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무척 맑은 날이었다. 밖을 보면 태양은 구름이 한 점 없어서 밝은 빛을 땅으로 내리 찍고 있었고, 지면은 무척이나 따뜻해 어제 내린 비를 치웠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어제의 축축함을 태양으로 씻겨내는 중이고, 이미 씻겨진 사람이 있다. 밖을 보면 태양 빛이 전해주는 흰색에 가까운 주황빛이 눈이 부셨다. 눈을 가리고 태양을 보는 것은 미친 짓이기에 선글라스를 끼고 바라보았다. 태양은 원형으로 보이며 제대로 볼 수 있게 됐다. 만족한 미소를 짓고 태양을 바라보며 일광욕을 즐기다가 낮잠을 자게 됐다. 

낮잠을 자고 눈을 뜨니 어느새 밤이 되었다. 밤이 되자 몰려오는 추위에 몸을 덜덜 떨며 난방을 키게 되었다. 난방을 키니 방이 따뜻하다. 얼어버린 몸을 녹이기엔 온돌만한 것이 없다. 온돌로 방 안을 데우는 동안 몸을 따뜻하게 할 차를 준비했다. 보글거리며 티-포트 안의 물이 끓자 티백을 내놓았다. 티백의 내용물은 홍차다. 따뜻한 홍차를 그대로 마시기엔 무척 쓰므로 각설탕을 3개 넣었다. 3개 정도 넣으면 차는 쓴 맛 대신 단 맛이 나기 때문이다. 물론 건강에는 좋지 않지만 사람은 건강에 좋지 않은 것을 수도 없이 먹어왔기에 상관 없다. 따뜻한 홍차와 다과. 오후 7시지만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나는 영국 사람이다. 영국에서는 전쟁 중에도 티타임을 즐길 수 있게 전차 내에 물을 데우는 장치를 넣어놨다고 할 정도로 차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다. 가벼운 티타임이자 몸을 녹이는 시간을 즐긴 후 시계를 보니 오후 8시다. 저녁은 티타임의 다과로 때웠기에 하루를 마무리할 준비를 한다. 나는 나태하다. 아마도 그렇다. 아니 확실하다. 오늘 하루를 고작 일광욕, 낮잠, 티타임으로 보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보다 난 행복하다. 내일에는 일을 할 것이지만 휴일을 이 시간을 나태하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은 평소의 근면성실함의 반동이라서 그렇다. 이러한 현상은 모든 이들에게 당연히 일어나는 것이며 사람들은 어딘가 부정적인 면이 분명히 존재한다. 


잠자리를 준비하고 보니 오후 10시다. 이대로 잘 것이냐고 묻는다면 절대로 아니다. 아마 현대인들에게 잠이란 것은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1~2시간 정도하다가 잠에 드는 것이니까. 마찬가지로 나도 핸드폰을 켜서 못 본 영상을 보기 시작한다. 잡다한 쇼츠나, 긴 옛날 예능 등등. 다양한 영상을 보다가 문득 울적해져서 몸을 웅크리기 시작했다. 새우잠이자 태아자세를 하며 몸에 남아있는 한기를 온기로 잔뜩 바꾸기 위해 노력하다가 휴대폰을 끈다. 충전기를 연결하고 어딘가에 던져놓은 후 꿈을 꾸기 위한 긴 여정을 보내기 위해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잠을 청한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날이 밝아졌다. 눈이 무척 부시지만 아무렴 어떠랴. 나는 다시 움직여야만 한다. 움직이기 위해 남들처럼 준비를 해야한다. 이는 슬프지만 사회는 남들과 같이 움직이기를 요구한다. 적당한 준비를 하고 옷을 입고 나중의 나태를 위해 나는 근면하게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