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서울 2063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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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줄거리: 의뢰인 수화=상의 조카를 찾기 위해 닌자-거점을 공격하는 지원=상. 압도적인 실력으로 모든 닌자를 굴복시키고 그레이터 닌자 카렌=상을 찾는데…)


챠카 건이 뒤통수에 겨눠진 닌자는 순순히 지원=상에게 길을 안내한다. 그것은 공포에 굴복해서가 아니라 지원의 아트모스피어에 굴복한 것이라. 츠키지를 방불케하는 복도를 지나 계단을 몇 번이고 오른 끝에 닌자 상이 마침내 입을 연다.


“이 문 너머다. 문 너머에 카렌=상이 계신다.”


“그래? 수고했다.”


그 말을 끝으로 지원의 챠카 건이 격발! 닌자는 아무 말도 못하고 나무 문과 함께 엎어진다. 지원은 양 손에 챠카 건을 들고 마지막 문을 열자, 그 너머론 이전까지와 전혀 다른, 현대적 아트모스피어의 방이 엔트리! 그리고 지원의 맞은편, 방 가장 끝에 그녀가 등을 돌린 채로 있다. 그녀는 도스 대거로 바이오 넙치의 살을 가르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바로 카렌=상!


“바이오 넙치로 만든 바이오 스시는 닌자들의 간편식. 그야말로 닌자-식사. 오가닉 넙치로 만든 오가닉 스시를 선호하지만 한 클랜의 그레이터 닌자로서 체통을 지켜야 하는 법. 료헤=상, 료헤=상은 스시 좋아하나?”


손수 만든 바이오 스시를 먹은 카렌=상. 이내 멘포를 쓰고 자리에서 일어나 지원을 바라본다. 그리고! 지원은 이미 그녀를 본 기억이 있었다.


“너… 그때 그 닌자!”


“久しぶりだね(오랜만이다), 평탄 료헤=상. 틀림없이 그 맙포=상의 의뢰를 받고 온 거겠지? 맙포와 료헤의 연합이라… 그야말로 오월 세임 쉽(오월동주를 말한다.). 하지만 그의 조카가 어디로 갔는지…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모른다.”


지원은 챠카 건을 카렌에게 겨눈다.


“거짓말.”


“나는 닌자다. 닌자는 세푸쿠를 할지언정 우소는 하지 않아. 인신매매는 닌자 쪽이 아니다. 하지만 대략적인 정보는 알고 있다.”


잠시 카렌=상에 대해 독자 제형들에게 설명하자면, 카렌=상은 클랜의 그레이터 닌자인 만큼 모탈인 다른 야쿠자와 오야붕과도 소통해야 하기 때문에 닌자 슬랭만큼 모탈 슬랭의 비중이 높다.


“그럼 당장 내놔. 그 목숨이 아깝지 않다면.”


카렌이 대답 대신 든 것은 카타나!


“료헤=상. 아니 용병. 저 카타나를 들어라. 이쿠사 배틀이다.”


지원의 대답은 챠카 건! 하지만! 카렌의 카타나가 단숨에 총탄을 튕겨버렸다! 튕겨진 총탄은 천장에 꽂힌다.


“다시 말하지. 용병, 전직 맙포, 데커=상. 닌자-결투다. 저 카타나를 들어라.”


물론 들을 지원이 아니다.


“지랄하네. 평생 칼 휘두르고 산 너랑 내가 칼싸움? 타이슨이랑 복싱할래?”


지원의 두 챠카 건이 불을 뿜는 순간! 또다시 카타나가 빛나더니 총탄은 지원의 귓전을 스치고 지나간다!


“내가 총탄을… 그쪽으로 날린 이유를 알겠지? 이게 마지막이다. 다음 총탄은… 전직 형사, 네 인중을 향할 것이다. 그러니 칼을 들어라. 저 칼은 내 칼과 똑 같은 것이다. 칼을 들고, 나와 똑같이 아이사츠해라.”


지원이 카타나를 가져오자, 카렌은 카타나를 집에 집어넣고 정중하게 섰다.


“이름이?”


“이지원이다.”


그 말을 들은 카렌은 곧바로 정중하게 허리를 굽혔다.


“도-모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지원=상. 카렌입니다.”


지원 역시 똑같이 허리를 굽혔다.


“오랜만에 뵙겠다. 카렌=상. 이지원이다.”


그 순간! 카렌=상은 엄청난 속도로 돌진! 지원은 카타나를 뽑지도 못한 채 공격을 막아야 했다! 엄청난 충격량에 지원의 발이 뒤로 밀린다. 카타나 집이 칼날이 부딪힌 곳을 중심으로 깨지며 지원의 카타나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카렌은 재빠르게 뒤로 다섯 걸음 움직여 다시 달려들 준비를 마친다. 그리고! 이번엔 지원이 더 빨랐다.


“이얏-!” “핫-!” “이얏-!” “핫-!” “이얏-!” “핫-!” “이얏-!” “핫-!”


지원의 연이은 공격에 카렌은 그저 방어만 하고 있었다. 지원의 카타나가 카렌의 멘포를 찢어버렸지만 그 뿐. 카렌이 입을 열었다.


“말 그대로군. 카타나에 있어선 산사타를 방불케… 아니, 그냥 산사타로군.”


“이얏-!”


지원의 텔레폰 카타나 휘두르기를 카렌은 이단 점프로 회피했다. 일반적인 집 한 채를 방불케 하는 넓이의 방을 둘은 10초 정도의 시간동안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얏-!”


지원의 날카로운 찌르기를 흘러 넘긴 카렌은 그대로 지원의 턱에 주먹을 내지른다! 지원은 고개를 젖혀 공격을 회피하며 그대로 홀스터에서 챠카 건을 꺼내 격발!


“핫-!”


카렌은 아슬아슬하게 닌자-사이버웨어로 몸을 빼며 카타나로 총알의 궤도를 바꿔냈다. 곧바로 카렌의 공격이 이어졌다.


“핫-!”


카렌의 정교하고 절제된 검술이 지원을 공격하자, 지원은 방어밖에 할 수 없었다. 검술 산사타인 그녀에게 반격할 틈이란 주어지지 않았다!


“핫-!”


그리고! 카렌의 카타나가 지원의 카타나를 베어버린다! 지원의 카타나는 산산조각이 나고, 그 충격에 차캬 건까지 놓쳐버렸다.


“이런!”


반으로 깨진 카타나 만을 든 지원 앞에, 카렌이 자세를 잡는다.


“하이쿠를 읊어라.”


“좆까.”


카렌이 최후의 카타나 일격을 날리는 순간! 지원은 왼팔을 뻗었다. 카타나는 지원의 손을 찢고 사이버웨어 팔을 갈랐다. 그리고! 카타나는 정확히 팔꿈치에서 기계장치에 걸리며 움직임을 멈췄다.


“사이버웨어!”


“으아아아아아아!!”


지원은 온 힘을 다해 팔을 비틀었다. 사이버웨어가 찢어지는 듯한 압력과 함께, 카렌의 카타나는 산산조각이 나 흩어졌다. 카렌은 당황했고, 닌자-당황은 패배로 이어진다. 지원의 부러진 카타나가 카렌의 배를 직격! 그대로 복부를 찌르고 장기를 갈라버렸다. 카렌의 몸이 뒤로 비틀거리더니 이내 피를 토했다. 지원은 팔에 박힌 카타나 조각을 뽑아버린 다음 카렌에게 다가갔다.


“내가 이겼어. 뭐든지 말해.”


배에서 피를 뿜으며 죽어가는 카렌=상, 그녀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핑크 베놈… 그곳에 정보가… 크억! 있다… 저… 데이터 카드를…”


지원은 탁자 위에 놓인 데이터 카드를 집었다.


“지원=상… 마지막 부탁이다… 내 머리를… 남쪽으로 돌려다오…”


순순히 카렌의 머리를 남쪽으로 돌려주는 지원=상… 적이었지만 그들의 행위에는 기묘한 우정이 있었다. 마침내 카렌의 머리가 남쪽을 향하도록 누워지자, 이제 출혈량은 상식을 벗어나게 되었다. 카렌은 온 힘을 다해 하이쿠를 읊었다.


“이제 가노라
 지옥의 저 너머로
 봄날 눈처럼…”


카렌은 마지막 미소를 지었다. 


“사요나라.”


그 말을 끝으로 감긴 카렌의 눈은 떠지지 않았다. 지원은 자기도 모르게 그녀에게 경의를 표했다. 그것은 그녀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카타나를 맞댄 자 사이에서 피어난… 기묘한 우정이었다.


“수화 씨, 대략적인 정보는 얻었어. 금방 정리해서 알려줄 게.”


지원은 반으로 갈라진 사이버웨어를 대충 붕대로 감아 고정시키고는 바로 LAD로 돌아갔다.


◆ 지원 vs 닌자 편 이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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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살어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