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결투표(自決投票)

 

 

0.

 

“……?”

 

남자는 정신을 차린다.

깜빡 잠이 들었나 싶었지만 살펴보면 어째선지 낯선 풍경이다.

 

꽤나 넓은 콘크리트 방.

천장과 벽면에 조명이 달려있지만 빛이 약해서 꽤나 어둑어둑했다.

 

그 중앙에 괴인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마이크를 들고 있었다.

 

괴인.

그렇게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었다.

 

머리에 호박을 뒤집어쓴 정장 차림의 인물.

체형을 보아선 아마도 여성일까.

 

“반갑습니다.”

 

그 의문에 확신을 내어주듯 잭 오 랜턴은 말하기 시작한다.

확실히 여성의 목소리였다.

 

“많이 혼란스러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주위를 스윽 훑어보더니 말을 잇는다.

 

“여기는 어디인가. 나는 왜 여기 있는가. 내 옷차림은 또 왜 이런가.”

 

그 말에 그제야 자기 자신의 모습을 확인해본다.

마치 새하얀 환자복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질문에 대한 답을 간단히 해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은 납치당하신 겁니다.”

 

‘여러분’이라는 표현에 의문이 들어 눈알을 굴려본다.

 

스포트라이트가 중앙만을 비추고 있어서 알아채는 것이 늦었으나

자세히 보니 그 외에도 다른 인물들이 서있었다.

 

그 자신과 괴인을 제외하면 모두 여섯 명.

 

점차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며 그 사람들이 잘 보이기 시작하자 그는 깜짝 놀라고 만다.

 

거의 대부분이 아는 얼굴들이었던 탓이다.

 

“무엇이 목적인가? 그것 역시 간단합니다.”

 

과장스럽게 양팔을 벌리며 괴인은 외쳤다.

 

“즐거운 게임을 하나 해봅시다. 우승 상품은──”

 

그리고 그 다음 순간 스포트라이트가 남자에게로 향한다.

또래 여자들보다도 조금 작은 키와 앳된 고양이상의 얼굴.

 

괴인은 갑작스러운 빛에 눈을 찌푸린 그를 가리키고 있었다.

 

“──당신입니다, 백이란 씨.”

 

 

1.

 

백이란은 학생이었다.

 

스스로가 생각하기에 자신을 표현할 만한 단어는 그 정도뿐이었다.

 

모범생이라기엔 애매하고 우등생이라고 할 만한 성적도 아니다.

그렇다고 불량한 학생은 더더욱 아니었다.

 

다만…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자신의 키가 ‘약간’ 작은 편에 속한다는 것은 자각하고 있었다.

 

남자 평균은커녕 여자 평균에 미칠까 싶은 정도의 키는 백이란에게 있어 꽤나 콤플렉스였다.

하다못해 이제 두 살 아래의 여동생에게까지 따라잡히기 직전이니 말 다했다.

아니, 직접 대어보질 않았으니 이미 역전당했는지도 몰랐다.

 

주위에서는 남녀를 가리지 않고 귀엽다고 해오지만 전혀 기쁘지 않았다.

 

이전에 귀엽다는 소리 하지 말라며 화낸 적도 있긴 했지만

다들 말로는 사과하면서도 전혀 변화가 없기에 결국 체념하고 말았다.

 

“자, 그럼 돌아가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문득 목소리가 들려와 그쪽을 바라본다.

 

본래 키 차이도 조금 있는데 이쪽은 책상에 앉아있으니 상체가 먼저 시야에 들어온다.

교복 가슴팍의 명찰에는 ‘강문희’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고개를 조금 더 들어올린다.

어깨를 조금 넘는 머리칼이 곧게 뻗어있다.

교칙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간소한 헤어밴드는 이전에 백이란이 선물했던 물건이었다.

 

얼굴을 빤히 보고 있자 강문희는 안경 너머로 배시시 웃었다.

어쩐지 귀여운 그 모습에 그도 무심코 웃어버리고 만다.

 

성실한 우등생. 학급반장.

그냥 ‘학생’인 백이란과 다르게 여러 표현을 붙일 수 있는 그녀였다.

 

그러나 한 달 전부터 그는 강문희를 의미하는 단어 하나를 더 추가했다.

 

현재의 그녀는 그의 여자친구였다.

 

옛날부터 소꿉친구였던 그녀에게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지난 달 같이 하교하던 도중 무심결에 그녀를 좋아한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말았다.

 

그런데 다행이었던 것은 백이란이 스스로의 말에 깜짝 놀라 실수라고 말하기도 전에

그녀가 얼굴을 붉히더니 자신도 그렇다며 끌어안아온 것이었다.

 

물론 하굣길에 그런 일이 있었으니 바로 다음 날에 친구들에게 질문공세가 쏟아졌지만…

그래도 그녀가 바로 옆에 있으니 이것저것 답변해주는 것조차도 어쩐지 기분 좋았다.

 

특히나 그녀에게 너무 고마웠던 것은 남들처럼 자신을 단지 귀여운 존재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의 또래 남자로서 봐준다는 점이었다.

 

사실 그녀에게 연애감정을 품은 것 역시도 그런 점 때문이었다.

 

굳이 단점을 말하자면 서로가 첫 연애라서 진도가 좀 느린 감이 없잖아 있었다는 거지만

그녀와 동등한 연인으로서 나란히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했기에 문제는 없었다.

 

“미안, 나 오늘 미술부 가야 돼.”

“맞다. 오늘 수요일이었지?”

 

그러나 백이란은 함께 하교하자는 그녀의 제안에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강문희도 그제야 떠올랐다는 듯 쓴웃음을 짓는다.

 

“네가 하는 게 뭐랬지? 유화?”

“응.”

 

엄밀히 말하자면 ‘미술부’라는 이름은 정식 명칭이 아니다.

이 학교 미술부는 부원 부족으로 페부된 지 오래였으니 말이다.

 

집안이 넉넉한 편은 아니었지만 중학교 때는 미술부에 지원이 꽤 들어와서

여러 도구를 제공해준 탓에 나름 취미로 삼을 수 있었다.

 

여간 돈 들어가는 취미가 아니라 고등학교에 올라오며 포기할 생각이었는데

같은 학교로 온 미술부 학생 하나가 선뜻 동아리를 만들 테니 들어오라고 한 것이었다.

 

“재료비까지 다 대주는데 양심 때문에라도 빠질 수가 없더라고.”

“그래도 그림 좋아하잖아? 나보다 그림이 좋은 거냐는 헛소리는 안 할 테니 마음껏 갔다와.”

 

사실 공식적인 동아리는 아니고 미술 선생님께 허락을 받아 미술실을 빌려쓰는 정도였지만

그 미술도구랍시고 지원해주는 정도의 품질이 장난 아니었다.

 

중학교 때부터 대기업 손녀딸이라고 유명하던 사람이었으니 이 정도가 아니면 성이 안 차는 걸까 싶었다.

그 정도면 개인 아틀리에 정도는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혼자 그리면 재미가 없다는 모양이다.

 

“일주일에 네 번 같이 돌아가는 정도면 충분히 많지.

오히려 남친 취미 지원해줘서 고맙다고 성란이한테 인사하러 가야할 정도인걸?”

 

강문희는 자리에서 일어서는 그의 등을 툭툭 두드리며 그렇게 말했다.

 

“오늘은 선정이 언니랑 돌아가지 뭐.”

 

그러면서 언급하는 이름은 또 다른 소꿉친구의 것.

 

고등학교 올라오면서 머리를 금색으로 물들이거나 불량한 행동을 하기에

그녀와 어느샌가 거리를 두고 있는 백이란이었는데

그의 연인은 ‘옛날이랑 변함없이 착한 언니다’라면서 최근에도 친하게 지내는 모양이었다.

 

굳이 그녀 앞에서 험담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으므로

백이란은 다시금 그녀에게 함께 못 가줘서 미안하다며 인사할 뿐이었다.

 

떠나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이내 다시 가방을 싸고 그 역시 교실을 나왔다.

 

그 와중에 알아차린 건데 볼펜이 하나 없었다.

그러고 보면 최근 물건을 너무 많이 잃어버린다는 생각이 든다.

정신을 다른 데 빼놓고 다니지 않도록 주의해야할 것 같았다.

 

오늘 수업이 끝난 직후라 그런지 복도에는 학생들이 잔뜩 돌아다니고 있었다.

 

작은 체구로 저 인파를 뚫고 가기엔 힘들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의외로 그렇지만도 않았다.

보통은 눈이 마주치면 꽤 높은 확률로 길을 터주곤 했다.

이럴 때만큼은 새끼고양이 취급도 나쁘진 않은가 생각해버리고 마는 백이란이었다.

 

“이란아?”

 

그렇게 계단 앞을 지나가려는 찰나 누군가 이름을 불러 뒤를 돌아본다.

 

“아, 선생님.”

 

이시연. 이 학교의 미술교사인 여성이 때마침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정장 차림에 비녀라는 언밸런스하면서도 어쩐지 어울리는 조합.

 

아니, 어쩌면 그냥 얼굴 때문인지도 모른다.

보통 잘생기고 예쁘면 거적때기도 어울리기 마련이라고 하니까.

 

“미술실 가니?”

“네.”

“그럼 같이 가자.”

 

약간 날카로운 눈매로 그를 잠시 바라보다가 이시연은 성큼 다가왔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희미하게 담배 냄새가 풍겨왔다.

아마 학교 뒤뜰에서 담배를 피다가 올라오는 길이었을 테다.

 

이내 백이란은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또각또각. 굽 낮은 구두가 복도 바닥을 울리며 옆에서 따라온다.

 

“…이란아.”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잠시 걷다가 문득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그녀 쪽을 바라보면 어쩐지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오늘 무슨 날이니?”

“무슨 날이라니요?”

“아니, 애들이 없길래 뭘 하러 갔나 싶어서.”

 

그제야 백이란은 주위를 둘러본다.

어째서인지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조금 전까지도 학생들이 잔뜩이었는데 어느샌가 전부 사라져 있었다.

 

“그러게요. 분명 방금까지만 해도 많았는데.”

 

백이란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말하곤 연신 사방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복도의 불이 하나씩 꺼지기 시작한다.

 

“흠… 이란아, 내가 이런 장면을 공포영화에서 봤는데.”

“괜히 무섭게 그런 소리 하지 말아주세요!”

 

날이 아직 밝아서 불이 전부 꺼지고도 그다지 어둡진 않았다.

그러나 명백한 이상현상임은 사실이었기에 신체에 소름이 돋아버린다.

 

긴장하며 주위를 살피고 있으니 이제는 방울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흠칫흠칫 어깨를 떨고 있으니 그 위로 손이 올라온다.

안심시켜주려는가 싶어 감사를 표하려고 고개를 돌렸다.

 

…호박에 얼굴을 새긴 괴인이 그 자리에 서있었다.

 

차마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호박이 이상한 연기를 내뿜었다.

뒤늦게 켁켁거리며 그것을 뱉어내려 하지만 당연히 제대로 될 리 없었다.

 

백이란은 점점 의식이 흐릿해지는 것을 느꼈다.

머릿속에 온갖 가능성이 스쳐지나가지만 고찰하기도 전에 안개가 되어 흩어지고 만다.

 

몸에서 힘이 빠지고 눈이 감겼다.

이윽고 버텨야 한다는 생각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었을 순간──

 

──그는 콘크리트로 된 방에서 깨어난다.

 

 

 

2.

 

“참가 플레이어를 호명하겠습니다.”

 

백이란은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째서 자기가 이곳에 있는 것이며, 또 어째서 저들은 이 자리에 있는 것인가.

 

그리고 게임이라니?

 

백이란은 기절하기 전의 기억을 떠올려본다.

거의 심령현상에 가까운 일을 겪은 끝에 그는 납치당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런 짓까지 해서 벌이는 게 고작 게임이라니.

 

심지어… 그 우승 상품이 자신이라니.

 

“백이란 씨. 당신은 상품 본인이므로 우승하실 수는 없습니다만 플레이어로는 참가하게 됩니다.”

 

손끝으로 그를 척 하고 가리키며 괴인은 웃었다.

그리고 이내 그 손끝이 천천히 움직였고 스포트라이트 역시 그것을 따라갔다.

 

“강문희 씨.”

 

안경을 쓰고 헤어밴드를 한 그의 연인.

학교에서 보았을 때와 똑같은 모습이었지만 옷차림만큼은 그와 같은 환자복이었다.

 

또다시 스포트라이트가 천천히 움직인다.

 

“박선정 씨.”

 

그의 또다른 소꿉친구가 강렬한 빛에 미간을 찌푸리며 그곳에 서있었다.

노란빛으로 물들인 단발은 염색한 지 꽤 되었는지 정수리 근처가 거뭇거뭇했다.

 

“백은하 씨.”

 

다음으로 조명이 향한 곳에는 그의 여동생이 있었다.

머리를 낮은 데서 묶어 정리한 그녀는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이시연 씨.”

 

조금 전… 실제로는 한참 시간이 지났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기억 상으로는 직전까지 함께 있던 여성.

그 교사가 머리에 꽂고 있는 비녀는 여전했으나 옷은 마찬가지로 환자복이었다.

 

“박루미 씨.”

 

…이번에는 모르는 사람이었다.

아니, 어쩌면 스쳐지나며 본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적어도 이름은 확실히 기억에 없었다.

 

등까지 내려오는 머리칼은 정리하지 않아 산발이었고,

앞머리는 눈을 거의 다 가릴 지경이었다.

그녀는 조명이 자신에게 향하자 몸을 움츠린다.

 

“성란 씨.”

 

마지막으로 조명이 향한 인물은 괴인을 마구 노려보고 있는 여자였다.

교칙에 걸리진 않을까 싶은, 어깨까지 내려오는 S컬 웨이브.

 

그녀는 당황보다도 분노에 가까운 표정이었다.

당장이라도 소리칠 것만 같은 그런 모습이었는데 의외로 그러지는 않았다.

 

어째서인가 생각하고 있다가 백이란은 이내 그 이유를 알아차린다.

주위 사람들에게 말을 걸려고 했더니 목소리가 전혀 나오질 않았던 것이다.

 

“자, 그러면 게임을 시작해봅시다.”

 

그리고 이내 스포트라이트 조명이 꺼진다.

사방에 있는 어두운 조명만이 겨우 실내를 비출 뿐이었다.

 

“아주 간단한 게임입니다.”

 

그 가운데서 괴인만이 여유롭게 말을 이어나간다.

 

“투표를 해서 한 사람씩 탈락시키다가 마지막에 남은 사람이 우승하는 겁니다. 쉽지요?”

 

일단 여기까지는 확실히 간단해보였다.

그러나 이런 공간까지 준비해서 하는 게 그걸로 끝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 외의 규칙은 여러분들이 결정합니다.

매일 밤 10시에 투표를 통하여 이 게임의 규칙을 하나씩 정해가도록 하겠습니다.”

 

분명 생긴 건 평범한 호박이었는데 입꼬리가 히죽 올라간다.

 

“혹시 질문이 있는 플레이어 분이 있다면 손을 들어주시겠습니까?”

 

장난기 가득한 그 목소리는 연령을 짐작하기 어렵게 했다.

 

“네, 강문희 씨. 말씀해주시죠.”

 

괴인은 이내 손을 들어올린 그녀를 바라보았다.

강문희는 자신의 목에 손을 대더니 목소리가 나오는 걸 확인하고 입을 연다.

 

“왜… 이런 걸 하는 건가요…?”

 

떨리는 목소리. 당연히 그녀도 이 상황에 적잖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으리라.

 

“그야 게임은 당연히 재밌으니까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호박은 고개를 까딱대며 마구 웃을 뿐이었다.

 

“이시연 씨. 말씀해주시죠.”

“그 탈락 투표라는 건 어떻게 하는 거야? 최대한 빨리 끝내고 싶은데.”

 

뒤이어 손을 들어올린 건 미술교사였던 그녀.

그녀는 어차피 상대에게 저항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는지 침착하게 게임의 룰을 묻기 시작했다.

 

“사흘 뒤부터 투표함을 놔두겠습니다.

그곳에 들어간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많다면 그날 밤은 규칙 제정 대신 탈락 투표가 진행됩니다.”

“매일 투표가 되면 일주일 정도로 끝낼 수 있다는 소리구나.”

“바로 그렇습니다.”

 

이내 이시연은 말을 잇는다.

 

“이란이가 상품이라는 말은?”

“말 그대로 그에 대한 소유권입니다. 저희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완전한 소유를 보장드리죠.”

“요즘 시대에 노예 제도는 좀 그렇지 않아?”

“그 성씨 집안 아가씨를 납치했다는 점에서 저희 힘은 증명된 게 아니겠습니까.”

 

저 괴인의 설명에 따르면 적어도 일주일 정도는 이 게임이 지속된다.

아마 그럴 일은 없겠지만 누군가 훼방을 놓으면 더욱 길어질 수도 있다.

 

재벌가 따님을 그만큼이나 붙잡아둘 수 있다는 자신이 있는 것이리라.

백이란이 마지막으로 보았던 기이한 현상은 그것을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들었다.

 

“왜… 하필 오빠인가요?”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그에게 큰 호의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

 

다음으로 질문을 한 것은 그의 여동생이었다.

 

순간적으로 무슨 연인이 있는 사람을 상품으로 만드는 거냐 싶기도 했지만

생각해보면 여동생이 여기 있는 시점에서 ‘가족애’나 ‘우정’도 포함한 이야기일 테다.

 

하지만 아무튼 자기 때문에 엮여서 끌려온 거라는 소리가 아닌가.

백이란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 다음에는 박선정이 손을 든다.

금발의 소녀는 마구 인상을 찌푸린 채였다.

 

“폭력 행위라도 발생하면 어쩔 생각이야?”

“폭력에 대한 규칙이 제정되지 않는다면 개입하지 않습니다.”

“…즉,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하지 않는다고?”

“사회의 법률이 적용되지 않는 치외법권이라고 생각해주시길. 다만 살인만큼은 금지입니다.

더 질문하실 분 계십니까?“

 

충격적인 발언을 하더니 괴인은 어깨를 으쓱인다.

 

“아무래도 이 이상은 질문이 없는 것 같군요.”

 

그리고 잠시 주변을 슥 훑어보더니 말한다.

 

사실 질문이 없는 게 아니라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서 뭘 물어야 할지 모르는 것에 가까운 것이다.

그러나 괴인은 과장스럽게 짝 하고 손뼉을 맞부딪혔다.

 

“게임이 종료되는 것은 두 가지 경우입니다.

하나, 백이란 씨를 제외하고 한 사람의 플레이어만 남았을 경우.

이 경우 해당 플레이어의 우승이 됩니다.

 

둘, 사망자가 발생했을 경우.

이 경우에는 우승자가 없이 게임이 종료.

여러분들을 바로 다음날 해방하겠습니다.

이것은 첫 번째 케이스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설명은 끝입니다. 그럼 즐거운 게임 되시길.”

 

그러더니 호박은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었다.

마치 안개처럼 몸이 흩어지더니 온데간데없이 사라져있었다.

 

“…….”

 

침묵이 감돈다.

분명히 넓은 방일 텐데도 어둠과 침묵에 짓눌려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인물이 많다보니 아마 초반부가 꽤 늘어질 것 같은 작품.

일단 주인공 주변은 당장 납치감금조교 당해도 이상하지 않도록 설정해두긴 했음.

그리고 캐릭터 관계상 역NTR 요소가 진하게 들어갈 것 같으니 유의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