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https://arca.live/b/yandere/2027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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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https://arca.live/b/yandere/20292314




  그녀를 낳은 어머니가 죽은 날 라티느 제국의 황녀 베로니카 라티느는 태어났다.


  탄생하면서 베로니카는 만인의 축복을 받았으나, 자신의 어미의 축복만은 받지 못한 채, 그렇게 세상에 탄생했다.


  어미의 죽음과 함께 출생하게 된 라티느 제국의 제2황녀 베로니카 라티느는 아주 유명한 라티느 황가의 문제아였다.


  황제의 늦둥이로 태어난 그녀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나이가 든 상태에서 출산된 탓인지 자라날 수록 어딘가 이상한 것처럼 보였고, 실제로 베로니카는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었다.


  5살이 된 베로니카는 자신의 물건에 손을 댄 시녀를 죽이라 명했다.


  황족의 물건을 훔치려 한 죄는 막중하였으나 굳이 죽일 필요까진 없다 생각한 신하들은 죽이라는 황녀의 명을 만류했지만, 베로니카는 아직 젖내가 가시지도 않은 입으로 태연히 처형을 명했다.


  시녀는 잔혹하게 사지가 찢겨 죽었다. 황녀가 보는 앞에서.


  그걸 보는 황녀의 얼굴은 더없이 담담했다.


  신하들은 차마 면전에서 황족을 모독할 순 없었으나 알음알음 소문이 퍼져나가는 것은 어찌할 수 없었다.


  베로니카를 낳으며 죽은 베로니카의 어미 되는 후궁은 베로니카를 지켜줄 수 없었고, 시녀와 시종들은 잔인하게 시녀를 죽인 베로니카를 황제가 아닌 악마가 후궁과 간통하여 낳은 악마의 자식이라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 말을 대놓고 지껄였다간 교수대에 목이 매달릴 터이나 시녀들과 시종들 사이에 퍼진 소문은 걷잡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 때부터 그녀는 황가 사람들이 기피하는 대상 1순위였다. 모두가 그녀를 피했고 오직 부모만이 베로니카를 안아 주었으나 어머니는 단명했으며 아버지는 거대한 제국의 황제였으므로 베로니카에게 애정을 쏟을 시간이 부족했다.


  베로니카는 자신을 무서워하는 시종들 사이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에 대해 험담하길 즐기는 시종들을 모른 척 하면서도 황족의 얼굴 앞에서까지 헛소문을 지껄이는 반역자들은 모조리 처형을 명하면서 베로니카는 성장했다.


  정상치 못한 성장 환경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녀를 돌봐줄 어머니의 사랑이 베로니카에겐 부재해서였을까.


  베로니카는 뒤틀린 채 자라났다.


  베로니카는 자신의 것에 애착이 매우 강했다.


  시녀를 죽이라 명한 이후였을까, 아니면 그 전부터였을까? 그것을 시종들이 가늠하려 할 때 즈음의 베로니카는 너무나도 어려 언제부터 그녀가 자신의 것에 광적인 집착을 보였는지는 정확하지 않았으나, 어쩌면 어미를 잃고 태어난 탓에 그녀의 태생부터 그녀는 자신의 것에 극도로 집착하는 성격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베로니카의 방은 매우 청결했다. 놀랍게도 청소는 모두 베로니카가 도맡았다.


  그 어린 꼬마 여자 아이가 거대한 황궁의 방 하나를 청소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말은 곧 베로니카가 자신의 물건에 가진 집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기도 했다.


  한 번은 시녀장이 베로니카를 말리며 시녀들에게 베로니카의 방 청소를 명했다.


  그 다음날, 베로니카의 방에 들어갔던 시녀들과 시녀장은 모두 교체되었다. 방 청소를 맡았던 원래 시녀들의 행방은 알 수 없었다.


  베로니카는 자신의 물건에 타인이 손을 대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


  자신의 손으로 할 수 없는 옷의 세탁 같은 것이나 타인에게 맡겼는데 그마저도 매우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가, 이젠 사람을 가지게 되었다.


  한 시녀가 물었다.


"저 남자 아이는 누구입니까?"


"셰인이라고 하는 아이다."


  시녀는 말했다.


"아뢰옵기 송구하지만 베로니카 황녀님의 시종으로 키우실 생각이십니까?"


"시종?"


  베로니카는 픽 웃었다.


"저 녀석은 '내 것'이다. 시종 같은 게 될까 보냐."


"…네?"


"나만을 위한 나만을 바라보는 나만의 아이로 키울 것이다. '내 것'이 된 나만의 셰인이니까."


  광기 서린 베로니카의 말에 시녀는 주춤주춤 뒷걸음질치며 베로니카 앞에서 물러났다.


  시녀와 시종들 사이에선 '불쌍하게도 베로니카 황녀님의 물건이 된 아이'의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황녀의 집착을 모르는 사람은 적어도 황궁 안에 존재하지 않았다.


  황제도 시종도 시녀도 황후도, 베로니카가 거두었다는 셰인이란 아이의 존재를 알게 되며 셰인의 행방을 궁금해했다.


  대륙에서 가장 거대한 제국의 가장 드높은 황궁의 모든 관심을 받으며, 그렇게 셰인은 성장했다.


  몇 년 정도를 황궁에서 황녀에게 길러지던 셰인은, 어느 여름날 갑자기 자신은 기사가 되겠노라고 했다.


  이유를 묻는 시종들에게 셰인은 이렇게 대답했다.


"황녀님께서, 제가 기사가 되길 원하셨습니다."


  그게 전부였다. 더 이상 첨언하지 않은 채 셰인은 그렇게 담담히 선언했다.


  모두들 셰인에게 어디 한 군데 정신이 돌아버린 것이 분명하다고 얘기했다. 아무리 황녀의 어여쁨을 받는 아이일지라도 셰인은 황도 뒷골목에서 빵을 빌어먹던 거지의 아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존재했으니까.


  하지만 황녀의 물건으로서 황녀의 명령을 듣기만 해야 하는 존재였던 셰인에게 그런 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 뒤로 셰인은 기사가 되기 위해 단련하기 시작했다.


  하루, 이틀, 사흘….


  처음엔 반나절, 그 다음 날부턴 밥 먹는 시간과 잠 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동안, 셰인은 스스로를 단련했다.


  베로니카의 집 앞에는 셰인이 목각인형을 때리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나중이 되어선 셰인이 목각인형을 때리는 소리가 나질 않으면, 그 때가 곧 식사 시간임을 알게 된 시종들이 그 소리의 유무를 따져가며 식사를 준비할 정도로 셰인은 훈련에 매진했다.


  셰인은 운좋게도 사람을 때리는 것에 소질이 있었다. 그리고 사람을 죽이는 것에도.


  그것도 아주 많이.


  셰인은 자라났다. 황녀의 손으로 날카로이 벼려졌으나 여전히 한 자루의 치명적 균열이 온몸을 가로지르는 그 몸 그대로.


  그리고 자신의 주인 되시는 라티느 제국의 황녀이신 베로니카 라티느의 뒤틀림에 맞춰서, 자기 자신마저도 뒤틀어가면서….





  까앙!


"큽!"


  목검이 경쾌하게 남자의 머리를 두드렸다.


  풀 플레이트 아머를 입고 대련용 목검을 든 남자는 급작스레 들어온 목검의 충격에 신음 소리를 흘렸다.


  당황한 남자는 재빠르게 자세를 고치고 눈앞으로 재차 날아드는 목검을 방어하고자 했으나….


  타앙! 퍽!


"크압."


  기묘하게 휘어 들어오는 목검의 2연속 타격이 옆구리에 적중하자 그만 숨을 들이쉬며 다시 신음을 내기에 급급했었다.


  도중에 궤도가 휘었는데도 목검으로 철판을 뚫고 신체에 충격을 줄 정도로 타격을 가한 것은 분명 잘 훈련된 기사도 쉬이 따라하지 못할 신기에 가까운 기술임에 분명했다.


"헛!"


  옆구리를 부여잡으며 끙끙대던 남자의 오금으로 들어오는 다리 걸기는, 남자를 상대하던 대련자의 장난 섞인 체술이었으나, 그것을 당하는 남자에게 있어선 전혀 장난이 아닌, 곧 대련의 마무리나 다름없는 공격이었다.


  터어엉, 공터를 울리는 쇳소리와 함께 남자의 몸과 육중한 갑옷이 대지를 때렸다.


"계속하시겠습니까?"


  쓰러진 남자의 목덜미를 처억 하고 목검으로 겨누며 셰인이 말했다.


"…내가 졌다. 항복하마."


  남자는 목검을 쥔 손에서 힘을 뺐다. 건틀릿 사이로 스르륵 목검이 떨어지며 대련은 그것으로 끝이 났다.


  셰인은 쓰러진 남자의 손을 맞잡고 남자를 일으켜 주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아르티 경."


"인사치레하긴."


  쓰러진 남자, 아르티 경은 튕기는 척 하면서도 내밀어진 셰인의 손을 맞잡고 자세를 일으켰다.


  아르티 경이 쓰러지자 대련장을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맙소사, 황궁수호기사단의 아르티 경까지…."


"기사단장을 제외하면 가장 실력이 뛰어나다던 그 아르티 경마저 지다니."


"심지어 풀 플레이트 아머까지 착용했는데도 목검으로 승리하지 않았는가."


  그들은 아르티 경과 셰인의 대련을 관전하러 온 사람들이었는데, 개중에는 셰인에게 이전 대련에서 패한 기사나 베로니카 황녀의 시중을 드는 황궁의 시종 같은 사람도 있었다.


  대련장을 둘러싼 수십 여 명의 사람들이 모두 대련의 관중들이었다.


  관중들은 모두 아르티 경에게마저 승리를 따낸 셰인을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기사가 되겠단 선언을 한지 정확히 5년이 되기 하루 전의 날.


  셰인은 정말로 황실의 기사단마저 이길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실력의 견습 기사가 되어있었다.


"실력이 정말 일취월장하는군 그래."


"과찬이십니다. 아직 다른 기사 분들께도 미치지 못하는 실력입니다."


  겸손을 떠는 셰인에게 아르티 경은 미미하게 정색했다.


"지나친 겸손은 되려 실례가 될 수 있네."


"예?"


"자네는 지금 대 라티느 제국의 폐하와 황궁을 수호하는 기사단에서 두 번째로 강한 기사인 이 아르티 경을 이겼다는 걸세. 헌데 자신을 그리 깎아내려서야 내가 뭐가 되겠나?"


  그러면서 아르티 경은 슬며시 고개는 고정하고 시선만 돌리면서, 대련의 관중들 중 한 명의 모습을 쳐다봤다.


"……."


  아르티 경의 시선이 다다른 곳은 황녀였다.


  황녀 역시도 이번 대련의 참관인이었던 것이다.


"거기에다…, 자네의 실력은 자네 주인 되시는 분의 위상과도 관련이 있으니 말일세. 아, 물론 황녀께서 이 대련을 보시고 계셨다고 해서 내가 자네를 봐준 것도 아니지만 말이야."


"…그렇군요."


  아르티 경은 씩 웃으며 악수를 청하듯 손을 내밀었다.


"다시 얘기하지. 실력이 정말 일취월장하는군 그래."


"…감사합니다.


"하핫, 제국의 자랑거리가 하나 더 생겼어."


  관중들의 박수 속에서 두 남자는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


  하지만 그것을 지켜보는 베로니카는 어딘가 불쾌한 기색이 엿보이는 찌푸린 얼굴을 짓고 있었다.


"후우."


  대련이 끝나고 휴식하는 시간.


  셰인은 땀으로 푹 젖은 가죽 갑옷을 훌렁 벗으며 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휴식실에서 가죽 갑옷을 벗으며 숨을 돌리던 셰인의 등으로, 느닷없이 황녀의 손바닥이 날아왔다.


  짜악!


"…어째서 더 빨리 이기지 않았지?"


  갑자기 셰인을 때린 연유를 말해주지도 않으며 황녀는 셰인을 추궁했다.


  그 추궁의 내용도 다른 사람이 들었으면 가관이라 할 만한 것이었다.


  황궁수호기사단의 2인자마저 압도적으로 승리한 셰인을 두고 그녀는 어째서 더 빨리 이기지 '않'았느냐며 셰인을 추궁했던 것이다.


  셰인은 대답했다.


"이 정도가 제 실력이니까요."


"거짓말."


  짜아악!


"분명 난 보았다. 아르티 경의 수비가 흐트러질 때 네 눈동자가 그 빈틈을 놓치지 않았던 것을."


"…송구합니다."


"거짓말하지 않을 것. 내가 말했었지?"


"예."


"한 번은 봐주마."


  베로니카는 셰인의 양 어깨를 붙잡았다.


  이제 17세가 된 황녀의 새초롬한 외모는 이젠 인간의 것이 아닌 것만 같은 황홀하고 아름다운 것이었으나 셰인에겐 자신이 충성을 바쳐야만 할 주인의 모습이기만 했다.


"잘 들어라. 너는 나의 소유물, 나의 것이다."


"예."


"너는 이 나라의 누구보다도 강해야 한다. 왜지?"


"저는 황녀님을 지키는 방패이자 황녀님의 장애물을 해치우는 검이기 때문입니다."


"옳지."


  셰인의 한 치의 주저함도 없는 대답에 베로니카는 그제서야 정색한 표정을 풀었다.


"너는 우리 황궁수호기사단의 기사단장보다도 강해야 한다. 알겠느냐?"


"예."


"…흥, 그래도 이 정도면 어디 가서 내 얼굴에 누가 되진 않겠지."


  베로니카가 말했다.


"내일은 네가 기사 선언을 한지 꼬박 5년째가 되는 날이다. 그날, 네가 내 호위기사인 것을 만국에 공표하겠다."


  나의 셰인.


  나만을 바라봐주는 나의 셰인.


  더없이 사랑스러운 나만의 셰인.


"그리고 요즘 얘기가 돌고 있던 나의 혼약 얘기도, 내일 자세한 내용을 공표할 것이다."


  너를 양보할 수 없어.


  내가 줍고 내가 키워 내가 만들어낸 '너'라는 존재를 이대로 놔두면, 언젠가 다른 사람에게 영영 뺏겨버릴 것만 같아.


  너도 알고 있지? 난 내 것을 절대 놓아주지 않아. 설령 죽어서라도.


"미리 숙지해서 일처리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알겠느냐?"


"예."


  고개 숙이며 절도 있게 대답하는, 이젠 남자 냄새를 풍기는 어엿한 청년이 된 셰인을 바라보며, 베로니카는 행복감에 젖었다.


  그래. 나는 내 것에게 집착이 아주아주 강해.


  …그러니까.


  몸부터 영혼까지 나의 것인 셰인.


  너는 내 거라고, 나만을 위한 나만의 것이라고….


  …모두에게, 선언해야겠지.


  아무도 그걸 부정할 수 없도록, 확실한 자리에서, 확실하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