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중학교를 막 입학하고, 새 학원을 다니기 시작할 때이다.

나에겐 모든것이 새로운 출발이었다.


 새 학원에서의 첫 수업. 그리 특별하지는 않았지만, 유쾌하신 선생님과 친절한 형누나들이 좋았다. 

(내 나이때 보다 한두단계 더 높은 반에 배정받았다.)

 첫 수업때 그녀는 없었다.

다음 주가 되었고, 그녀를 처음 봤을 때, 말 그대로 첫눈에 반했다. 

고양이같은 눈에 오똑한 코, 작은 입술까지 너무나도 예뻤다. 마치 외국 혼혈 같았다. 

또한 목소리가 제일 치였는데,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고음이였다.

한창 빠꾸없을 때라 바로 번호를 물어보고, 그 뒤로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며, 친밀감을 쌓아갔다.


 발렌타인데이 쯤 부터 내가 적극적으로 들이댔고, 3월 19일에 고백해서 사귀게 되었다.

우리는 굉장히 꿀떨어지는, 남들이 보면 세금 몇배 더 내라고 할 정도로 알콩달콩한 연애를 했다. 그녀가 2살 연상이었기에, 학원도 나보다 더 많이 다녔었는데, 집에서 1시간 거리인 학원에 마중나갈 정도로 적극적인 연애였다. 

노래방도 가고, 영화도 보고, 그 나이에 집데이트도 할정도로 서로에게 진심이었다.

첫키스도 했다. 하루하루가 행복했다.


하지만 몇개의 문제가 있었다. 

그녀의 부모님쪽은 연애를 별로 내키지 않아하셨고, 우리 서로의 집도 꽤나 먼 편이였다. (그녀가 길치였기에 항상 내가 데리러갔다.)

나이 차이의 문제도 서로 고민하던 참이였다.

또한 맨날 그녀를 만나면서 부모님과의 갈등이 심해져서 매일 집에 오면 싸웠다. 친구들 또한 멀어져 갔다.

나는 점점 그녀에게만 의존하게 되었고, 나의 세상에서는 그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결국 나는 그녀 앞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고, 그녀의 눈에는 내가 굉장히 불안정해 보였나 보다.


 불안정해 보이는것은 사실이었다. 나는 그때 매우 불안정했다. 

매일같이 싸우고 친구들은 내 뒷담을 까고.. 내 신념대로 살던것도 점점 지쳐갔다.

그러던 한 날, 비가 굉장히 많이 왔다. 강남이 물에 잠길 정도로 많이 왔었다. 

서로 기분이 좋지 않았고, 그녀가 예민하던 시기에 내가 말 실수를 했다.

그녀는 헤어지자고 했다. 그 다음날이 그녀의 생일이었던 만큼, 나에게는 너무 아쉬우면서, 내 세상이 붕괴되는 것이었다.


 현재에도 달라진것은 없다. 부모님과의 사이는 회복되지 않았고, 나를 싫어하는 친구들은 여전히 많다.

그녀도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어렵게 들어간 고등학교를 자퇴했다고 한다. 자해한 사진도 받았다.

나는 여전히 방황하고 있으며, 불안정하다. 몸도 안좋아지고, 폐인처럼 되어가고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는 나에게 너무 과분했다. 키도 작고 얼굴도 별로인 내가 뭐가 좋다고.. 주변사람 모두가 그녀가 너무 아깝다고 할 정도로 나에게는 과분했다. 어쩌면 5개월동안 매일같이 대꾸해준 그녀에게 고마워해야할지도 모르겠다.


 진짜로 사랑은 비극인걸까? 


 아니면 또다른 사랑이 나를 사로안아 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