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에서 어렸을 때부터 재능이 있던 아이들을 선발해, 100명 중 1명만 살아남을 정도로 혹사시켜서 만들어 낸 마법사 특수부대의 일원인 얀순이.


그런 얀순이가 지방에서 일어난 반란군의 내부에 숨어들어가서, 최측근들을 암살하고 그 리더인 얀붕이를 생포해 오라는 임무를 받는 걸 보고싶다.


계획적으로 얀붕이에게 접근해서 퇴폐적인 외모와 천재적인 능력으로 환심을 사고, 그 전까지는 오합지졸 수준이었던 반란군을 압도적인 연승으로 이끄는 동시에, 사고로 위장해 얀붕이의 측근들을 하나하나 암살하는 얀순이를 보고싶다.


하지만 가면 갈수록, 자신이 훈련시킨 반란군 병사들이 승리를 거둘 때마다 점점 자신도 모르게 진심으로 함께 기뻐하고 환호하게 되는 것을 발견한 얀순이는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게 되는 거지.


마찬가지로 얼떨결에 반란을 일으키게 된 농촌 청년이었던 얀붕이도 점점 성숙해지면서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가 되어갔던 거야.

얀순이는 어느새 그런 얀붕이에게 빠져버렸지만, 불행하게도 감정을 극도로 절제하는 교육만을 받고 자라왔기에 스스로의 감정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어.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녀는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스스로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혼란스러워할 정도로 극단적인 갈등에 빠져버렸지. 강철같이 차갑고 단단하던 얀순이의 정신은, 죄책감과 혼란스러움으로 인해 흐물흐물하게 녹아버렸던 거야.


얀순이는 낮엔 아무렇지도 않게 얀붕이의 측근을 은밀하게 사지로 내몰았지만, 밤이 되면 어째서 동료인 그들이 죽었냐면서 자신이 저지른 짓도 기억해내지 못했어. 너덜너덜해진 그녀의 정신이 이미 심각한 분열 증상을 보이고 있었던 거지.


점점 한계에 다다른 그녀가 의지할 곳은 오직 얀붕이 하나 뿐이었어. 얀순이는 몸과 마음을 모두 얀붕이에게 바치며, 주인의 사랑을 갈구하는 충성스러운 개처럼 필사적으로 그의 발가락을 핥았던 거야.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업무 도중에도 발정난 개처럼 몇 번씩 얀붕이와 몸을 섞는 지경에 이르렀어. 집무실에서도, 막사에서도, 화장실에서도, 얀순이는 언제나 기회가 생기면 즉시 필사적으로 그에게 봉사하며 아양을 떨었지.


문제는, 얀붕이에겐 이미 얀진이라는 정실이 있었다는 거야.


제국의 대신들 중에서는 반란군에게 합류한 사람도 몇몇이 있었는데, 얀진이 역시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의 딸이었지. 자신과는 관계를 가지지도 않는 얀붕이가 얀순이와 염문을 뿌린다는 이야기를 들은 그녀는, 대놓고 얀순이를 압박하기 시작했어. 얀순이의 과거가 불확실하다는 것을 알아낸 얀진이는 그것을 떠벌리며 얀순이를 믿기 힘든 년이라며 매도했고, 숙청 직전까지 몰고갔지.


결국 위기에 몰린 얀순이는, 여태까지와는 다르게 매우 충동적이고 성급하게 얀진이를 살해하고 말았어.

물론 그 성급한 범행은 얀붕이에 의해 곧바로 발각되었고, 순식간에 얀순이는 수백명의 호위병들에게 머스킷과 수류탄 세례를 받아 온 몸이 너덜너덜한 피투성이가 되어 버렸지.


그런 상태로도 악착같이 싸워서 병사들을 전멸시키고 얀붕이를 살해하기 직전까지 가지만

결국 죽이진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서, 정말로 좋아했다고 중얼거리며 숨을 거두는 얀순이를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