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에 불과했던 선고 공판 시간도 너무나 길게만 느껴졌다.

법정에 피고인으로 나올 때마다 나를 보는 시선에 기분이 매우 나쁘다.

유죄가 선고되는 순간,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 부장판사를 응시한다.

17일 오후 9시, 얀붕이의 특수절도죄 사건 선고 공판이 열린 서울지법 184호 법정. 


판사는 특유의 차분하면서도 또렷한 목소리로 내게 형을 선고했다.

"피고인 얀붕이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한다." 

부장판사가 내게 형을 선고했지만, 그저 무표정한 표정으로 그를 빤히 쳐다볼 뿐이다. 

반면, 나의 개인의 신뢰관계인으로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은 나의 조수 순애는 유죄를 예상이라도 한 듯 고개를 떨궜다.


공판이 끝나자 방청석에선 흥분의 도가니였다.

그야, 세상을 놀라게 했던 대도가 한국인이었을뿐더러, 한국에서 체포를 당하다니.

루브르 박물관, 대영 박물관, 바티칸 박물관. 그 어느 곳도 내 손을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

오죽하면 인터폴에서도 이례적으로 내가 가는 곳마다 대거의 인원을 투입했겠는가.


하지만, 나는 너무나도 어이없게 잡혀버렸다.

한국 측에선 그런 적 없다 하지만, 내 전담 탐정을 한 명 만들어 지방까지 쫓아다니다니.

얀순이란 이름의 사립 탐정은 나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었다.

내가 유명해지기 전, 잡범이었을 시기의 일탈부터 아무에게도 밝히지 않았던 내 보물창고까지.


다행히 보물창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녀는 내 약점을 쥐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아마, 이걸 빌미로 나랑 연관된 세계 각종 비리를 파내려 하겠지...

하지만 나는 범죄자이지만, 의리는 지키기에 절대로 불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한국처럼 느슨한 경계의 교도소 따위는 금방 나올 수 있다.

일단, 나와서 그녀에게 복수해야….


내가 일방적으로 협박하여 강제로 날 위해 일했다는 변명이 통과된 순애는 결국 무혐의로 풀려났다.

애처롭게 날 보는 그녀에게 빙긋 웃어주고는, 담당 검사를 따라 나간다.

따라 나가는 그 순간에도 엄청난 플래시와 함성이 따갑다. 

이놈의 나라는 무슨, 범죄자에게도 이런 관심을 주는지 모르겠다. 하물며 나는 한국에서 활동한 적도 적은데.


“의적 얀붕이!”“얀붕아! 고생했다! 나와서 보자!”

중국과 일본에서 국보와 보물 몇 개 훔쳐 왔다고 내게 의적이란다.

나라를 위해서가 아닌, 거들먹거리는 돼지들이 꼴 보기 싫어서였는데, 별 거창한 이유를 다 붙인다.

재판소를 나서자, 군중 속에서 날 보며 미소를 짓고 있는 얀순이가 보인다.


‘성공했네. 축하한다.’ 입 모양으로 그녀에게 말을 건다.

과정이 어쨌든 간에, 성공한 건 성공한 거니깐.

“아직이에요. 제 목표는 이제야 막 첫 단추를 끼웠으니깐.”

바람 소리에 날려 한 문장이 귀에 들어온다.

체포가 목적이 아니라니, 나한테 원한이 있는 피해자인가? 


다시 한번, 그녀를 보자 입술을 야릿하게 핥으며 미소를 짓는다.

짙은 갈색은 천연인 듯, 뿌리까지 뻗어있었고, 단발은 가지런히 정돈되어 어깨 위에 닿을락 말락 하고 있었다.

표정은 별로 없는지 무표정한 얼굴에서 오른쪽 입술 옆에 난 점이 눈에 띄었다,

그런 여자가 날 보며 웃다니, 솔직히 매력적이지만 알 수 없는 본능적 거부감이 올라온다.


그 후는 뭐, 평범했다. 죄수가 감옥에 들어갔고, 반년 만에 탈옥했다는 점만 빼면?

생각보다 감시가 삼엄해 시간이 걸렸다. 뭐, 그래도 결과가 좋으면 된거지.

내일이면 모든 세계 신문 1면에 내가 실릴 것이다. 평소와 같이, 다시 사람들은 내 꽁무니를 쫓을테지.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조수와 사전에 만나기로 한 장소에, 그 여자가 서 있었다.

어떻게 저 여자는 내가 오늘 탈옥할걸 알고, 접선 장소에서 대기를 타고 있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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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종합 : https://arca.live/b/yandere/207587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