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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율이 한영과의 다음 데이트를 약속한지, 이틀이 지난 월요일,  백율은 그를 쳐다보는 동료들의 경멸어린 시선에 의아함을 느꼈다.


"성도 형, 무슨 일 있어요?"

백율은 그의 친구이자 오랜 동료에게 가볍게 물었다.


그러나 성도는 그런 백율을 노려 보며 그의 손을 차갑게 내쳤다.


결국 오기와 호기심이 발생한 백율은 평소 그를 잘 따르던 팀의 막내에게 지금 사무실 분위기가 왜 이러냐고 물어보았다.


"...형, 제가 알려 줬다고 하지마요."

그는 백율에게 한 영상을 보여 주었다


영상의 내용은 백율이 시우를 죽도록 패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겨있었다. 

때린 행위는 사실이기는 했지만 과장이 너무 심하게 되어있었을 뿐이지만


영상을 백율에게 보여주던 중, 후배의 전화가 울렸다.


"..아, 네 알겠습니다. 형, 팀장님이 사무실로 오시라네요." 그 말을 남기고 후배는 다시 자신의 본업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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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 그래도 아무리 오해라고 해도 '제 남편'을 팬 건 사실이시잖아요?  술 고래씨."


"시우가 쓸데없는 것 까지 알려줬나 보군요,

팀장님."


"솔직히 실력만 아니었으면 진작 이러고 싶었어요.

시건방지지, 그리고 자존심은 매우 강하지...정말 당신은 짜증나는 사람 이었어요. 연백율씨."


"남편이 애걸 복걸해서 겨우 '정직'에서 그치지, 남편이 아니었으면 당신은 벌써 소송 들어갔어요. 당신이 맡은 사건은 제가 따로 팀을 꾸려 조사 중입니다. 그리고 그 친구들이 당신에게 일처리 다해주고 떠나서 진심으로 고맙다고 전해달라는 군요."


그 말을 뒤로하고 백율은 그의 '직장', 아니 이젠 '전 직장'에서 떠나게 되었다.


이에 착잡한 심정으로 술이나 한 잔 마시려고 했으나, 자신의 신용 카드 역시 본인도 모르게 혜지된 은행 계좌와 연동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결제가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


  연신 계속되는 불행에 지친 백율은 그냥 침대로 가서 눈을 붙이고는 오늘 있었던 일들은 전부 악몽일 뿐 아니라고, 내일 다시 일어나면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갈 거라고 억지로 자신을 위로하며 눈물을 흘리다 힘겹게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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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에서 깬 백율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반응도 없이 그저 자신의 몸을 둘러 보았다.


비록 검은 정장을 입고 있지만 온 몸이 사슬로 꽁꽁 묶여 있었다.


묶인 채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한 마디도 하지 않던 백율은 한 마디의 말을 내 뱉었다.

"...그래, 축하해.. 누나가 이겼네.."

"네, 이제 평생 누나의 강아지로 살게요..."


그러나 아무 반응도 없었다.


백율은 놀랐지만 애써 덤덤한 척 했다.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보통 얀데레들은 자기를 사랑한다고 하면, 이쯤에서 나타난다고 하지 않나?'

'분명 한영 누나가 이 모든 걸 다 꾸민 게 분명한데?'

'CCTV 랑 도청기로 내가 하는 행동, 내가 하는 말들 다 보고 다 듣고 있잖아?! 근데 왜 안오냐고?!"


계속 아무 반응이 없자 백율은 불안하고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시발, 그래 한영 누나가 이겼다고!! 그러니 나 좀 풀어달라고!!"

계속 무반응으로 일관하자 이전보다 더 초조해진 백율은 이제 고래고래 고성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한참 고성을 지르던 백율의 목에서 피가 나오기 시작했지만 그럼에도 아무것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렇게 백율은 자신의 마지막 남은 힘을 끌어모아 말했다.

"주인님, 제가 잘못 했어요...전에 잠시 시간을 가지자고 한 것도, 방금 전 주인님을 욕한 것도 다 제가 잘못했어요. 그러니 제발 저를 한영님, 아니 주인님의 남편으로 받아드려 주세요...제발요..평생 주인님의 개새끼로 살테니까..."


그리고 그제서야 문이 열렸다.

밝은 빛살 사이로 검은 정장을 입고 들어온 한영은 현 백율의 눈에 그저 절대적인 여신으로 보였다.


한영은 백율에게 아무 말 없이 혼인 신고서를 내밀었고, 백율은 단 한 순간도 망설이지 않고 서명했다.


그렇게 한영과 백율은 부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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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월 뒤


"야 왜 전화했냐 한채연?"


"그냥, 너도 백율이랑 이제 부부가 됐잖아. 그러니 이제 시간이 된 것 같잖아. 그래서 부부동반으로 한 번 만나자고."


"그래, 니 남편이 백율이의 형이니 우리 율이가 만나면 어떤 반응 보일지 궁금하네."


"난 니가 진짜 무섭다. 연백율 가지고 싶다고 끝내 위험한 기술인 뇌파로 다른 인격을 만들어내는 작업까지 시행했으니 말이야. 걔네 집 침대다가 뇌에 지속적인 고주파 자극을 가하는 기계를 장착해 둔 끝에 결국 또 다른 자아를 만들어내고, 백율이랑 결혼하자 마자 그 만들어진 인격은 이용 만하고 죽여 버렸잖아."


"너도 니 남편 말 안들으면 말해. 빌려줄게."


"됐다, 그럼 그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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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은 제 부족한 글을 지금 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름 떡밥들을 이번 편에서 다 해소했다고 생각은 하지만, 제가 놓친 요소가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시면 곧바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이 주제를 가지고 리메이크나 활용하시고 싶은 분들은 환영합니다.


다시 한번 그 동안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