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났어?"


그녀가 나에게 묻는다. 언제나와 같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맞이한다.


"알면서 왜 물어?"


"너와 같이 있고 싶으니까."


같이 있고 싶다?

말은 쉽다.

그러나 방법이 좋지 않다.

사람을 포박해 둔 채로 대화를 하다니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지 않은가?


"왜 나를 묶었어?"


"만약 내가 이렇게 하지 않으면 넌 도망칠 거니까."


"도망치게 할 만한 행동을 한 네가 나쁜 게 아닐까?"


"너무해…"


"너무하지 않아. 상식적으로 너보다 당돌한 15살은 없을 거야."


"하지만, 좋은 걸..."


"나이 차이가 5살이나 나는데도?"


"응…"


수줍게 얼굴을 붉히는 그녀.

나를 마주하지 못한 채 시선을 피한다.

타인의 시선으로 보기에 내 무릎에 앉은 그녀는 사랑스러울지도 모르나 나에게는


"살인자."


"네가 나쁜 거야. 그래도 나는 너를…"


사랑해, 라고 그녀는 말한다.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격렬한 증오심에 피가 거꾸로 솟는 게 느껴진다.

그리고


"왜! 어째서! 차라리 날 죽이지, 왜 죄 없는 그녀를 죽…!"


말은 더 이어지지 않는다.

작은 입술이 포개진다, 입맞춤, 그 대가 없는 선의가 나를 잠재운다.

정적이 이어진다. 포근함이 계속된다. 그녀는 나를 껴안고 입을 맞춘 채 그저 흘러가는 시간을 느낀다.

그리고


"네가 갖고 싶었어. 하지만, 그녀는 너를 놓지 않았어. 그래서 죽였어."


담담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그녀는 미소짓는다.

조용한 광기, 사람을 죽인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그 미소는 포근했다.

포근함과 달달함이 소용돌이치는 증오를 잠재운다, 눈앞이 깜깜해진다. 눈에 맺힌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사랑해, 그리고 영원히…"


달이 차가운 밤은 그렇게 지나간다.


***


간단히 손풀려고 써본 단편

1000자도 안되는 좆밥소설이지만, 재밌게 봐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