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과 망령이 떠도는 곳, 생(生)이라고는 찾기 힘든 곳, 자갈과 바위만이 있는 가레산스이(枯山水) 정원이 보이는....


그런 고요한 명계의 한 누각에, 어느 한 장정이 언제부터인가 칼을 휘두르고 있다고 한다.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아니면 그냥 멍하니 있을 뿐인 눈을 하고.


상의는 아예 없고 활만 등짝에 매어두고 있을 뿐이고 하의조차 다 헐어빠진 하카마(袴)에 하이다테(佩盾)만 두르고 있는 남자.


어쩌다 그렇게 된 것일까? 마음이 꺾여버린 검사, 아시나 겐이치로.



그리고 그런 마음이 꺾여버린 검사에게 다가가는 백발의 소녀.


녹색 조끼와 치마, 등짝에는 흰 술이 달려있는 세오이다치인 누관검을, 허리춤에는 두툼한 코등이의 와키자시인 백루검을 차고 남자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터벅, 터벅하고 적막한 명계에 울려퍼지는 소리. 허나 그 터벅소리는 결코 둔탁한 소리가 아니었으며 오히려 그 정 반대.




즉 날카로운 소녀였다...


물론 사람이 날붙이도 아니고 날카롭다는 표현을 쓰는것이 맞을지 의문이 들긴 하지만


하지만 눈빛도, 피부도, 근육도, 골격도, 옷도, 신발도,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카락 한 올과 날숨마저도 날카롭게 느껴진다.


닿으려하면 베이고 닿지 않더라도 쫓아가 벨 듯한 그런 존재 자체의 날카로움.


아마 그 목소리나 사고방식마저도 날카로운건 아닐까 한다.



"키리스테고멘!"


그 말과 함께 등에서 단숨에 칼을 뽑고는 그대로 내리친다.


역시 목소리와 사고방식 또한 날카로운 것이었다.


콘파쿠 요우무, 날카로운 소녀였다.


그리고 -팅- 하는 청량한 금속음과 함께 수직으로 그어진 은빛의 선을 일그러트리는 남자.


방금 전까지만 해도 칼집에 꽂혀있던 태도가 어느새 그의 오른손에 들려있다.


그대로 부드럽게 칼을 돌려 우하단-좌상단 올려베기와 좌하단-우상단 올려베기로 구성된 2연격으로 요우무를 노렸고


이 2연격을 요우무는 칼을 들어 막고 그대로 전진하여 겐이치로를 붙잡고는 유술기-절복무간(折伏無間)으로 뒤로 던져버렸다.


허나 요우무는 유술을 깊게 수련한적도 없고, 근력또한 특출난 정도도 아니고, 심지어 상대는 체중이 요우무의 2배정도 될 법한 장정인데...


이상하게도 너무 잘 넘어가줬다.


이내 요우무가 '일부로 던져진것이다'고 판단하기까지 걸리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으나 그동안 겐이치로는 절복무간의 회전력을 더하여서...


그대로 몸을 돌려서 하단베기로 요우무의 발목을 노렸다.


허나 꽤 오랫동안 검술을 연마한 몸,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일은 아니었다, 그 발목을 향한 공격을 요우무는 가까스로 뛰어서 피하고 공중에서 대쉬하여 거리를 벌리고는 착지 이전에 칼을 휘둘러 검기의 탄막 여러 발을 발사하여 반격.


그 탄막을 겐이치로는 위로 높이 뛰어 피하고는 그대로 요우무의 정수리부터 발치까지 갈라버릴 기세로 내려치기.



-쾅!-


칼을 내리찍은것인지 아니면 번개가 친 것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의 굉음.


'맞았다면 확실히 즉사였다!'


흙먼지와 함께 피어오르는 감상, 그리고...



"흐읍!"


그 흙먼지를 걷어버릴정도의 기세를 담은 아시나류-물방울 꿰뜷기


칼로 물을 베는 것은 불가능하다, 허나 칼로 물을 꿰뜷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한 일.


하지만 그걸 가능케할 정도의 정밀성, 기세, 속도...


그 칼끝이 발하는 섬광이 그대로 요우무의 심장을 향해 날아들었다.



하지만 들려오는 것은 심장이 찔리는 소리가 아닌 금속과 금속이 부딛히는 소리.


콘파쿠류-형안검(炯眼剣), 백루검을 마치 톤파처럼 역수로 잡고 팔뚝에 대어 안정성을 얻고, 그대로 그 살벌한 찌르기를 흘려내고 빙글 돌고는 오른손에 든 누관검으로 허리를 벤다.


'이겼ㄷ'



요우무는 느꼈다.


턱에 무언가가 닿는 느낌, 그리고 또 수만마리의 개미가 아래서부터 바글거리며 기어오는 듯한....



그렇다, 겐이치로는 요우무의 형안검을 오히려 파고들고는 오른손에서 칼을 놓고 손등으로 턱을 후려갈긴 것이었다.


요우무가 겐이치로의 손등을 맞고 기절한 후 겐이치로는 땅에 칼을 꽂고 요우무의 멱살을 손으로 잡은 다음...


이내 무자비하게 요우무의 복부에 꽂아지는 단 한 번의 정권지르기.



그 내장이 으깨질 정도의 충격에 요우무는 입에서 피를 토하였고,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내게도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잘 있거라."



허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미 의식을 잃고 내장까지 상한 몸에 깃드는 반령-


혼백「유명구문지총명의 법」(魂魄「幽明求聞持総明の法」) 을 응용, 반령을 전투불능이 된 육신에 집어넣어 억지로 움직이게끔 한다.


"아직...아직 멀었어... 해야 할 일이 남아있어!"


요우무가 다시 한 번 칼을 쥐고 일어선다.



"나와 네놈은 닮았구나, 황자의 닌자 ...늑대여."


'닌자? 닌자라니, 나는 닌자가 아닌데... 게다가 늑대는 또 누구지?'


요우무는 이내 그녀의 주인, 사이교우지 유유코가 어느 날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거 아니 요우무? 명계에는 유령, 망령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망자 라는 존재 또한 가끔 흘러들어오는데, 이들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생과 사의 경계가 망가져버렸으며..."


"육신을 가지고 있지만, 정신은 이미 죽어버려 이성이 없고, 그 때문에 자신의 사념속에 갇혀버려 끝없는 악몽을 되풀이하는 존재란다."


"그러니까 요우무, 만일 이들을 발견한다면... 네가 베어 안식을 주도록 하렴."





'그 말대로다, 이 자는 망자야... 자신의 사념속에 갇혀 나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고 있어.'


이내 심호흡을 하고 와키가마에(脇の構え)를 취한다.


곧바로 공중으로 날아오름과 동시에 뛰어들어 찌르는 겐이치로.


'아까 전 저 남자처럼 나 또한 파고들면 된다!'


요우무의 과감한 결단, 콘파쿠류-현월참(弦月斬), 뛰어들어 찌르는 겐이치로의 턱을 위에서부터 쪼개버릴 기세로 날아올라 올려벤다.


하지만 겐이치로는 공중에서 칼을 재빨리 대어 막아 몸통에 얕은 상처만 입었을 뿐이었다.


둘이 착지한 후 겐이치로는 마치 도끼로 나무를 찍으려고 하듯 태도를 뒤편까지 등을 보이며 들었다.


'저것은 분명 일도양단의 강력한 한 방을 위한 자세일 거야.' 요우무는 이렇게 판단하고 형안검을 위해 왼손에 백루검을 들었다.


그 칼을 뒤편까지 든 자세에서 나오는 강력한 사선 올려베기, 형안검을 쓰기 위해 백루검으로 겐이치로의 칼을 막고 그 반동으로 빙글 돌았지만...


어째서인지 겐이치로의 칼이 요우무를 내려치려는 자세가 되어있었다.







토모에류 오의-쪽배 건너기(浮き舟渡り)


춤추는 듯이 연격을 펼치는 유파 기술, 물처럼 흐르는듯한 움직임과 기교가 적을 압도한다.


그대는 물의 흐름을 막을 수 있는가? 폭포가 아니라 수도꼭지 정도만 되어도, 손바닥으로 막으려고 해도 물이 다 새어 옷을 젖게 할 것이다.


하물며 폭포수는 대체 어떻게 되겠는가? 그 거대한 흐름을 어찌 막을 수 있을까?


이것이 겐이치로의 쪽배 건너기이다, 재능이 부족하다고 해도 피나는 노력으로 극복한다, 근육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다시 현재 시점으로 돌아와, 내리치는 자세에서 물흐르듯 올려베기로 연계되어 요우무의 목을 노린다.


당황하였으나 몸을 낮추고 뒤로 물러나 회피하는데 성공, 겐이치로의 자세는 이번에도 등을 보인 자세에서 뛰며 횡베기 2번-사선 올려베기와 내려베기-그대로 빙글 돌아 사선 올려베기로 요우무를 압박한다.


-텅텅텅텅- 텅!-



'방금은 운 좋게 전부 막는것에 성공했지만, 다음에도 전부 막으리라는 보장은 없어, 오히려 체간이 흐트러져서 더 위험하지.'


요우무는 이 쪽배 건너기」 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고민하고 있었다.



'...에잇 모르겠다, 그냥 쓰기 전에 베어버리면 될 일 아니야?'


무모하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이도류의 검리적인 면에서는 맞는 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도류는 칼이 두 개이기에 방어와 견제, 공격을 동시에 할 수 있어 압박력이 매우 좋다.


즉, 이러한 이도의 장점을 살려 압도한다는 것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요우무는 오른발을 앞으로 한 채 오른손에 든 누관검을 앞에 내놓고 왼손의 백루검을 허리춤에 두었다.


그리고 겐이치로의 자세는 왼발을 앞에 내놓고 오른손은 태도를 잡고 왼손은 그저 앞으로 내놓을 뿐.


긴장감이 감도는 대치상태, 먼저 움직인 것은 요우무였다.


콘파쿠류-결가부참(結跏趺斬), 칼 두 개를 교차하고 베어 X자의 검기를 겐이치로에게 쏜다.


겐이치로는 오른쪽으로 피하면서 등에 매고 있던 활을 뽑고는 이미 다 떨어진 화살통에 손을 가져다대고 그대로 활을 공격발해대는 것이었다.


얼마나 오래 저 악몽을 헤메었을까, 그런 감상이 들기도 전에 요우무의 콘파쿠류-심초참(心抄斬)이 벚꽃이 피어오르는 기세로 나아가 겐이치로의 허리와 목을 노렸다.



하지만 아시나 겐이치로는 수많은 싸움에서 생과 사의 문턱을 몇 번이고 들락날락거린 자, 심초참의 누관검은 칼로 튕겨낸 후 백루검이 닿지 않는 간합의 위치로 몸을 옮겼다.


요우무는 심초참의 돌진 후에 바로 잔심(殘心)을 취하여 겐이치로에게 몸을 돌렸고, 이내 반격으로 날아온 가사베기를 칼을 교차해서 막고 그대로 백루검으로 겐이치로의 손목을 노렸다.


겐이치로는 돌면서 뛰어 백루검을 피하면서 요우무의 백루검을 든 왼손목을 노렸고, 이 공격을 요우무는 누관검으로 쳐내고 바로 목을 노렸다.



"우오오오!"


겐이치로가 괴성과 함께 목을 노리는 누관검을 피하고 자세를 낮추어 돌진해온다.


이는 필히 요우무를 유술기로 잡기 위한 것, 유술을 그다지 많이 연마하지도 않았고 근력 또한 불리한 요우무로써는 잡히면 끝이다.


이에 대한 요우무의 해답은...




단령검「성불득탈참」(断霊剣「成仏得脱斬」)


누관검과 백루검을 함께 전력으로 내려벰과 동시에 하늘까지 닿는 거대한 만개한 벚나무를 연상시키는 검기를 발한다.


갑작스레 나타난 벚나무에 제대로 부딛혀버린 겐이치로는 그 거대한 검기의 힘에 뒤로 날아가고 만다.




"아직이다... 신성한 계승자의 닌자...!"


이것이 망자의 집념이라는 것일까? 성불득탈참을 맞았는데도 일어나 덤벼드는 집요함.


달려들어와서는 칼끝이 서로 맡닿을 거리에 멈추더니 이내 대상단세(大 段の構え)를 취하였다.


머리 한 통은 더 큰 장신에 더해 공허한 눈에서도 나오는 흉악한 살기, 그리고 언제든지 칼을 내리칠 수 있다는 위압감으로, 요우무는 기세가 눌려 섣불리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리고 대상단세에서 내리쳐 때려베는 아시나류-일문자(一文字)


요우무는 그 검격을 칼을 교차하는 것에 더해 무릎까지 숙이며 겨우 막아냈고, 심지어 그것도 모자랐는지 칼등이 이마를 아프게 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시나류의 일문자는 결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일문자 이후 추가로 한 번 더 베는 아시나류-일문자 이연(一文字・二連)


아시나류의 일문자는 이연으로 완전해진다.



'위험햇..!'


이연까지 맞아버린다면 방어채로 반으로 갈라져 죽는다고 판단한 요우무는 급한대로 뒤로 굴러 피하는데 성공했다.


일문자를 방어한 것 때문에 얼얼해진 손과 전완근, 이제 이도류를 사용하기에는 좀 버겁다.


요우무는 백루검을 다시 납도하고 다시 누관검을 양 손으로 쥐어 와키가마에를 취했다.



이제 기회는 단 한 번 뿐, 요우무는 겐이치로의 빈틈을 어떻게 해서든 찾아내어야 한다.


일문자 이연이 끝난 후의 반동으로 올려진 태도, 겐이치로가 자세를 토모에류의 자세로 바꾸려고 할 때의 찰나...


'이 때다!'


인부「현세참」(人符「現世斬」)


요우무는 낼 수 있는 최고속력으로 달려가 겐이치로를 노렸고, 이내 겐이치로는 급박하게 칼을 몸에 대고 방어하였으나.


"크오오오!!"


하지만 완벽하게 헛점을 노린 요우무에게 기세가 밀린 겐이치로, 요우무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칼을 맞댄 상태에서 백루검을 발도하여 그 즉시 겐이치로의 배에 찔러버렸다.


"아시..나...."




그대로 쓰러져버린 겐이치로.


.................



상대의 미혹을 끊는다는 칼, 백루검.


백루검에게 찔린 겐이치로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비추어지기 시작했다.


이것은, 겐이치로가 갇혀있던 악몽 그 다음의 풍경.




...겐이치로는 외팔이 늑대, 세키로에게 패한 후, 검은 불사베기-개문(開門)으로 자신의 목숨을 바쳐, 전성기의 검성 아시나 잇신을 황천으로부터 스스키 평원으로 불러왔다.


허나 세키로는 사명을 완성하고자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전성기의 검성 아시나 잇신을 이겼고, 그대로 겐이치로의 희생은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그 후 겐이치로는 염마에게 변약수로 세상의 생과 사를 어지럽힌 대죄로 정신 속에서 영원히 악몽 속을 배회하는 망자가 되어 계속 떠돌다가 명계에 자리잡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악몽으로부터 해방된 겐이치로는 요우무를 똑바로 쳐다보며 토모에류의 자세를 잡고 짧게 나노리(名乗り)를 하였다.


"아시나 겐이치로, 간다!"


-콘파쿠 요우무, 간다! 


요우무 또한 이에 화답하며 서로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어느 새 바깥에는 먹구름이 끼며 번개가 치고 있었다.



"토모에의 번개를 보여주지."


겐이치로는 달려오는 와중 태도를 오른가슴께에 당겨잡고 오른쪽으로 높게 뛰어오르더니 그대로 태도에 번개를 내리치게 하고 그대로 그 번개의 태도로 넓게 휩쓸어 베었다.


"!우왓!"


번개를 칼에 받고는 그걸로 휩쓸어 벤다는 상상 이상의 무식한 공격에 당황하여 뒤로 펄쩍 뛰어 피하는 요우무.


'저 공격은 한 눈에 봐도 위험하다!'


요우무는 토모에의 번개를 경계하며 이번에도 기술을 쓰기 전에 먼저 제압하려고 달려들었으나...




착지한 겐이치로가 이번에는 더욱 날카로워진 오의-쪽배 건너기 5연격을 쓰며 요우무를 역으로 압박해왔다.


요우무는 이 쪽배 건너기에 화들짝 놀라 뒤로 계속 물러서서 간신히 목숨을 벌었다.


'저 더욱 날카로워진 검기... 저건 막아도 막은 게 아니게 될 것 같아.'



이 번에는 요우무의 차례, 요우무는 약간 앞으로 전진한 후 콘파쿠류-생사유전참(生死流転斬) 으로 우에서 좌로 횡베기를 하였고, 겐이치로는 안개세(霞構え)로 칼을 들어 튕겨냈으나 이어지는 올려베기에 팔뚝이 약간 베여버렸다.


겐이치로는 고통을 참아내고 요우무를 뒤돌려차기로 멀리 밀어내고는 또 다시 태도를 허리춤에 당겨잡고는 높이 뛰어서 태도를 치켜들어 번개를 받아내고 그대로 번개를 내리찍었다.


"으그그그극ㄱ오고고고곡"


타뢰, 즉 정통으로 번개를 맞아버린 것이었다.


번개는 그것에 맞은 자의 전신을 휘감고, 일순간 움직임을 봉한다.



무방비 상태가 된 요우무를 노리는 겐이치로의 추격베기.


하지만 검사로서의 호승심? 명예? 그런 것 때문일까, 요우무는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콘파쿠류-인기참(燐気斬) 으로 반격하였고, 겐이치로는 고리 모양의 검기를 피하려고 뒤로 물러날 수 밖엔 없었다.



'이제는 체력이 한계에 다다르기 시작했어... 빨리 끝장을 봐야만 해...!'


그렇게 요우무는 도박수를 던져보기로 했다.


뒤로 물러나는 겐이치로를 노려 돌진하며 쓰는 검기「앵화섬섬」(剣伎「桜花閃々」)


겐이치로 또한 방금 전까지 악몽 속을 헤메인 그 피로와 부담 때문에 제대로 피할 수 없었다


도박은 성공적, 그렇게 겐이치로는 요우무의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고, 요우무가 겐이치로를 지나감과 동시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의 검기가 춤추며 겐이치로를 난도질한다.



...춤추는 벚꽃...














토모에류 비전- 앵무(桜舞い)


겐이치로는 떠올렸다, 성 뒤에서 본 의모 토모에의 춤을.


그것은 춤이자, 토모에류의 비전이기도 했다.


또한 아무리 좆아도 평생 닿을 수 없던 경지였다.


그러나 악몽 속에서 숙적과의 싸움을 거듭했기 때문이었을까,


겐이치로는 요우무와의 싸움 도중 토모에의 경지에 도달하고야 말았다.




만개한 벚꽃들이, 번뇌가 끊어진 겐이치로의 검을 따라서 같이 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난무하던 벚꽃들이, 땅으로 흩뿌려지지 않고 토모에류의 검무에 모여들어 같이 춤춘다.


그 만개한 벚꽃들이 춤추는 광경은 백옥루의 사이교우아야카시와도 비견할 수 있으리라.


벚꽃 흩날리는 날, 머지않았으니.


돌아갈 수 없다면, 춤이라도 바치리.



'...! 대체...이게 무슨...?!'


요우무의 경악과 함께, 벚꽃을 두른 겐이치로의 비전이 요우무를 노린다.


그러한 경지의 검기는 이미 막아도 막은 것이 아닐 터, 요우무는 막아도 피해를 입었고 세 번째의 공격도 맞았다간 십중팔구 끝장이었다.


'젠장...이렇게 된다면!'



"공관검「육근청정참」(空観剣「六根清浄斬」)!"


허리춤에 차고 있던 백루검을 뽑아 비전-앵무의 마지막 타를 튕겨내고, 그 반동으로 생긴 회전력을 이용하여 분신이 보일 정도로 돌며 전방위에서 참격을 가하고, 마지막에는 크게 내리친다.


겐이치로의 주위를 돌면서 뛰기 시작하는 요우무.


이에 대해 쪽배 건너기의 자세를 잡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기다리는 겐이치로, 과연 겐이치로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그리고, 두 사람이 동시에 움직인다.


그야말로 자전일섬(紫電一閃)의 찰나의 한 순간.





요우무의 보법이, 전방위에서의 공격을 쏟아붓는다.


겐이치로의 검격에서, 진공파의 칼날이 전방위로 쏟아진다.


비전-소용돌이 구름 건너기(渦雲渡り)


쪽배 건너기가 진공파를 일으키는 유파 기술.


아주 먼, 기원의 물이 흘러나오는 방향.


큰 소용돌이 구름이 보인다.


그것은 기원의 소용돌이, 이 기술의 이름이기도 하다.


기원의 소용돌이를 원하는 주인.


토모에에게는 그 작은 뒷모습만이 전부였다.


...................




전방위로의 참격을 깨부수는 전방위로의 참격.


결국, 요우무는 소용돌이 구름 건너기의 진공파에 전신이 발기발기 찢어발겨졌다.


이대로 의식을 잃고 승부는 결정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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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 보니 여전히 백옥루, 옆에는 주인 사이교우지 유유코가, 반대쪽 옆에는 아시나 겐이치로가 앉아있다.


대결에서 패배하고 쓰러진 요우무를 어떻게 알았는지는 몰라도 겐이치로가 유유코에게 데려와 영원정의 약사에게 사둔 약으로 응급처치를 하게끔 하고 간호해주었다는 모양인 듯하다.


그리고 이내 일어난 요우무와 겐이치로는 대화를 나누었다.


자신이 망자가 되어 떠돌게 된 이야기, 환상향의 각종 이변들의 이야기, 작게는 일상의 이야기 등등....



그러다가 문득 자신들의 조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아시나 겐이치로는 아시나 잇신에 대한 이야기를, 콘파쿠 요우무는 콘파쿠 요우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내 조부, 아시나 잇신께서는...검성이셨지, 존재만으로 한 나라를 지킬 수 있을 정도의...."


"하지만 아무리 검성이어도 결국 인간의 몸이기 때문에 영원히 살아가는건 불가하지, 조부께서 병환에 걸린 틈을 타 내부군은 아시나를 침공했고..."


"...."



-...이제는 저희 할아버지 얘기를 할게요!


-할아버지는...어...무뚝뚝한 성격이셨어요.


-검술도 자세히 알려주시지도 않았고, 웃는 얼굴같은건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어요.


"나의 조부와는 성격이 반대시구나."


-그리고... 이렇게 너무 거대한 할아버지의 그림자에 가려져서 나 자신은 대체 무엇일까 하는 느낌도 가끔 들기도 하고요.


겐이치로는 그 말을 듣더니 요우무를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


"나와 넌 닮았구나."


"...요우무여."


















겐이치로랑 요우무가 뭔가 비슷한 것 같아서 ㄹㅇ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