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 https://arca.live/b/yandere/21822467


“뭐야? 그 얼빵한 얼굴은?”

“나는 분명 도망쳐서 과일을 먹었고..”

“죽을뻔했지.”

“맞아! 그러고 어떤 남자 둘이서 날 가지고 왈가불가했어!”


“그 둘은 지상 최고 6마리 용 중의 2마리고.”

“용?”

“응, 나도. 그리고 너도 이제 인위적인 용이야.”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이 얼마나 힘들게 나를 용으로 바꾸었는지 설명을 하였다.

물론 나는 현 상황도 이해가 안 되는데, 그녀의 말이 이해될 리 없었다.

“그래서 내가 마도왕국까지 몰래 잠입해서 1급 골렘의 레시피를 빼 오는데 말이야, 야!! 너 듣지 않고 있지!!”

“아, 미안.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느라.”


볼에 공기를 불어 넣고 심통이 난 그녀는, 그렇게나 무서워하고, 동경하던 용이라 생각이 되질 않았다.

“너 지금 또 나쁜 생각하지?”

“용은 생각을 읽을 수 있는거야?”

“그러니까 반말하지.. 아니다! 너는 특별히 허락해줄게. 내 호위니깐!”

“아까부터 호위라니, 대체 무슨 말이야?”


그녀의 붉게 타오르는 눈동자 속에서 나의 모습이 반사되었다.

그녀의 감정이 격해질 때마다, 꼬리는 세차게 흔들렸고, 미세한 열기가 방출되었다.

“뭐긴 너는 이제부터 날 지키는 가디언이라고! 내가 널 살려줬으니깐!”


“앗, 뜨거! 조금만 진정해봐. 가디언이니 뭐니 난 바라지 않았다고!”

“그러면 사람으로 살던 때로 돌아갈거야?”


그녀의 순수한 물음에 그만 말문이 막혔다.

그렇다, 내가 돌아간다고 해도 결국 버러지 같은 인생을 이어가는 것 아닌가?

복수를 꿈꾸면서 아무런 힘도 없이, 마물에게 쫓기며 이상한 과일이나 먹는, 그런 인생?


“만약.. 내가 널 따라간다면, 강해질 수 있을까?”

“적어도 모든 생명체에게는 지지 않을 만큼! 내 호위는 날 수호해야 하니깐!”

두 팔을 와락 펼치며 파득 파득 날아오는 그녀의 미소가 너무나 해맑아 나도 덩달아 미소를 지었다.


“잘 부탁해. 난 박서준이야.”

“스칼렛! 나야말로 잘부탁해! 앞으로의 수련은 힘들거니깐 각오하라고!”

“힘든 건 환영이야. 빠르게 강하게 되어서 은혜는 꼭 갚을게.”


.

.

.


“취소! 훈련 강도가 높은건 알았지만, 이건 너무 심하잖아!”

크하하핫! 더욱 춤추어라, 소년이여!”

“크림슨님, 이건 아니잖아요!”

눈앞에서 날아오는 무수한 불로 만들어진 용을 피하며, 예전을 회상한다.


수련을 하겠다고 얼마나 지났을까, 저번에 봤던 남자 두 명이 내게로 왔다.

그들은 내게 자신들이 직접 시사하겠다고 전했고, 스칼렛이 말한 대로 ‘최강에게서 배운다’라는 행위 자체에 매료되어 승낙해버렸다.

그렇지만 그 둘은 수련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욕망을 내게 풀었다.


크림슨은 날 보며 한 첫마디가 ‘맘에 안들어’였고, 페일은 ‘인간이였던 용이여, 혹시 해부해봐도 괜찮겠는가?’였다.

그 둘은 싸이코다. 생각하는 말, 뱉는 말 하나하나가 전부 어딘가 나사가 빠져있었다.


“허억- 허억-”

“가디언! 괜찮아?”

“이게 허억- 괜찮아 허억- 보여?”

“말할 수 있으면 괜찮은거지. 첫날치고는 힘냈네!”

“저걸 버티는 너도 이상해”

“나는 순혈 중에서도 최상위니깐. 이 정도는 당연하지!”


“다들 허억- 미쳤어.”

“꺄하핫, 바보야, 우리는 용이라고. 인간에 비해 몇백 배, 몇천 배를 사는데. 가치관이 같으면 그거야말로 이상한거지.”

“강해진다는 느낌이 안들어.”

“그건 네가 용과를 너무 많이 먹어서, 그 그릇이 차는데 걸리는 시간 때문일거야. 아마 나중에는 확! 확! 날아다닐걸?”

“용과?”


“응! 용의 과일! 우리 드래곤은 계급에 따라 용과를 먹거든? 거기다가 마력을 보존해서 보조 역할을 하는 거야. 당연히 뛰어난 용일수록 많은 과일을 먹고. 체내에 보존하지.”

“난 그런 과일을 마구잡이로 먹었는데?”

“그니깐, 너가 신기한거야. 물론 내 덕이 가장 크지만! 감사해하도록 해! 헷,헴!”


“정말 고마워. 진짜로.”

꼬리가 그녀의 기분을 대변하듯 웅 웅 흔들렸다.

“뭐뭐뭐, 바로 그렇게 긍정하는거야!”

날개를 퍼덕거리며 돌아가는 그녀가 참으로 재밌어 큰 소리로 얘기해주었다.


“이 은혜는 꼭 갚을거니까!!!!!!!!”

“바-보-오-야!!!”

이어서 답장이 들려오는 걸 웃으며 한 귀로 흘리고 있을 때, 뒤에서 누가 말을 걸어왔다.


“아주 연애 이야기를 몸소 실천하는구먼? 남의 딸을 가지고 말이야!!!!!”

그리고 날아오는 수백 개의 화염구들

“이걸 어떻게 피해요!!!”

“피하라고 쏜게 아니다! 죽어라!!”

“방금, 죽으라고 그랬죠? 그런거죠?!?”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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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아이야, 이 시약을 먹어보지 않으련?"

"딱봐도 독약인데요.. 연기가 식물을 녹이고 있낞아요."

"용과가 여과작용을 해서 괜찮을거란다. 아마도?"

"절대 싫어요!"

"에잉, 쯧쯧쯧. 천둥벌거숭이를 주워준 은혜도 모르고. 이래서 요즘 젊은 것들은.."


"내 가디언 괴롭히지 마세요!"

"그래그래, 이 늙은이가 방해물이지. 방해물이야. 늙으면 콱! 죽어버려야겠네."

"페일 아저씨! 그런 뜻이 아닌거 알잖아요."

"오냐오냐 키워줬더니만.. 오늘은 마나의 흐름에 대한 연구다. 집중이나 해라. 호오... 서준이, 용과가 몸에 스며들기 시작했구나.. 역시, 이 물약을!"

"싫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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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년째네.."

"뭐가 벌써야. 한순간에 지나갔구만."

"너는 200살 처먹었으니깐 그러지."

"이게 호위 대상할테 할 소리야?"

"나, 나가고 싶어."


"뭐?"

"나 숲 밖으로 가보고 싶어. 빌어먹을 원장이, 전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고 싶어."

"시,싫어!"

"왜 너가 결정해. 어르신들의 뜻에 따라야지."

"넌 내 가디언이야!!"

"너가 나보다 강하잖아."

"그치만, 그치만.."


"같이 나가자."

"나는.."

"세상을 둘러보고 싶어. 복수는 희미해졌어도, 죽은 이들은 잊지 않아. 묘비를 만들어주고 싶어. 같이 가지 않을래?"

"우리 용족은 함부로 숲 밖을 나가면 안돼..."

"내가 고아원에서 탈출한 날, 그날도 용이 하늘을 날고 있었는데?"

"그건 아직 설명해줄 수 없어."

"난 아직도 너희에게 완전히 들어가지 못했구나."


조금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고아가 된 후 다시 생긴 가족같았다.

그들에게 내 모든것을 들어냈고, 아마 죽기 전까진 도와줄 것이다.

그런데도 세월이란 벽에 막혀 너무나도 긴 골이 그들과 내게 존재한다.


"아냐!!!"


소리치는 그녀의 눈에 물방울이 맺힌다.

또 감정이 격렬하게 끓는지, 바로바로 기화되지만, 눈물이 끊임 없이 나오고 있다.


"나는, 내 가디언을! 아니, 서준이를 믿어! 그래도, 그래도.. 장로님들이 반다하셔서.. 역시 인공으로 만들어진.."

"그만."

"하지만, 나"

"고마워. 너의 마음은 잘 알겠어. 그래서 더더욱 난 인간이 있는 곳에 가보고 싶어."


"여기서 그런말을 하면 내가 어찌 반대해.."

"동의해줄거야?"

"돌아온다고 약속하면."

"친구가 나밖에 없어서 그런가? 가디언 말고는 놀 사람 없지?"

"아빠가 과보호여서 그렇거든! 이제 몰라!"


씩씩거리며 뒤돌아서는 그녀를 배웅하며, 발길을 옮겼다.

뒤는 고룡들의 설득.

설득은 예상보다 쉬웠다.


"네놈같은 버렁뱅이가 딸에게서 떨어진다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지."

"중립을 지키는 아무런 계약이 없는 자가, 압도적인 힘으로 세상으로 태동하는구나. 크크크.. 참으로 재밌겠어. 역시, 그때 물약을.."


"다녀오겠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숲을 나선다.

이제는 나도 반용이기에 결계를 다룰 줄 안다.

깨진 거울조각이 눈앞에서 일렁인다.

처음 이 공간에 왔을때도 이런 느낌이였지.


한 발. 한 발. 

드디어 밖으로 나온다.


나오자마자 나의 인기척을 느꼈는지, 호랑이만한 마수가 달려온다.

참 신기한 기분이다. 

그 강한 마수를, 피해다녀야할 인간인 내가 사냥을 한다니.

손쉽게 피해주고 마수를 쓰러트린다.


첫번째 목적지는 고아원.

"재호야, 세연아, 서연아.  늦어서 미안해. 꼭 너희의 한을 풀어줄게."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모두의 꿈을 망친 원장을.


"꺄아아악!"

다짐한지 얼마나 지났을까, 숲을 나서는데 여자의 비명이 들려왔다.

이 숲은 아무도 접근을 안하는 곳인데 어째서?

호기심에 소리의 근원지로 달려가자, 늑대에게 공격받고 있던 여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저리가! 저리가라고!! 나는 블랑 가문의 3대 계승자! 엘리자베스 드 블랑 3세야! 이런 녀석들 따위 한방도 아니라고!!"


기 센 말투와 달리 찢어진 스타킹 속 흘러내리는 피와 칼을 든 검은 떨리고 있었다.

"비록 집사에게 배신당했어도, 나는 돌아가서! 세상을 바꿀거야!"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서 소리치며 상황을 설명하는 저 여자는 내가 있는걸 알아서 주절거리나 싶을정도로 얘기를 하다가, 대성통곡을 시작하였다.


"엉~ 엄마, 아빠 보고싶어!! 무서워!!"


늑대는 그녀를 끈질기게 괴롭혔고, 결국 그녀를 쓰러트릴 수 있었다.


"까약! 싫어, 싫다고!!"


10년만에 처음 만난 인간이기도 하고, 두고 가면 잠자리가 찝찝할것 같아서 그녀를 구해주기로 다짐했다.


"꺄아아아아...?" 

비명을 지르던 그녀는 내가 늑대를 순식간에 해치우자 소리가 점차 작아지더니 마지막에는 의문으로 끝났다.


"혹시, 나한테 반해서 구해주러 온 왕자님?"

"아니, 저 여자가 죽으면 기분 더러울거같아서 겸사겸사 도운 의로운 검사?"

"왜 의문문이야! 그리고 겸사겸사라니!"

"됐어, 이제 가려고."

"... 같이가"


"뭐?"

"같이 가 달라고!! 오줌 지렸단 말이야."

"..."

"죽어도 비밀로 해야해! 날 구해준 너니깐 말해주는거라고! 나는 엘리자베스 드 블랑 3세! 세상을.."

"바꿀 여자지."

"헉! 어떻게 알았어? 혹시 날 도와줄 용사의 동료?"


"용사라니?"

"읍! 알고 온거 아니였어?"

"응."

"그럼 됐어! 날 집으로 안내나 하도록 해!"

"내가 왜? 난 목적지가 있어."


"으그그.."

"할 말 없으면 이제 간다?"

".. 그래도 고마워."

"응? 안들렸어"

"고맙다고 바보야!"


그녀는 내게 소리를 지르곤 달려가기 시작했다.

아, 그 쪽 반대방향인데.


"꺄아아아악!"


다시 들려오는 그녀의 비명소리에 한숨을 쉬며 뒤를 쫓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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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가 재밌어서 자꾸 글이 많아진다.

다음엔 꼭 끝낼게. 5000자로 나누느라 자꾸 끊기네 - 완결

3편 : https://arca.live/b/yandere/21877622


링크 종합 : https://arca.live/b/yandere/207587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