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치부의 기억을 바다야, 파도야 전부 가져가버려라. 내 마음도, 내 생각도, 내 근심도, 내 육신도. 전부 가져가 저 깊은 수심에 묻어버려라. 나는 저 별과 함께 뉘이고 싶었으나, 저 별은 결코 도달할 수 없다. 달도, 별도, 그 무엇도 나와 함깨할 수 없다. 내게는 땅 위에 더 서있어야 할 이유도 없는데다 저 하늘은 나를 바라보지 않는다.
그러니 파도야, 바다야, 이리와라! 나는 저 수심아래에 묻히고 싶다. 저 수심조차 날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난 도대체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그러나 바다조차도 당장 없다. 땅은 불편하다. 하늘은 도달할 수 없다. 바다의 파도가 들리지 않는다. 땅은 나를 위해 알맞지 아니하다. 하늘은 그저 바라볼 수만 있다. 나는 어디애도, 그 누구와도 없다. 다시금 방황한다. 시계도 없다. 밤은 낮이고 낮이 밤이다. 나는 어디를 거니는가. 나는 어디로 향하는가. 수많은 질문중 답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은 아무도 없다. 그렇게 눈이 먼 채로 저 별만 꾸준히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다 그것마저 지쳐버리면 발 묶인 자신을 원망하며 땅에 애탄하리라. 내 이름 석자는 영원히 땅 위에 새겨지지 않을 것이다. 그 무엇을 긋고 잘라도 그럴 것이다. 그리 까마귀가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