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겹이 쌓인 도장면 사이

녹이 스몄다


여전히 덧칠해지는 도료 냄새를 맡으며

그저 생각한다


아마 철이 삭아 끊어질 때까지 저 도장면의 뒷편을 볼 일은 없을거야

천천히, 벌겋게 피어올라, 잔뜩 열이 받은 채로 절대 온전히 드러나지 않을거야

철에 단단히 붙어버린 녹은 벗겨질 생각조차 하지 않을거야

그 때가 되면 냄새나는 도장면은 필요치 않겠지

악취로 진실을 가릴 필욘 없겠지

그 때가 되면 손엔 그저 붉은 철의 냄새가 남겠지


녹은 빗물을 타고 내려 고인다


붉은 웅덩이는 짓밟혀 흩어진다


겨우 비를 피한 시멘트 건물 벽 한자락에 흔적을 남긴다


붉게 물들여 흔적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