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어서 열여섯 칸


슬레이트 타일 속에 파묻힌


고공의 참호.




칼바람의 강철비 속에서


붉은 일렁임은 간신히 태어나


말라붙은 잎새를 품속에 끌어안는구나.




목관의 요람 속


태어난 창백한 군단은


숨결을 취하노니.




전리품이 되어버린 나의 운명아,


이 갑갑한 몸뚱아리에서 벗어나


소용돌이를 그리며 날아가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