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투투투"

"타타탕"

"쾅!"

폐허가된 도시에서 총성이 울린다.

"이봐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저 놈들에게 찢ㄱ..으ㅡ아ㅏ악!"

한 금발의 남자가 기계들에게 잔인하게 도축되고 있었다.

"엄마가 보고싶어..엄마가 보고싶다고..살려줘..우리 같이 돌아가기로 했잖아.."

그게 그 남자가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그 상황에서 나는 그남자의 내장을 주워담고 있었다..


그때 내가 뭔말을 하고있었지..?

***

난 S09구역의 담당 지휘관이다.

그리고 이곳으로 오기전의 기억은 단한개도 없다.

그저 기억나는것은 AR소대의 에스코트를 받아서 여기까지 오게되었고 이곳에서 재교육 과정을 이수하면서 지휘관으로 말뚝박았고 그 과정에서 M4랑 서약까지 갔다.


하지만 행복한 시간은 얼마가지 않았다.

***

어느날 지휘부에 한 30년 전쯤, 그러니까 한참 전술인형들이 막 개발되기 시작했을 시기의 동영상이 지휘부로 도착했다. 그리고 그곳엔 어떤 한 남자가..인형들을 증오하며 잔인하게 죽이는 모습이 비춰젔었다.


"죽어 이 깡통새끼들.."


지휘부의 모두가 충격을 받았지만 내가 받은 충격은 그것의 수십배였다. 첫번째로는 그 남자의 광기 어린 미소에서 크게 놀랐고, 두번째는 그 남자의 모습은..바로 "나"였다. 

****

그날 이후로 지휘부에서 내 취급은 확실하게 달라졌다.

404소대, 리벨리온 소대, 심지어 m4조차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작전을 편성하면 모두 이제 욕하기 쉽상이다.

"인형을 죽이는 지휘관을 고용하다니, 그리폰도 참 물렀구나?"

45가 빈정거린다.

언제나 내게 장난끼가 넘쳤던 45가..

그리곤..


'퍽'


명치쪽에 심한 격통이 몰려온다.

"넌 진짜 쓰레기야 지휘관. 우리 언니한테 말걸지말고 어서 죽어줬으면해."

9가 내게 일침을 날렸다.

404소대만 이런것은 아니었다.


"지휘관이 그리폰 소속만 아니면 난 당장 지휘관 목을 뜯어버릴거야~"

솦모가 진심을 다해 말했다.


스타랑 기타 AR소대원들은 이제 나를 사람취급도 안해준다.

그러면 M4는 어떻냐고?


그녀는 며칠전부터 행방이 묘연하다. 

그녀만큼은 믿고있다. 내기억에도 없는 행위를 내가하지않았다고 믿어줄거라고. 하지만 그 일말의 희망만큼도 철저히 배신당했다. 


"그런 쓰레기같은 지휘관보다 당신이 훨씬좋아요..♡"

내 눈을 믿고싶지 않았다.

M4가 다른 지휘관에게 안겨있었다..

나같은 놈은 꼴도보기 싫다고.

나보다 그 남자가 훨씬 좋다고.

나한테는 한번도 안그랬으면서..그 남자에게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다. 


결국 모두에게 배신당했다.

지휘부로 돌아온 M4의 얼굴을 차마 볼수가 없었다.

"그 영상..잘 보셨죠? 전 이제 당신의 인형이 아니에요."라며 내게 서약반지를 돌려주었다. 


물론 이 얘기는 위에로도 흘러들어갔다.

나는 결국 그리폰에서 쫓겨났다.

이제 더이상 내가 있을곳은 없다.

***

결국 갈곳이 없어져버린 나는 결국 거리를 방황하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결국엔 지쳐서 길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그리곤 나없어도 잘돌아가는 이 종말의 도시에서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거리를 방황하던중에 어떤 50대쯤 되어보이는 중년남성이 내게 말을걸었다.

"저기, 괜찮으신가요?"

분명 영어였다.

"제가 지금 시발 멀쩡한것처럼 보이나요?"

그리폰의 재교육 과정에서는 영어를 가르친적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유창하게 욕까지 섞어가며 그에게 대답했다.

고개를 들자 그 남자의 얼굴이 더 훤하게 보였다. 분명 처음보는 중년의 남성인데도 불구하고 낯이 익었다. 내가 의구심에 가득찬 얼굴을 하고있을때,

"하느님 맙소사..이건 불가능해.."


그 남자는 경악한 얼굴을 한채로 나를 향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저기 왜 울고 지랄이세요..?울고싶은건 나인데.."

순간 그 아저씨가 너무나도 짜증이나서 울컥 본심을 내뱉어버렸다. 하지만 그 아저씨는 오히려 웃으면서 

"살아있었구나..살아있었어..역시.."만 되내일 뿐. 


"그래서 당신 누군데요?"

처음보는 날보고 갑자기 울지를 않나, 멀쩡히 살아있는사람을 갑자기 죽음에서 돌아온 사람 취급을 하지않나, 의구심이 안들래야 안들수가 없었다.


"나 기억안나? 나 모예스잖아. 같은 테스크포스 343 부대원."


모예스..모예스..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이름같기는 한데..

그나저나 테스크포스 343? 그건 해체된지 몇십년도 더된 부대 아닌가? 


"아저씨..아저씨가 뭔말을 해도 전 못알아듣겠거든요? 그니까 천천히 설명해주실래요?"


"그럴수도 있지. 하지만 나보단 잭슨 장군님이 더 잘알고 계실거야. 일단 아메리카로 돌아가자." 


미합중국..과거 대전쟁중에 그나마 피해를 안입은 국가로 배웠다. 이 아저씨를 따라가는건 별로 믿음이 안가지만 갈곳이 없는난 별수있겠나. 그리고 이 아저씨는 과거의 날 아는거같다. 못믿는다한들 따라가보는게 이득이다. 

***

"정말 그 쓰레기..회사측에서도 빠르게 대처해줘서 다행이야." 

45는 소대원들과 함께 지휘관이 없어져서 통쾌하다는 식으로 험담을 하고있었다. 물론 다른 소대원들도 이의를 제기하진 않았다. 


결국 지휘부엔 새로운 지휘관이 부임했고 모두가 행복해 보이는듯 했다. 

***

시간이 지나고 나는 모예스를 따라 펜타곤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이곳의 내부구조를 어떻게 아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우선 펜타곤 내부로가서 몇가지 심문을 받고 '잭슨'이라는 사람과 만났다.


"그래서 이름이 뭐라고 했나?"


이름. 이름이라..거기선 날 뭐라고 불렀더라..?

딱히 기억이 나지도 하고싶지도 않다.


"모르겠습니다."


"그럼 그곳에선 자네의 이름도 모르고 자네를 고용한건가?"

뭐..그런걸수도 있다. 항상 지휘관이라고 불렸으니.

그말을 듣자 잭슨이 몇가지 서류뭉치를 들고 내게 보여줬다.

미색으로 바랜 서류를 보고 난 흠칫놀랐다. 분명 내 얼굴로 보이는 사진이 곳곳에 박혀있었으니까.


"자네의 이름은 원래 30년전 블랙옵스 부대인 테스크포스 343의 리처드 워커 슬레지였다.  각종 비밀임무와 민간인 학살, 그리고 공작활동을 하는 부대였지. 자네는 그 부대의 대장이었다." 


"하지만 어느날 자네가 신소련에서 작전중이었을때 자네의 부대는 실종되었지. 작전내용은 신소련의 비밀병기인 '전술인형'에 대하여 알아오는것."


"그후로 30년이 지났다. 결국 모두가 전쟁을 피해갈순없었고 세계는 자네가 본것처럼 멸망하고 말았지." 


"그래.. 그래서 그들이 자네에게 무슨짓을 했지?"

이어져 오는 잭슨의 추궁에 나는 아무말도 할수없었다.

내가 원래라면 크루거사장이랑 동갑이었을거라는 사실과 내 진짜 이름을 알게되어 너무나도 충격이었다.

***

지휘관이 짤린지 2개월정도 더 지났다.

이젠 인형들 사이에선 지휘관이라는 더러운 존재는 잊혀지고 새 지휘관이 그것을 대체하고 있었다.


"오늘도 다녀올게~"

404소대는 언제나 그랬던것처럼 군수지원을 나갔다. 임무내용은 별거없었다. 그냥 어떤 폐건물하나를 조사하는것. 그것이 끝이었다. 


"언니~뭐 별로없는거같은데 좀만 농땡이피우다가 집에갈까?"9이 45에게 물었다.


"흐음..그럴까나~오늘은 빨리가서 새 지휘관한테 예쁨받고 싶으니깐." 


"잠깐." 

416이 그런 둘을 멈춰세우듯 날카롭게 끊었다.


"왜에?"

45와 9은 무슨일이냐는듯 물었다.


"저 스위치는 뭐하는걸까?"

416이 너무나도 수상하지않냐는 식으로 물어보았다.


"함정일수도 있으니까 건들지 않는게 좋을거같은데.." 

모든게 귀찮다는듯 G11이 말했다.


"야 너희들..우린 지금 임무중이야. 너희들이 확인 안한다면 나라도 확인하겠어."

416이 스위치를 당기자, 갑자기 어디선가 어떤 통로가 드러났다. 416은 뭔가 수상하다는듯 통로안으로 들어가자 역겨움을 참지못하였다.


고기마냥 걸려있는 사람의 시체들과, 어떤 관 안에 담겨져있는 사람의 시체, 그리고 깨진 유리관과 어떤 사무실.

이곳에 무슨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생체실험이 벌어졌다는거 하나만은 확인할수있었다. 


"45, 9, 잠탱이. 어서 이리로 와봐."

416의 부름에 응하자 404소대원 모두가 충격에 휩싸였다. 


"여기서 무슨일이 있었던거지..?"

G11이 졸린 표정이 아니라 한껏충격받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흐음..이럴때는 여기선 아무것도 못찾아. 416, 혹시 여기 문서실 같은거 있어?"


"응. 저기 저 통로로가면 문서실이 있어."


"그럼 난 저길로 가볼게~"

45는 해맑게 웃으며 문서실로 들어갔다. 

남은 소대원들은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며 혹시라도 생존자가 있는지 확인하는중이다. 

***

한편 문서실로간 45는 이곳에서 무슨일이 있었는지 천천히 살펴보는 중이었다. 아직 전기가 안나갔는지 60년치 cctv가 그대로 보관되어 있었다. 

"흠흠~그러면 이곳에서 무슨일이 있었는지 한번 볼까나~"

45가 천연덕스럽게 영상을 틀자 여유만만했던 표정은 점점 공포에 질린 얼굴로 바뀌어갔다.


"아ㅏ아아앍!!!"


"살려줘..!제발..살려줘.."


"차가워..차가워..차가워 시발!!!" 


사람들이 냉동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얼어가는 사람 중엔 예전에 자기가 혐오했던 지휘관의 모습도 찍혀있었다.

***

결국 미국에선 아무런 답도 못냈다.

내가 알으낸것은 내 이름은 리처드 워커 슬레지이고, 343 부대의 대장이었던것만 알뿐. 그 이외의것은 전혀 모르겠다. 

그리곤 미군에 복귀(?)해서 다시 임무를 받아 수행하고 있다. 사실 전장으로 돌아가는건 싫었다. 내 이름을 들었을때, 그 꿈이 선명해져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장에 스지않는다면 다른남자와 몸을 섞고있는 M4의 모습이 생각난다. 가끔은 작전중에도 생각난다. 그때마다 눈물이 나서 미칠지경이다. 


그래서 이번 임무가 어디였더라..우크라이나였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