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이 시작하는 눈 내리던 날, 얀순이가 나를 불렀다.
나는 얀순이를 좋아했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나왔다.
설마, 같은 마음일줄이야..
약속장소로 가는 길, 미리 와 있었는지 서 있는 얀순이가 참 이뻤다.
손을 호-호 불며 온기를 불어넣는 얀순이를 보자, 마음이 참 설렜다.
"어어어어어.. 서와"
"왜 그렇게 떨어?"
나도 오늘, 우리가 사귈 생각에 떨렸지만, 얀순이는 그 정도가 심하게 떨고 있었다.
"야야얀붕이 기기다리느라... 5시간 이일찍왔어어..."
"오늘 부른 이유는 뭐야? 아, 말하지말아봐! 내가 먼저.."
"말하지마..? 얀붕이 내가 뭘 하려는지 알고 있었구나.."
그렇게 말하며 환히 웃던 그녀는 전기충격기를 주머니에서 꺼냈다.
"내가 못 가질바에는- 차라리!!"
전기충격기를 쥔 채 달려오던 얀순이는,
"아니, 내가 고백---"라 말하는 내 말에
"에?"하고는 넘어져버렸다.
"아"
지지지지지직
그러고는 살이 타는 냄새와 함께 눈 앞에서 기절해버렸다.
어쩌지 이거..
"으음.. 여긴?"
"정신이 좀 들어?"
"분명 얀붕이거 나한테 고백했는데.."
"어 맞아, 내가 고백했어"
"진짜? 진짜로! 와!!"
"뛰지마, 침대에서 뛰면.."
쾅
쾅 소리와 천장에 머리를 박는 얀순이를 보고 솔직히 조금 웃겨서 웃음이 나왔다.
"귀여운 여자친구가 다쳤는데 웃을 일이야?!!"
"귀여운 여자친구가 귀여운 짓을 하니 웃지"
그날, 우리는 사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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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랑 연락하지마! 질투난단 말이야!"
"학급 반장이 공지해주는거잖아"
"알게뭐야! 나 말고 다른애랑 얘기하지마!"
"그럼 너가 문제 알려줄거야?"
"응! 얀붕이는 나만 있으면 돼!"
"그치만 너 공부 못하잖아."
"열심히 할게!"
서로 사이좋게 시험을 망쳤다.
"어쩔거야 이거"
"4점이랑 2점 같이 부르면 사랑이...커플 점수.."
"내가 말을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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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앙- 얀붕아 나 피나"
"으이구, 왜 이리 다쳤어"
"얀붕이 볶음밥 좋아한다길래, 열심히 요리하다가 상처났어"
"손 베였어? 어디 한번 봐봐"
"아니, 피 넣다가 너무 많이 나와서 김치 볶음밥이 됐어."
"엉?"
"먹어줄거지?"
"얀순아, 볶음밥이 다 빨갛다고 김치 볶음밥이 아니야.."
"안먹어줄거야?"
"응. 액체가 고체보다 많잖아."
"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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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또 어떤 여자야! 죽일거야"
"엄마잖아.. 잘봐봐"
"엄마? 나 애기 뱄어?!"
".. 우리 엄마."
"헐!!! 내 가족아니야?"
"우리 엄마가 왜 니 가족이야, 잠깐 밥 좀 먹고 싶데"
"밥? 상견례, 아차! 이럴때가 아니지. 빨리 꾸미고 만나야하는데! 부모님도, 우리 엄마 아빠도!"
"그런 의미 아니니깐 걱정마. 뭐 먹고 싶은거 있어?"
"나? 나야 뭐 항상 얀붕이지"
"..."
"어향동고, 어향동고 먹자!"
"그게 뭔데"
"새우 튀긴건데 그렇게 맛있데! 티비에서 얀붕이 거기 생각하면서 보는데 흐흐.."
"엄마 앞에서 그러면서 먹을거야? 너 첫인상은 어쩌려고."
"나 처음보면 지적미인인 느낌 아닌가?"
"느낌은 무슨.."
어머니와 그녀의 첫 만남에서 어머니는 그녀와 만나지 말라고 내게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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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붕아"
"응?"
"얀붕아"
"왜"
"히히 얀붕아"
"왜 자꾸 그래"
"그냥 불러도 좋은걸 어떻게 해~"
"얀순아"
"왜에에~?"
"닥쳐"
"얀붕아"
"왜?"
"나 갖고 싶어"
"뭘 또 가지고 싶어?"
"아.기.♡"
"어어, 밀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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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순아"
"왜엥~♡"
"너 내가 딴 여자랑 얘기하는거 싫다며"
"응, 얀붕이는 내꺼니깐 여자를 죽일거야."
"얘는 그럼?"
"응? 아아- 순애는 괜찮.. 지 않지! 뭐야!!!"
"맨날 내 핸드폰 본거 아니였어?"
"응, 난 얀붕이 비밀번호도 꼬추 크기도 모르는게 없어!"
"근데 몰랐어?"
"나 전자기기 잘 모르겠어.. 저번에 스토킹하려고 산 카메라도 사기당했단 말이야.."
"말이 안나온다 진짜."
"애기 낳자는 말은 안해도 알아"
"그게 니 매력이지"
"그게 내 매력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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