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 7할의 살갗
이 아저씨는 쇳덩이란다
암 병동 바닥 격자를 철그럭
채우는 명제
병원 커튼은 올해 샀다는데
녹슨 아저씨는 그새 쉰다섯이다
항암제도 안 꽂히는 피부로
아저씨는 혼자 종양을 키우고 있었다
살도 나중엔 흙이 되니까
나는 흙 담긴 양철 화분 아니겠냐
아저씨네 종양은 자꾸 흙을 좀먹었다
암을 심은 화분의 흙탕물은 의료 폐기물
우리 병동 의사 선생님은
겨울 전에 아저씨가 죽는댔다
화분 아저씨 화수분은 순 나쁜 소식뿐
첫눈 오기 전에는 죽어야겠어
눈 맞고 종양이 시들 수도 있잖아
그치만 나는
겨울 눈의 냄새를 몰랐다
주삿바늘은 여섯 번 더 부러졌다
아저씨 침대가 젖었다
있음직한 슬픔의 기나긴 부재와
유난히 일렀다는 그 해 첫눈
나는 이제
이제 눈의 냄새를 안다
나의 처음과 끝의 내음
양철 살결 밖으로 전도되어 나가는 흙의 열과
함박눈 속에 식어 버린 종양을
내게 첫 눈을 보여준 한 화분의 냄새를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