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 라멘집이 생겼다는건 풍문으로 들어봤는데 꽤나 인기있었구나.

학교가 끝나고 하교하는 길, 배고팠었는데 마침 라멘 냄새가 나를 유혹해, 집 앞 라멘집으로 들어갔다.

주방에서 풍겨오는 진한 돼지 냄새와 육수 소리에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옮기자, 이미 안에서 맛있게 먹는 반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짧은 갈색의 포니테일이 인상적인 아이로, 탱탱한 볼과 맑은 하늘색 눈으로 주변에서 인기가 많았다.

나는 선도부원이다 보니 그녀와 자주 얘기를 나눴고, 그녀의 쾌활한 성격이 참 마음에 들었다.


“여.”

“어? 얀붕이다! 여기 (날) 찾아온거야?”

“응. (냄새에) 이끌려서.”

“진짜, 얀붕이 자꾸 그러면 내 마음을 주체 못 하겠잖아. 졸업까지는 참으려 했는데.”

“가끔은 (먹는걸) 참는건 풀어줘야지. 사람이 어캐 참고만 사냐?”

“그럼, 얀붕이도 같은 마음인거야? 나 지금 막 떨리는거 있지. 라멘 먹으러 왔다가 막 심장이 쿵쿵돼”

“참 심장이 뛸 이유가 따로 없다. 난 이런걸로 안 참는다. 여자나 참는거지.”


“(나를) 좋아해?”

“(라면을) 좋아하는 편이지.”

“나도야! 나도 사실 엄청 엄청 좋아해!”

“그래...”

“그럼, 이제부터 우리 그런 사이네?”

서로 같은 음식을 좋아하는게 그리 기쁜가?


“뭐,, 그런거지?”

“아싸! 드디어 소원 성취야! 행복해!”

참으로 감정이 풍부한 아이다. 웃으며 방방 뛰는 그 모습이 귀여워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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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그녀는 자주 나에게 달라붙어왔다.

선도부장과 학급 반장이라 평소에도 얘기할 일이 많았지만, 요즘 그녀는 내가 남들을 지적하는 것도 못마땅해하였다.


“마음에 안들어.”

“반장님이 왜 또 화나셨을까.”

“요즘 자꾸 벌레들이 꼬여서 걱정이야.”

“원래 여름철엔 자주 꼬이잖아.”

“너 때문이야!”

“왜 그게 나 때문이냐….”

“안 되겠어, 이제부터 밀착 감시해야겠어.”

“뭔 감시까지해 벌레가지고.”

“빨리 허락이나 해!”

“내 허락이 필요한가? 니 맘이지 그건.”

“헤헤.. 역시 내 맘이지?”

“? 그치?”

“의심해서 미안해!!”

“의심??”

“으응, 됐어. 전화할게! 내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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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놀이동산 놀러가자! 할로윈 커플 이벤트가 그렇게 재밌데!”

“에엑. 싫어”

“역시, 그 벌레가 문제구나?”

“벌레가 갑자기 왜 또 나오냐.. 별로 가기 그래.”

“벌레는 박멸해야...”

“아 진짜. 일부러 이상한 말 하는거지? 간다, 가.”


나로서도 그녀가 싫은게 아니라, 놀이공원에 권해주니 괜스레 기뻤다.

“밤에는 그럼 뭐할거야? 1박 2일이라고 적혀있는데.”

“꺄악! 얀붕이 야해~”

“내가 뭘 말했다고..”

“굳이 내 입으로 듣고 싶어?”

“뭘 하는지는 알아야지?”

“...할거야”

“잘 안들려 뭐라고?”

“..스 할거야.”

“뭘 그리 부끄럼타냐. 어차피 다른 방 잡아놨으니깐 나 잘 때 알아서 해.”

“처음인데, 너무 분위기가 없잖아!”

“앗, 깜짝이야.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그래.”

“아무리 내가 얀붕이면 다 좋다지만, 이건 나도 싫어!”

“밤에는 피곤한데…. 1박 2일로 내일도 놀거잖아.”

“으,, 알겠어.. 난 얀붕이가 하라는 대로 할게.. 귀축..변태 취향”

“밤에 안 놀아준다고 변태로 만들어버리네...”


이때, 나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았어야했다.

여자와 놀러 간다는 것에 설레어 대화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리고 막상 놀러 갔을 때, 흥분해서 그런지 몽정을 해서, 다음날 그녀를 보기 힘들었다.

이상하게 그녀도 날 보지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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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붕아, 우리 그런 것도 했는데.. 이제 못참겟어!”

“(둘이서 놀러간 것) 역시 엄마한테 혼났어?”

“얀붕아! (혼인신고서에) 도장찍어줘! 그럼 봐준데! 엄마도 아빠한테 그렇게 했다고 그러더라”

“내 도장이 왜 필요해?

“우리 둘의 미래를 위해서는 필수적인 과정이야.”

“도장 하나로 인연을 끊는거야?!”

“빨리 도장이나 줘!”

“에휴,, 나 없는데 같이 만들러 갈래?”

“응!”


마찬가지로, 얀순이에게 내 인감도장을 맡기면 안 되었다.


“해해... 이걸로 꿈에 거의 도달했네. (반지는) 언제 사줄 생각이야?”

“사다니?”

역시 저번에 놀러갔었을때 기념품을 사줘야했나?


“얀붕이 너무해. 이런 것도 아까워하고. 내가 얀붕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걸 알면서 꼭 그래.”

자꾸 저런 말을 하는 그녀가 너무나도 설레지만, 그녀에게 고백하여 이 관계가 깨지는게 싫어 애써 내 마음을 모른척한다.

“에휴.. 뭔진몰라도 너가 골라. 내가 산다.”


그리고 그날 700만원의 적금이 깨졌다.

그녀에게 홀린건가? 왜 이리 돈을 많이 써버렸지?

뒤늦은 후회를 하였지만, 반지를 커플처럼 만들고 좋아하는 그녀가 너무나 아름다워, 입을 다물었다,

이러면 마치, 커플 같잖아.. 좋아. 그녀에게 고백을 해야겠다. 

이러는걸 보면 그녀도 내게 마음이 있는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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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슬슬 졸업인데, 얀붕이는 사계절 중 (결혼식 날짜) 언제가 좋아?”

“나는 가을이 좋아. 뭔가 좀 일 년 중 가장 로맨틱하지 않아? 난 잎이 떨어지면 설레더라.”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 가을에 고백하기로 다짐하고 있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편지(청첩장)는 언제 돌릴거야?”

괜히 그녀의 말에 설레며, 대답을 한다.

“편지? 이제 그런거 쓸 나이는 지났지.”

“힝.. 나는 이미 내 주변에 다 돌려놨는데..”

“왜 내가 편지 안 돌린걸 니가 슬퍼하냐? 어쨌든 딱히 생각이 없다.”

“그럼 우리 결실(아기)은 언제 만들거야? 너무 오랫동안 못한거 같아.”

“결실은, 뭔 결실. 자꾸 알아들을 수 없게 말할래?”

“아기”

“아..기..?”


“왜 모른척을 하는거야?”

“우리 아직 키스도.., 아니 고백도”

“응?”

“우리 사귀는 사이 아니잖아 그치?”

“응. 아니지?”

“근데 아기라니? 내가 잘못들은건가?”

“우리 부부잖아.”

“그게 무슨...”


얀순이가 내게 점점 다가온다. 괜스레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다. 그녀의 오른손에 들려진 서류는 대체,,, 

결혼증명서? 임신테스트기? 식전안내문? 대체 왜 저런걸 가지고 있는거지?

“얀붕이, 기억이 안나면 기억나게 해줘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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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종합 : https://arca.live/b/yandere/207587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