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사공서-사마천에게
역사를 잉태했다는 이유로
씨를 거세당한 채로 살아왔다.
죽어버리면 그만 일
치욕 따위를 겪으면서.
가랑이 사이에 솟구쳐 나오는 분만통은
그 누구도 칼을 건네는 것 외는
어루만질 수 없었을 것이다.
갑골을 살피고
죽간을 뒤집을 때
손끝에서 흔들리는 모멸감은
어느 흔한 과부의 인생과도 같았을 테니.
그렇기에 당신은 어머니시다.
먹물 속에 피눈물을 훔쳐가며
이 방대한 시간을
목간위에 새겨 놓아
역사란 것을 출산하신
어느 거룩한 분.
당신의 강철 같은 의지를
기둥 하나 뽑혀 살던 자들이 흠모 하듯.
우리 또한 발기 하여
하얀 꿈을 책 위에 뿜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