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 https://arca.live/b/yandere/19844951

2편 : https://arca.live/b/yandere/19846988


2편에서 곧바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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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속 시간에 맞춰 공원에 도착한 백율. 

공원에 도착하기 전, 아니 공원에 도착해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한영을 보기 직전까지도 백율은 한영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하얀 코트를 입은 채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한영을 보게 되자 백율의 분노는 차츰 누그러졌다.


그래서 그는 그저 조용히 한영의 옆자리에 앉아서 그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우리 백율이 왔어?" 한영은 그런 그에게 미소를 지어주며 그의 머리를 마치 강아지를 쓰다듬어 주듯이 쓰다듬었다.


"...어" 백율은 내심 한영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행위에 기분이 좋았지만 애써 힘겹게 그의 감정을 숨기며 말했다.


"그럼 같이 걸을까?" 한영은 백율의 손을 잡아끌며 말했다.


그렇게 서로의 손은 잡은 채, 아무 말 없이 걷던 와 중 한영이 먼저 백율에게 말했다.

"...저기 백율아... 니가 SH와 척을 지기로 한 건 나도 잘 알고 있어. 근데 오늘 하루만이라도 다시 우리가 사이 좋았던 예전처럼 지내면 안될까?..."


  굳게 결의를 다져두었던 백율이었지만 그는 내심 그녀의 말과 그를 슬프게 바라보는 그녀에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자칭 자신의 또 다른 인격이라고 하는 이의 목소리마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야, 누나가 저렇게 간절하게 애원하는데 계속 이렇게 차가운 반응 보일거냐?' 

'넌 진짜 쓰레기다. 여러분, 여기 보세요!'

'이놈이 바로 옳은 일 하시겠다고 설쳐 대다가 정작 자신과 연관된 소중한 사람을 눈물 짓게 하는 놈입니다!'


"...알았어." 백율은 마지못해 한영에게 말했다.

'나라고 이러고 싶어서 이렇게 누나에게 냉정하게 대하는 줄 아냐... 근데 이러면 나중에 서로가 더 힘들어질 뿐이라고...'


백율이 이렇게 생각한 철나  그는 백율의 머리 속에서 말했다.

'시끄러. 그래도 이제 재활용도 못하는 구제불능 쓰레기에서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다 너는.'


짧은 백율의 대답이었지만, 그래도 한영의 얼굴에서는 그의 말을 뒤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흑율이가 백율이의 정신을 계속 잘 흔들고 있나보네. '

'그럼 이제 흑율이와 세운 계획대로 움직여볼까.'


한영은 백율의 손을 잡은 채 공원에서 나갔다.

그리고 한 식당으로 향했다.


"...! 누나 여기는..." 백윤이 처음으로 당황한 목소리로 한영에게 말했다.


"왜? 여기 맛집이라고 소문난 곳이잖아? 뭐 문제 있어?" 한영은 백율이 왜 당황했는 지에 대해서는 흑율을 통해 잘 알고 있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척, 천연덕 스럽게 물었다.


백율은 내심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여길 어떻게 잊어...여기는..우리 부모님과 마지막으로 온 가족이 다 함께 외식한 곳인데...'


한영은 이미 이곳이 백율에게 있어서 거의 요람인 곳임을 흑율의 정보를 통해 알고 있었다.

그의 가족은 이 식당의 오랜 단골이었다.


백율과 대학교의 교수인 백율의 아버지,  작가인 그의 어머니 그리고 백율의 형... 


이 곳에서 가족간의 마지막 외식 이후 아버지는 외국의 대학교에서 연수 중 안타까운 사고로 순직, 이후 몇 년 뒤 그의 어머니는 차에서 대본을 쓰던 중 교통사고로 인해 부상을 입으셨다가 후유증으로 사망했다는 것을...


"저기 사장님? 여기 짜장면 1그릇과 짬뽕 1그릇 그리고, 탕수육 소짜 하나요!" 하영은 백율의 심정을 아는 지 모르는 지 태연하게 주문을 했지만 사실 이것도 계획의 일부였다. 왜냐하면 이것은 그의 부모가 살아 생전 종종 이렇게 주문했다는 흑율을 통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식사 후 자신이 계산하겠다는 한영을 필사적으로 백율이 계산을 하려던 순간,


"어? 백율이? 너 연백율 아니냐?"

"...아저씨...!" 

계산 카운터의 노인이 백율을 반갑게 맞이 했다.

그는 말없이 백율을 안아 주었고, 백율은 그의 품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흑흐흑..아저씨..흑..아저씨.."


한영은 그저 둘을 말없이 미소른 지으며 바라 보았다.

왜냐면 그 노인은 백율의 아버지와 친해 어렸을 때부터 그를 종종 돌봐준 은사였다는 정보 역시 흑율을 통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근데 백율아, 이 분은 누구시니?"

백율이 조금 진정되자 노인은 백율에게 물어보았다.

"우리 백율이가 이렇게 예쁘신 분과 만나고. 이제 어른이 됐기는 하구나.."

"만약 두 사람이 결혼하면 둘에게는 평생 무료로 여기서 먹을 수 있게 해주마."

"허허허! 그럼 잘가고 또 와라!"


"...아까 그 분, 쟤 은사나 다름없는 분이세요. "

백율이 한영에게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와 친한 분이셔서 어렸을 때부터 형과 혼자 있게 되면 항상 가게로 부르셔서 밥도 챙겨주시고, 그리고 여기서 부모님과 다 함께 마지막으로 외식도 했고.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도 형과 저를 위로해주신 분이에요."


이미 흑율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처음 알게 된양 말했다.

"어머..미안.. 이건 진심으로 사과할게.." 그래도 이 말은 사실이었다. 이렇게 슬픈 이야기였을 줄은 만약 흑율을 통해 먼저 한 번 알지 못했으면 그녀도 적잖게 당황했을터.


"..아니에요..흑흐윽.." 애써 차분함을 되찾았지만 자신의 죽은 부모 얘기에 다시 백율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백율은 한영은 말없이 안아주었다.

"괜찮아...괜찮아..누나 품에서 울고 싶을 때는 울어도 돼. 진정되면 어디 카페라도 가자."


그리고 백율을 안은 한영의 표정은 위로해주는 상냥한 천사에서 백율이 그녀의 표정을 못 본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곧바로 사악한 웃음을 짓는 악마의 표정으로 변했다.


'우리 백율이 너무 순진해♡♡ '

'그래도 불쌍하기는 해. '

'아니야, 이렇게라도 안하면 백율이랑 헤어지게 돼. 이건 백율이가 잘못한 거야.'

'교정 시작부터 니가 흔들리면 어떻게 해, 정신 똑바로 차려.'


그녀는 그저 백율을 계속 안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