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붕...아...?? 지금 저 년이랑 뭘...하는...?"

얀순이의 손에서 다정히 얀붕이와 마실 테이크 아웃 라떼가 툭하곤 떨어진다.

얼음이 흔들리고 곧 쓰러지는 소리를 내며 더러운 바닥에 마치 얀순이의 순정처럼 떨어지고, 더럽혀진다.

그녀의 눈에 보인 것은 검게 태닝한 건강미 넘치는 큰 금발 여성이 선명하게 얀붕이의 귀를 핥고 있는 것이었다.

"후훗...❤ 얀붕이는 이제 너한테 안 돌아가...❤ 그치?"

의문의 금발 태닝여성은 보란듯이 얀붕이의 턱을 잡고 혀를 거칠게 유린하더니 이내 그의 바지 앞섬을 잡고 문지르는 것을 보여준다.

"거짓말... 거짓말.. 얀붕아 이거 장난이지...? 응...?"

손을 덜덜 떨며 눈물을 떨어뜨리는 얀순이는 농밀하게 혀를 섞고 있는 얀붕이의 팔을 잡아당기며 떨어뜨리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미..안.... 나 이젠 태연선배 없이는... 자위도 못 하게 됐어..."

몇 달 전부터 관계가 없어서 얀순이의 강력한 요구로 애인끼리의 의무방어전을 치르던 얀붕이의 쥬지 상태는 이 사건의 증거였고

그것을 눈치채지 못 했다는 자괴감에 얀순이는 멀어져가는 금태연과 얀붕이를 눈물로 가려 뿌연 눈으로 볼 수 밖에 없었다.

ㅡㅡㅡㅡㅡㅡㅡ

"시발새끼... 시발새끼... 돌아와줘... 제발 내가 다 미안해..."

그간 자신이 얀붕이에게 끼친 피해를 나열한 노트 한 권은 벌써 핏자국으로 너덜너덜 해졌고 

축축하고 어두우며 얀순이의 체취로 가득해진 방은 흡사 정신병자의 격리구역이었다.

전화번호를 수십, 수백차례 바꿔가며 얀붕이에게 전화를 걸 때마다

오전이던 오후던 금태연 그 년이 전화를 받곤 주위에서 들리는 누군가의 교성에 얀순이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ㅡㅡㅡ

"얀붕아.. 벌써 백 마흔 두 번째 번호야... 제발.. 제발 한 마디라도 해줘.."

"여보세요~~♪ 아~~ 그 얀순인가 그 년이야~~? 밑에 누구 있는데 한 번 들어볼래? 푸하핫!"

"..."

"여보세요? 여보세요? ...뭐야 싱겁기는.."

"너 진짜 내가 죽여버릴거야 진짜로 죽여버릴거야죽여서난도질하고정육점에매물로넘겨버리는수가있어시발새끼좆같은창년이깨끗한얀붕이한테손을데고지랄이야개시발새끼가"

"그러면 찾아오던가ㅋㅋㅋ 근데 얀붕이는 이미 내가 더 좋다더라~~ 어쩔 수 없지~~ 차단할게 안녕~~"

뚝.

그리고 또 한 차례 한 명의 여성에게 광기는 더 쌓여만 갔다.

ㅡㅡㅡㅡㅡㅡ


"시발새끼...시발놈들...창년창놈들...지들끼리매일좆보지나비비고앉았고얀붕이도되찾으면교육이필요해내전속남편으로만들거야어쩔수없어얀붕이가나쁜거니까얀붕이가날기만하고날속여온거니까어쩔수없어어쩔수없어되찾아야해구해줘야해우리얀붕이얼른찾아올거야얀붕아얀붕아얀붕아..."

이때 얀순의 폰에 메세지가 하나 날라온다.



".......?"

그녀에게 온 의문의 카톡은 그녀의 심장을 다시금 뛰게 했다.

좆같은 년에게 더럽힌 얀붕이를 본 이후로 식어버린 심장은 의문의 기업에서 온 연락으로 다시 불이 지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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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인생은 오직 그 뿐이었다.

점차 미련이 미쳐버린 집착으로 변했고 스스로의 시간에만 표출되던 감정은 때를 가리지 않고 표출되었다.

회사에서도 손톱을 물어뜯다가 피가 나고 업무가 안 되서 결국은 잘렸다.

가정에선 미쳐가는 딸을 손 쓸 방법이 없자  원룸에 독립시키곤 방치하며 투명인간 취급을 했다.

친구들은 위로에 지쳐 자신들이 감정쓰레기통인가 고민하곤 하나 둘 그녀를 떠났다.

처음에 얀순이에게 사심이 있어서 도와주던 더러운 좆달린 새끼들도 어딘가에 묻혀있다.

이젠 정말 그 밖에 인생에 남은 것이 없었다.

이제 스물 셋, 백세 시대에 25퍼센트 즉, 4분의 1밖에 살지 않았지만 삶의 목표와 재산은 김얀붕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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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순이는 의심할 여유도 없었다.

지금 어떻게 생명을 내주어도 좋으니까, 팔다리를 가져가도 좋으니까 그녀에겐 얀붕이가 옆에 있으면 한다는 소망 하나만 남았다.

더럽고 꼬질꼬질한 겉옷과 떡진 머리로 그 기업 사람들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혹여나 집이 더러워 거래가 안 될까 집을 몇 달만에 처음으로 치웠다.

환기도 하고 LED도 갈고 근처 편의점에서 싸구려 티백까지도 사오며 심장을 부여잡았다.

그리곤 00시 정각, 똑똑거리며 문이 두드려지는 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