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무는
봄이 온다고
청록빛으로 물든다
바람도
봄이 온다고
빛과 함께 자신의 속을
바꾼다
옆 큰 산에는
나뭇가지만 웅성한 나무들이
빼곡히 심어져
거대한 울타리를 만들었다
고요한 빛이
물비린내와 함께
계속 내게 남아있다.
2.
나무들 사이에
잎이 없기에
후광이 새어
도로를 비추는데
내 옆에 나무들
사이에는
아무래도
하나님이 지나간 듯 하다
고양이도
풀잎들 안 박스 속에서
배를 벌러덩 까고
한깃 빛을 반기며
소곤소곤 잔다
지나가던 할아버지가
웃으시며
고양이를 반긴다
3.
과학관의 깃발이
바람따라 흔들리고
그 앞에 자동차들은
바람 뚫고 지나간다
할머니들이 오시고
동지를 만나면 작은 웃음을
지긋이
지으신다
부드러운 노랫소리가
내 귀에 속삭여서
고개를 돌리고 만다
4.
내가 걱정한건
이 탁한 공기에
매마른 목구멍을 적실
지갑을 두고온 것
그러나 이젠
괜찮다고 생각했다
풀잎은 빛 마시고
나도 빛 마시고
이토록 고대하던 하늘이
드디어 밝아올 기대에
아무것도 걱정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