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한가운데 가난함에 있어

누군가에게 빌어서 먹는다면

난 빌어먹기만 하는 

그 자체인가 싶었다.

받아보기만 한 적이 있던 바에 의하면

따스한 손길어린 동정심도

사실은 정신조차 부숴버리는

가장 사악하고 무지막지한 것이다.

마치 증오만을 받기 원하는 범죄자에게

피해자가 용서하는 것 처럼.

그렇기에 난 차라리 

똑같은 취급을 받는 것을 택하는 것이다.

나의 행동이 모자라다면

내가 어딘가 모자른 것으로 

이해받고 배려받기 싫었던 것이다.


ㅡ2024년 2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