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여기 보시면...”

 

 경기도의 한 정신상담소. 최근들어 우울증에 빠진듯한 느낌에 항상 우울한 감정을 가지고 있던 영호는 어느 날 한 상담을 받으러 갔다. 그곳에서 의사에게 들은 얘기는 스트레스를 담당하는 기능이 무뎌져 화를 내거나 하지를 잘 못한다는 것이었다. 영호에겐 딱히 충격적이거나 하지 않았다. 단지 자신의 몸에 있던 어느 한 부분을 알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냥 그러러니 했다. 자신의 우울한 기분도 무뎌진 감정도 약을 먹고 하면 다 나을 것이니 딱히 괜찮다고 느끼는 것이 한 몫했다고 볼 수도 있다.

 

평소에 느꼈던 감정들은 스트레스가 배제된 상태인걸까. 딱히 웃기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다. 다른건 없었다, 느낌도 없었다. 그렇게 아침이 되어 학교를 나선다.

 

“야, 뭐하냐.”

 

영호의 가장 친한 친구인 민섭이가 찾아왔다. 이 둘은 반은 다르지만 어릴 적부터 친해서 교류가 잦았다. 영호는 아직 민섭이에게 얘기하지 않고 있다. 자신이 지금 어떤 상태인가를. 착하니까. 걱정하겠지. 아무리 그래도 친구를 걱정시킬 순 없는 노릇이었다. 때문에 이 상황은 비밀에 붙이고 평소대로 행동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냥. 뭐 이것저것.”

“교실에서 그러고만 있지 말고 좀 돌아댕기자. 어?”

“싫어. 귀찮게 왜 그래야돼?”

 

실없는 이야기만이 오가는 와중에 한 여자아이가 이 둘 앞에 나타났다. 

 

“야, 비켜.”

“뭐야, 갑자기.”

 

마치 일진인 것 마냥 둘에게 아주 차갑게 말을 건 여자애. 학년에서 평소에 싸가지 없고 무섭다고 소문이 자자한 그녀, 하은이가 둘 앞에 서 있었다. 

그녀의 소문은 자자했다. 미모는 연예인 뺨칠 정도로 아름다우나 성격은 그의 정 반대를 연상시키는 듯하다. 정말 나쁘다란 한마디로는 모자르다. 일진, 악녀, 등 여러 가지 별명으로도 설명이 안되는 그녀의 포악함은 친한 애들 마져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으니. 그저 이쁘니까. 주변에서 진정으로 그녀에게 다가가는 이들은 단 한명도 없었다. 

 

 영호도 그녀가 이쁘다고는 생각했지만, 그것 말고는 별 감흥이 없었다. 그냥 이쁜사람이 있다. 그정도의 관심이었다. 민섭이가 갑자기 나타난 하은이의 등장에 약간 당황하긴 했으나 이내 하은이의 말 한마디가 민섭이를 돌려보냈다.

 

“야, 안꺼져?”

“네,넵.”

 

왜 존말을 쓰는거야. 민섭이는 급하게 자기 교실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영호 옆자리에 앉더니 대뜸 한 마디가

 

“야, 병신아.”

 

이 말이었다. 영호는 그럼에도 화가 나질 않았다. 아니 처음 만났을때부터 그랬다. 

 

 급식실에서 밥을 먹고 있던 영호는 하은이가 어떤애와 부딪혀 음식물이 옷에 끼얹져 진 걸 발견했다. 주변 애들의 들리는 수군거림은 하은이의 걱정보단 부딪힌 그 아이에 대한 걱정이 대다수였다. 

 

‘야, 쟤 어떡해. ㅈ된거 아니야?’

‘어휴, 쟤는 이번 학년 글렀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리. 영호는 일단 부딪힌 애부터 걱정해야 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수군거림은 곧 큰 소리로 변하였다.

 

꺄아아아아악-

 

뭔가 싶어 자세히 보니 하은이가 부딪힌 애의 머릿카락을 잡고는 대뜸 주먹으로 때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광경에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결국은 선생님이 와서 중제를 해서야 겨우 끝이 나버렸다. 아무리 그래도 저건 너무한거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들게 했다. 하지만 결과가 그 생각을 뒤엎어 버렸다.

 

‘야, 그 년 그냥 말로만 주의받고 끝났데.’

‘뭐? 진짜 백 있다고 막나가는거 아니야?’

 

그 사건의 결말은 그저 주의를 주는 상황으로 마무리 되었다는 것이었다. 민주주의 나라에서 저런 결과라니? 영호는 아무리 생각해도 심각할 정도로 미쳤다고 느꼈다. 최소한 학교폭력으로 선도될 줄 알았던 그 사건은 이렇게 무마하게 된 것이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며칠 후 점심시간 겸 소화도 시킬 겸 해서 학교 뒷마당으로 산책을 나섰다.

 

 그 순간 영호의 눈에 보인건 정자에서 웅그리 앉아 훌쩍이는 하은이였다. 순간 그 때의 일이 생각난 영호는 몰래 다른쪽으로 돌아갈려 했으나 웬일인지 발이 떨어지지 않아 주변을 둘러보곤 다가갔다. 훌쩍이는 하은이 앞에 서 말을 걸려고 했으나 뭔 당최 말을 해본적이 있어야 이야기를 하지 싶어 망설이던 그때

 

“뭐, 병신아.”

 

훌쩍이지만 확실하게 들려오는 욕. 고개를 푹 숙인 채 울고 있는 하은이의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기분이 영 좋지 않다는건 확실해 보였다.

 

 영호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건내주었다. 고개를 들어 영호를 본 하은이는 이게 뭔가 싶은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눈물, 써.”

 

그 순간 창피해졌는지 얼굴이 빨개진 채 손수건을 낚아채듯 가져가 눈물을 닦고 있었다.

 

“언제부터 여기 있었어.”

“네가 울고있는 중..에?”

 

창피한걸까 싶어 고개는 하은이를 향했으나 눈은 주변을 둘러본 채 정신이 없었다. 자신이 갑자기 나서선 안면식도 없는 애한테 이러고 있음에 영호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눈물을 다 닦았는지 손수건을 대충 건네주더니 이내 곧바로 자리를 뜨는 하은이의 모습을 멍한 자세로 바라보았다. 그 이후로 시간이 지나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었을 때 만나게 되었다.

 

“야, 병신아. 오랜만이다?”

 

다른애한테 말하는건가 싶어 그저 가만히 핸드폰을 보고 있던 영호의 이마에 딱밤을 놨다. 

 

“아!”

“새꺄, 말하는데 씹냐?”

 

이마를 문지르며 고개를 드니 하은이가 기세등등한 듯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 이후로 하은이는 자주 영호를 부르나 보통은 부르기만 할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영호도 대답만 잘 하면 그냥 지나간다는 걸 알게 된건지 그저 부르면 자동적으로 대답하는 기계처럼 행동했다. 둘 사이엔 어떠한 대답이나 공유할만한 이야기 등이 없었음에도 꾸준히 대답하고 있었다.

 

“야 넌 어떻게 저런애랑 잘 지내냐?”

“잘 지낸다니? 아무 사이도 아닌데.”

 

“헐? 야 쟤 성격 완전 사이코패스야. 하도 일은 많이 벌이는데 아빠가 높으신 분이라서 처벌도 안 받고 그냥 여기 여왕 그 자체라니까? 심지어 선생님들도 피하더라.”

 

하굣길에 영호와 민섭이는 하은이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하며 집으로 돌아가지만 사실상 영호는 그저 대답만 할 뿐 하은이에 대해 별 관심도 없고 할 이야기도 없기에 그저 민섭이가 말하는 것만 듣고 흘러 넘길 뿐이었다.

 

집에 도착에 침대에 아무 생각없이 누워있다. 그럼에도 한 여자가 생각나는건 왜일까. 알 수 없는 감정을 뒤로 한 채 병원에서 받은 약을 먹곤 귀찮다는 듯 다시 잠에 빠져 들었다. 

 

꿈 속에서 보이는건 자신을 무뤂배게 하고 뚫어져라 쳐다보는 하은이의 모습이었다.

 

 둘이 눈을 몇 시간이나 맞댄 걸까. 하은이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오더니 이내 자신의 입술에 입을 맞춘 채로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영호는 이 상황에 당황함을 느끼기보단 왠지 모를 황홀함을 느꼈다. 얼굴이 예뻐서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일까. 그렇게 얼굴을 맞닿은 채로 서로 입술을 탐하며, 그렇게 일순간 시간이 멈춘 듯 그러하였다.

 

잠에서 깬 영호는 시계를 쳐다보았다. 시간은 새벽 4시를 향해있었고 기분은 상쾌하지만, 왠지 모를 찜찜함이 남아 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거실에 나와 물 한 잔 마신 뒤에 다시 방으로 돌아가 자신이 꾸었던 꿈을 곰곰이 되뇌었다. 황홀경에 빠질듯한 그 분위기를 다시 한번 더 상기시키고 싶다고, 다시 한번 다 꾸고 싶다고 바랬건만, 결국 돌아오는 건 후에 돌아오는 창피함 뿐이었다.

 

‘왜 그런 꿈을 꿔가지곤...’

 

이불을 덮어 눈을 감으며 혹시 다시 꾸면 어떡하지란 기대감에 다시 잠에든 영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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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윽, 흣... 영호야...

 

한 여성이 침대에 앉아 벽에 기대곤 자신의 음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깊게 넣지 못하고 겉에만 만지며 속으로 애타게 한 남자의 이름을 부른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녀의 꽃잎에는 끈적한 액들로 뒤덮여 있었고 자신의 손가락에는 그 흔적이 묻어있었다, 그녀는 만족한 듯 풀린 눈으로 자신의 손가락을 유심히 바라보곤 이내 입에 넣어 빨기 시작했다. 

 

스스로의 위로지만 누군가 자신에게 해주는 것처럼 애무하는 그녀, 하은이는 이내 곧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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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부는 어느 겨울 아침. 영호는 학교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식탁에 앉은 영호는 정성스럽게 준비한 어머니의 아침을 먹으며 tv에서 들려주는 오늘 날씨에 대해 듣고 있었다.

 

“오늘 많이 춥다고 하네, 좀 따뜻하게 입고 그러렴.”

 

“그럴게요.”

 

아침을 다 먹곤 집에서 나와 추운 등굣길을 걷기 시작했다. 날씨가 많이 춥긴 한가보다. 영호는 목도리를 안 풀리도록 고쳐매곤 다시 길을 걷는다. 왠지 모를 추위가 영호를 뒤덮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느낌은 추위와는 조금 다르다. 누군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만 같은, 그런 싸한 느낌이 자신을 감도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 기분 나쁜 느낌을 간직한 채 학교에 갔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교실엔 사람 소리 하나 없이 조용했다. 교실이 주는 고요함은 약간 닭살이 돋을 정도였다. 영혼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 노트를 꺼내 조용히 뭔가를 적기 시작했다. 사실 영호에겐 어릴적부터 뭔가를 끄적이기를 좋아했다. 시를 쓰기도 좋아했고, 글을 쓰는것도 좋아했다. 때문에 어릴적엔 글쓰기 상도 여럿 받은 전적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여러 문제가 겹쳐 글쓰기란 꿈을 포기하고 지금은 그저 취미로만 쓰고 있다. 

 

드르륵-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아침부터 기분이 나빠보이는 한 여자가 걸어들어온다. 이내 영호의 옆자리에 않고서는 책상에 팔을 기대고 턱을 괸채 영호를 바라보았다.

 

가만히 바라보는 여자, 하은이는 자신의 자리가 아님에도 왜 앉아서 자신을 바라보는 걸까. 그저 바라보는 것에 궁금한 영호는 하은이에게 물었다.

 

“왜?”

 

“뭐가.”

 

질문하는 것 자체가 맘에 안드는 건가 싶어 하은이를 내버려두고 다시 글쓰기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뭐 써?”

 

“글.”

“무슨 글?”

 

“이것저것.”

 

이야기에 살은 없고 그저 단답형 식으로 짧게 오가는, 간단한 안부를 묻듯이 대화한다. 이것마져도 다른 애들은 영호를 특이한 애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 막 나가는 하은이를 두고선 저런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특이점이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말도 험하게 안하는 하은이와의 대화는 학교에서 대화하는 애들중에는 단 한명도 없을 것이다. 굳이 뽑자면 선생님들 정도일 것이다.

 

“다 쓰면 나도 보여줘.”

 

“다 쓰면.”

 

그렇게 하나 둘 애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은이는 애들이 슬슬 들어오자 자기 자리로 돌아갔고 영호는 그렇게 글 쓰기에 다시 몰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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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시간이 된 후 급식실에서 밥을 먹고 돌아온 영호는 책상 서랍을 뒤지다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고개를 숙이고 책상을 이리저리 뒤져보곤 다시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핀다.

 

‘내 공책...’

 

점심 먹기 전 서랍 속에 넣어둔, 자신이 써둔 글 공책이 사라졌다. 누가 훔쳐갔나? 싶어도 어떤 사람이 새 공책도 아닌 거의 다 쓴, 헌 공책을 가져가겠는가? 자신의 가방도 뒤져보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혹시 싶어 옆 자리 서랍도 몰래 뒤져보았는데 없다. 어디 간걸까? 

 

공책이 사라졌다는 찜찜함을 감추지 못한 채 귀가를 했다. 집에 돌아와 혹시나 싶어 가방을 한번 더 뒤져봤지만 찾을 순 없었다. 

 

‘어디간거지? 분명히 거기다 둔거 같았는데...’

 

하지만 없어져도 딱히 상관없으니 문제될건 없었다. 이름도 안 쓰여 있겠다, 누군가 발견해도 자신이 썼다고 알려지지만 않으면 상관없을 일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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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이게 바로...!”

 

한 소녀가 공책을 껴안고 침대에 몸을 날려 누웠다. 이내 공책을 펼치고 안의 내용물을 읽기 시작했다.

 

“하아아...”

 

안에 든 내용은 영호의 생각과 상상 그리고 여러 시들이 적혀 있었다. 차마 남들한테 말하지 못할 비밀들과 손발이 오그라들 것만 같은 이야기들이 소녀의 기분을 고상시켰다. 

 

“영호는 이런 얘기를 쓰는구나? 후훗.”

 

공책을 읽고는 액자를 꺼내더니 그 안에 집어넣곤 정성스럽게 보관하였다. 그 주위에는 마치 트로피를 진열하듯 여러 공책과 연필, 또는 쓰레기 같은 것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이 수많은 것들을 보며 미소를 짓는 소녀, 하은이의 감정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벅찬 기쁨이 가득했다. 자신의 컬렉션이 추가된 기쁨, 새로운 걸 알게 됬다는 고양감 등이 자신의 흥분되는 감정을 더욱 증폭시켰다. 그 증폭은 점차 자신의 하반신으로 향하였다.


"으읏..! 영호야..! 영호야...!!"


하은이의 외침은 한 남자를 향했으나 듣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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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으로 쓸려고 했는데 뭔가를 설정하고 쓰는것도 아니고 하니까 그냥 짧게 짧게 쓸려고 함

소프트 얀쪽으로 갈듯 

근데 얀데레 묘사 쓸땐 이것보다 더 해야 꼴림? 얀붕이들아 생각좀 말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