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자 위에는 

종이 한 장과 만년필 한 자루가 있다


두려운 시인은 만년필을 집어든다-

손은 떨리고 새하얀 백지는 공연히 흐릿하게 보인다


마치 운동을 하듯

만년필을 들었다 놨다를 수 차례


결국 오늘도 쓰지 못하고 시인은 물러난다


아무래도 종이 한 장과 만년필 한 자루는 그에겐 지나치게 과분했던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