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라니..?"

그녀가 내게 물었다.


"됐어. 모르면 말아."

이제 이걸로 그녀와의 관계도 완벽하게 끝이다.

적어도 내겐..

***

"저기..아까 M4랑 무슨얘기 했어..?"

45가 죽은눈으로 날 쳐다본다.

하지만 불륜도 아닌 과거정리였기에 당당하게 말했다.


"걔한테 앞으로 나한테 아는척하지 말라고했어."

그러자 45는 안심했다는듯 날 안으며

"바람피는줄알고 걱정했잖아..물론 피면 가만안둘거지만..?♡"


45의 살기가 넘치는 목소리를 오랜만에 들으니 적응이 안된다. 

***

요새들어 무언가가 내 방을 침입한다는 느낌이 든다. 가끔 내 물건이 없어져있고, 늘 작전보고서를 쓰는 펜에서는 이상한 비린내가 나질않나, 저번에 먹었던 MRE식기도 온데간데앖이 사라졌고, 자꾸 어디선가 끈적한 시선이 느껴진다.


오늘도 45는 군수지원을 나가느라 바쁜가보다.

G11은 아마 자고있을거고, 9도 같이 갔을테니 기지에 남은건 나랑 416뿐인듯하다.


"저기.."


"응?"


416이 내게 무언갈 물으려하는 모양이다.


"혹시 그 소총 뭐야?"


"그 소총이라니?"


"그냥. 너도 총쏠줄아나 싶어서."


"??나 무시하는거냐.."


"응. 인간주제에 어떻게 화기관제코어가 있는 인형이랑 또서 이기겠어?"


"한번 해볼래? 사격장으로 와라."

***

"하아..416 나 그래도 사격은 영장류 최강이었어."


"그래봤자 영장류. 넌 나한테 질수밖에 없어."

416이 내게 또 도발을 걸어온다.


"하아.....내기라도 할까?"


"그래.하자 내기." 


"그래 진사람이 이긴사람 소원한개 들어주는거다 그럼."


"탕탕탕"

서로 3발의 총알을 쐈다.

역시 난 인간이라 그런지 10점 10점 8점 총 28점이고

416은 10점 10점 10점으로 30점만점이다.


"역시 니가 이겼네..그래서 소원으로 뭐해줄까?"


"흠..키스해줘."


"뭐..?"


"키스해달라고."

이게 뭔 개소린가 싶어서 딴거라고 말하려던 찰나에 우하고 입술을 내미는 416이 보였다.


"어이. 나 입술 아픈데?"


결국 살짝만 갖다댈려고 했지만.


"츄웁츕 츄르르르릅♡"

416이 내 고개를 잡고 놓아주질 않아서 결국 진하게 해버렸다..


"내가 말했잖아. 무슨 짓을해서든 45에게서 널 뺏을거라고."


"사실 너가 45랑 그렇게 꽁냥대는거조차 난 질투가 나 슬레지." 


"넌 또 내 이름을 어찌아는거야.."


"같이 갔었어. 우리 소대모두. 거기서 너가 무슨짓을 당했는지, 그때 왜그랬는지 납득이 가더라."


"그래서?"


"난 그래서 너가 45말고 날 선택해줬으면 해."

416이 나에대하여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니. 약간 충격이었다. 

"하지만 45는 내게있어서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가 되어버렸다고. 그녀를 절대로 버리지않을거야."


"그러면 나도 데려가줘."


"응..?"


"나도 미국에 가고싶어 슬레지. 단순히 너때문만이 아니야. 45는 이렇게 말해도 내겐 소중한 친구야."


"떨어지기 싫어.."

416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뭐라고오?"

그녀의 수줍은 반응이 너무 재밌어서 좀더 놀려보려했다.

"아 시발 떨어져 새끼야."

역시나. 언제나 차가운 416이었다.


뭐 그외에도 404소대원들은 내 사정을 알아주는거 같지만 나머지 둘이랑은 뭐 별다른 에피소드가 없는거같다. 애초에 G11은 잠만 자느라 뭔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9은 음..그냥 내게 미안해서 언니뒤로 꽁꽁숨는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웠다.

***

"M4 왜 평소의 너같지가 않은거야..?"


"응..?내가 평소같지 않다니 무슨소리에요..?"


"눈물 자국에 요새 자꾸 작전중에도 멍해."

M16이 M4를 정확히 지적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신경쓰지마세요.."


"헤에..M4정말 이상하다구"

솦모도 걱정된다는듯 말한다.

"혹시 신경쓰이는거야?"

정곡이다.


"아니요..뭐가 신경쓰여요..?"


"예전 지휘관말이야. 어제도 걔랑 만나서 얘기하고 울었잖아."


"에..그건.."

"사실..그 랑 만났습니다. 너무나도 그리웠어요..그치만 그치만.. 다시만난 그는 제게 너무나도 차가웠어요..마치 절 벌레보는듯한 눈으로.. 그리곤 그리곤..!"


"워워 진정해 M4.."

RO가 필사적으로 M4를 말렸다.


"하아..그가 너무 그립고그립고그리워서 어딘가에 가둬버리고 싶네요..후후.."


"가둬버린다라..제가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요..?"


"저기 M4..? 진정해봐."


그날 M4의 미소는 그 어떤 미소보다도 음흉했다.

***

오늘로 작전일로부터 D+42일째다.

언제까지고 이곳에서 있을순 없다. 

난 작전이 있어서 이곳에 왔고 운좋게 404소대원들하고 재회했다. 너무나도 행복했지만 이젠 돌아가야한다.


"저기 45..?"


"우웅..?왜..?"


"나 하고싶은 말이 있어."


"뭔데?"

45는 행복한 얼굴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가 웃고있는 얼굴을보니 가슴이 너무나도 아파서 참을수가 없었다.


"나 이제 돌아가야해.."


"그게 무슨소리야..?"

45의 표정이 갑자기 죽기 시작했다. 

"설마..나를 버리고 갈셈인거야..?"


"그게 아니야 45..나 사실 작전중이라 했잖아..위에서 빨리 돌아오래.."


"흐..흑..가지말라고 바보야..가면 나 어떻게될지도 몰라.."

45는 눈물을 펑펑쏟으며 날 붙잡았다.


"그래서 말인데.."


"아니야..말하지마..!말하지말라고!!"


"나랑 같이가줄래..?"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