축당하거라!"


[... 도사 놈이냐?]


"도사 '놈' 이라. 모르는 모양이니 가르쳐주마.
도사란 무엇인지."



따지자면 놈이 아니라 년이겠지.


요괴를 마저 도발해내 밖으로 유인하는 게 중요했다.


안에서 싸우면 난장판이 될 것이었다.



"도사란!

바람을 다스리고

마른 하늘에 비를 부르며-."


[한 놈 더 있군.]



무뢰배 요괴가 말을 끊었다.


자기 소개하고 있었는데.


저런 벼락 맞을 녀석.



[무당이냐? 신내림은 받는 도중인가보군.]



무당 여인처럼 투시를 할 수 있는 건가?


아니면 기를 느끼는 건가?


좌우간, 아직 실내에 있으면서 거기까지 보이다니 감탄스러웠다.



"신내림은 이미 받았습니다."


[그럴 리가.

아직 신기가 자리 잡질.... 아아, 그런 연유로구만!

하하하! 재밌군. 아주 재밌어!]



요괴가 호탕하게 웃으며 실외로 나왔다.


위협하려 몸의 반을 들어올린 키는, 아파트로 치자면 2층 높이 정도.


흑색, 보라색, 적색이 섞인 몸 색깔.


매끈한 몸은 길고 구불구불하게 뻗어있었다.


요사스러운 세로 동공은 안광을 발했다.



[낙호의 녀석인가?

아주 먹음직스러운 수작질을 쳐놨군그래.]



정체 모를 물이 뚝뚝 떨어지는 걸 빼면, 대체적으로 뱀이었다.


무지하게 큰 뱀.



[잘 됐네. 후식을 어찌할까 심사숙고 중이었는데.]



뱀은 너부데데한 입을 벌려서 떠벌렸다.


뱀의 입에서 뾰족한 이빨이 보였다.


독니겠지, 저거.



[도사 하나에 무녀 하나면 근사한 후식이 되겠어.]


"이 놈 요괴 들어라!"



으르렁 거리는 요괴를, 한 박자 늦은 고함이 꾸짖었다.


고함의 주인공은 관아쪽 방향에서 힘겨워하며 나타났다.



"내, 내가 네놈을... 허억허억, 심판하고자, 하악학, 이 자리까지...."



뛰어온 탓에 헝클어졌지만, 비싼 댕기의 빨간 머리.


내 키의 절반도 안 될 자그마함.


거만한 팔자걸음.


어사 나리였다.



"아, 자네 깨어있... 후우후우, 깨어있었나?"



숨쉬기 엄청 힘들어하네.



"그랬소. 여긴지 어찌 알고 왔소."


"저런... 허억허억, 집채만한 것이, 하아, 요괴말고 더 있겠느냐?"


"나리, 요괴랑 싸울 줄은 아시오?"


"괴이한테... 통할지 싶지만, 하아, 후우... 싸울 줄은 알지."



잘 보니 허리춤에 칼이 있었다.


나리도 싸우겠다고 온 것이었다.


이로써 엉겁결에 파티가 결성된 셈이었다.


꼬맹이가 '훗' 하며 가슴을 폈다.


직전까지 헐떡이던 땅꼬마 여자애가 품재도 귀여울 뿐이다.


무당 여인이 이 작은 거만함 덩어리를 보고 물었다.



"도사님, 저 아이는?"


"어사님이오. 한데-."


"어사님이요? 이번에 내려온 안핵어사?

30년 전에 장원하신 그분?"


"내가 장원을 하기야 했다만... 그걸 어찌 아느냐?"



때아닌 화목함을, 뱀 요괴는 경멸했다.



'콰앙'



뱀 요괴가 큰 꼬리로 땅을 쳤다.


땅이 흔들렸다. 



[이 놈의 인간들이 바람대로 나와줬더니 시건방을 떠는구나!

이 몸이 우습게 보이더냐!]



뱀 요괴는 근처에 있던 나무를 뿌리채 뽑아냈다.


세상에, 꼬리 근육이 대단하네.


'부웅' 하고, 뱀은 나무를 그대로 던졌다.



"이따위 공격을 하는데...."



빨간 꼬맹이가 허리에 있던 칼을 뺐다.


나무는 날아서 꼬맹이와 무당 여인에게 직행했다.


정자세로 노려보던 꼬맹이는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가며 세로로 크게 칼을 굴렸다.



"어찌 우습게 여기지 않겠느냐!"



가루와 먼지를 날리며 나무는 반으로 갈라졌다.


나무는 그런 식으로 간단히 파훼당했다.


쪼개지는 나무의 후방에서부터 뱀 요괴가 머리를 들이밀었다.


박치기라도 할 셈인가.


왼쪽으로 구르며 엽전 몇푼을 던졌다.



"변해라!"



엽전이 대못으로 변화하였다.


청동제의 못이었다.


요괴는 꼬리를 놀려, 대못을 퉁겨내었다.


못은 쏜살같이 다른 둘에게 향했다.



"용령부."



여인이 그 큰 가슴에서 부적을 꺼내 던졌다.


다소 천박한 등장을 한 부적에게 대못이 돌진하였다.


부적은 수직으로 부딪쳤으나, 대못에게 뚫리지 않았다.


대신 부적은, 쇠종과 같은 아리따운 소리를 냈다.



'데에엥'



종소리가 퍼지자 다른 대못들도 바닥에 떨어졌다.


싸울 수 있단 선언이 허세는 아니였구나.


붉은 꼬맹이는 대못이 떨어지는 걸 목격하고 앞으로 달렸다.


순식간에 뱀의 근처까지 파고든 꼬마는 검을 내리쳐 뱀에게 상처를 주었다.


뱀의 몸이 원체 크니만큼 치명상은 아니었지만, 뱀은 단단히 아팠던 모양이었다.



[네놈!]



뱀 요괴가 꼬리를 휘둘렀다.


크게 땅을 휩쓰는 모양새였다.


범위가 크니 굴러서 피할 수도 없었고, 맞아주자니 아파보였다. 


재빨리 땅에 손을 짚었다.



"열려라!"



그러자 땅바닥에 둥그런 문고리가 나타났다.


이 술법은 오랜만에 쓰는 건데 아직 녹슬지 않았었다.


문고리를 잡아당기자 아래로 스르륵 떨어졌다.


지면 아래로 숨는 술법이었다.



"참액살부."



무당이 부적 하나를 또 던졌다.


부적은 허공으로 날아가 사라지고, 뱀의 꼬리에 상처가 하나 생성되었다.



'촤악'



칼로 벤 듯한 상처.


그러나 그뿐이었다.


상처가 얕았다.


꼬리를 잘라낼 수준은 아니었다.



'콰앙'



무당 여인과 꼬맹이는 그대로 꼬리를 맞고 나자빠졌다.


야단났네.


놀라서 바로 땅에서 튀어올랐다.



"괜찮으시오?"


"안 괜찮느니라.

망할, 이 몸뚱이는 손이 너무 작구만.

칼을 제대로 쥘 수도 없으니."


"전 괜찮아요! 도사님."



괜찮다니 다행이었다.



[캬아아아!]



뱀이 포효하자 뱀에게 붙어있던 액체 분비물들이 자유분방하게 날아들었다.


돌맹이 몇알을 주워다 던졌다.



"커져라!"



비대해진 돌맹이는 암석이 되어 공격을 막아주었다.


오래는 못 버텼지만.



'치이익.'



암석이 융해되는 비명을 질렀다.


아, 이거 독 비슷한 거구나.


돌을 녹이는 독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모쪼록 인체에 닿으면 치명적일 테다.



"불어라." 



저고리를 펄럭이며 힘을 주자 강풍이 불어닥쳤다. 


독은 강풍에 밀려, 원주인에게로 돌아갔다.


급하게 발아래 흙바닥에 낙서를 했다. 범의 낙서였다.



"가서 물어뜯어라!"



낙서는 흙바닥을 딛고 일어났다.


낙서가 아닌, 진짜 범의 형상으로 변한 내 술법은, 별 도움은 되지 않았다.


뱀은 범을 보고 큰 입으로 물었고, 물라고 보낸 범은 역으로 물어뜯겨 바스라졌다.


급조한 낙서라서 약했다.



"얼마나 더 시간을 끌어야 하는 게요?"



도력도 이젠 여유롭지 않은 상황이었다.


무당 여인은 "아직 위력이 확실치 않습니다." 라 대꾸했다.



"그냥 쏘시오! 더는 못 버티니!"



무당 여인이 그 말에 "끄으음...." 이라더니 가슴에서 새로운 부적을 꺼냈다.


빛난다! 밤 중에 빛나니 야광 부적이다!



"대팔초어부."



부적이 문어로 변화하였다.


야광부적의 문어화.


그러니까 야광문어 부적이다!


문어는 초가집 정도 크기였다.


과연, 저걸론 좀 작겠지.



[겨우 이 정도로 날-.]


"커져라!"



남은 도력을 전부 쏟아서 문어의 크기를 키웠다. 괴물 같은 크기로.


야광문어 '괴물' 로 거듭난 부적은, 그 선정적인 다리를 뻗어 뱀을 묶었다.


뱀은 한번 더 독을 뿌리려 했으나, 문어에겐 듣지 않았다.



[샤아악! 캬아아아!]



문어는 단단히 발을 죄여, 뱀을 죽여갔다.


뱀의 거센 저항은 아무런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뱀에게 남은 자유는 비명 지를 자유 정도였다.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성공이다!"




*




"저 뱀 어쩔 거에요?"



무당 여인이 물었다.


짧은 전투임에도 지쳐있었다.


다들 엉망이가 된 마당에 앉아 팔다리를 쉬게 했다.



"저대로 놔두면 또 사고를 칠 텐데요.

제 문어가 영원한 것도 아니고."


"아직 안 정했소. 다만 어렴풋이 봉인이나 할까 고민 중이오."



품에서 책을 꺼냈다.



"<흥부전> 이로구나?"


"그 책으로 뭘 어떻게요?"


"보시오. 앞 부분을 보면 글자 없이 비어있는 장이 있잖소?"



마당의 흙을 한줌 쥐어 책 위에 뿌렸다.


흙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장식 없이 무미건조하던 표지 한 구석엔 흙덩이 그림이 추가되었다.



"이런 방식이오."


"할 수 있으시겠어요? 저 요괴는 책으로 봉인하기엔 크잖아요."


"도력으로 부풀리면 된다오."


"힘도 바닥나셨다고...."


"그러니 회복될 때까지만 이리 있어야지 않겠소.

그 즈음이면 저 녀석도 기력이 다할 듯하고."


[그으윽... 인간, 인간 놈들...!]



저항은 멈추었지만, 요괴의 눈에 독기는 잔재했다.



"봉인 후엔 내가 책임지고 간수하겠소."


"그러면 곤란하니라.

내, 전하께 보고를 올려야 하니."


"그렇담 나리가 가져가시오.

봉인 관련하여 유의사항만 몇가지 일러둘 터이니."


"고맙구나.

이번 일로 전하께서 큰 상을 내리지 않을까 싶은데, 뭔가 원하는 게 있느냐?"


"저는 딱히 없습니다. 신을 섬기는 몸인데 소원이 어딨겠습니까."


"돈! 일 안 해도 먹고 살 만큼의 돈이 있었음 좋겠소."


"... 에잉, 누가 약팔이 아니랄까봐 바람 한번 속물적이로구나."


"보통 상이라 하면 그런 게 아니겠소?

그리고 약팔이가 아니라 이야기꾼이라 했잖소!"



획.


나리가 얼굴을 돌렸다.


할 말 없으니 먼 곳을 보는 모양이다.


옆에서 보니 오동통하게 튀어나온 볼살이 신경 쓰였다.


만지면 화내겠지.



"콜록! 콜록콜록!"



돌연, 무당 여인이 기침을 했다.



"어쩐 일이오?"


"밤바람이 차서 그런가봅니다."


"조심해야지. 홑몸도 아닌데.

방 안으로 들어가시오."


"두분과, 저 요괴 녀석을 방치하고 어찌 저 혼자만 단잠을 청하겠어요."


"하면 아예 나도 지금부터 자버리면 그만이지."


"힘이 회복되면 바로 요괴를 봉인해야 하는 거 아니에오?"


"도력은 회복이 느리오.

하루 밤 자고 일어나야 본래의 절반 정도 회복될 게요."


"... 으음? 응?"


"나리도 들어가시오.

아니면 오늘 하루는 여기서 묵으시는 것도 좋겠고."


"저거 원래 저런 술법이느냐?"


"무엇 때문에 그런 불안한 언행을 일삼는 게요?"



나리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요괴를 포박 중인 문어의 포위망이 조금씩 느슨해지고 있었다.



[다! 싹 다 잡아 독물에 담가버리겠다!!]



동네 사람들 깨지 않을까 염려되는 성량이었다.


문어는 가엽게도 다리를 바들바들 떨다가 끝내 뱀을 버티지 못하였다.



'찌지이이익'


'퍼엉!'


*


틋챈 대회 참가작 백업.
원본은 여기
총 19편인데 언제 다 백업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