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회상 2



작가의 말 : 에로 없습니다. 생각보다 길어졌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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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오를 다질 계기는 두 차례 있었다.


첫 번째는, 망가져 버린 것처럼 일그러진 미소.


두 번째는, 더 이상 되돌릴 수 없을 것 같은 우는 얼굴이었다.



대학 4년차의 겨울. 현외의 회사에 취직이 정해져서 나는 조금 고민하고 있었다.


직장까지는 차로 몇 시간. 보통이라면 집을 나가 혼자 살아야 할 거리다. 부모님도 그 편이 좋다고 말씀하시고 나도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걱정거리가 하나 있다.


물론, 아오이의 일이다.



요즘은 확실히 아오이의 모습도 꽤 안정되어 보였다.


아침에 깨우러 가도 대학교에 가지 말라고 떼를 쓰는 일은 거의 없어졌고, 토우코씨나 내 부모님과 말수는 적지만 초등학교 때만큼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내가 가지 않아도 토우코씨와 둘이서 식사할 수도 있었고, 뭣하면 하루 종일 만나지 못해도 패닉을 일으키고 날뛰지 않게 되었다. 연락은 여전히 귀신같이 왔지만.


그러던 어느 날.


아오이를 재우고 나서 집에 가려고 하는데, 토우코씨가 말했다.



『……류우군, 취직 정해졌다면서. ……축하해.』



조금 이야기가 있다, 라고 해서 안내된 거실에서. 인스턴트 밀크티의 김과 벽시계의 초침 소리가 기억났다.


긴 침묵을 깨고 겨우 토우코씨가 입을 열었다.


그 때의 표정은, 마치 무엇인가에 망설이면서 자신에게 뭔가 타이르는 것 같은……어쨌든, 축하의 말을 건넬 때의 표정이라고는 말하기 어려운 것이었음을 기억하고 있다.




『일자리, 현 밖이라고 했지. 이 근처에서 꽤 걸리는거지?』



나는 뭐라 대답한걸까. 얼마 안 걸릴 거라고 거짓말을 했을까, 아니면 솔직히 고백했을까. 어느 쪽이든 결과는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게 이런 말을 할 자격은 없어. ……는 고사하고, 류우군에게 뭔가를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곤 있지만. ……하지만, 그래도 말해야겠어. ……저기, 류우군.』



밀크티는 이미 식어버린 것 같다. 시계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단지, 미안하다는 듯이 이쪽을 보는 토우코씨의 얼굴이 눈에 선했다.




『……류우군 덕분에 그 아이도 점점 건강해져서 나에게도 마음을 열어주게 되었어. ……류우군, 언제나 정말로 고마웠어. 아무리 감사의 말을 전해도 모자랄 정도야, 정말로…… 정말로 모녀 모두 신세를 졌습니다.』



토우코씨는 깊이 고개를 숙이고 그 한마디를 [과거형 시제]<-볼드로 마무리했다.



『아오이에게는 내가 책임지고 말했어. ……괜찮아. 요즘은 아오이도 나랑 둘이서 얘기할 수 있고, 목욕도 하고, 식사도 내가 어떻게든 할 수 있게 됐어. 그러니까, ……그러니까 이젠 분명 괜찮을거야.』



자신에게 타이르듯 몇 번이고 괜찮다고 반복하는 토우코씨.


전과 비교하면 얼룩진 다크서클도 표정에 밴 듯 했던 피로도 말끔히 가셔서 옛날의 토우코씨로 돌아와 있었다. 단지, 이전의 이 분은 이렇게 ……내심의 불안을 억지로 비트는 것 같은 행동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토우코씨는 깊게 머리를 숙이고, 쥐어짜듯이 말했다.



『……귀하에게 받은 이 몇 년간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지만 ……앞으로 우리 모녀가 어떻게든 보은을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부디. ……앞으로는 자신을 위해, 살아주세요.』



내밀어진 것은, 취직 축하라고 하기에는 너무 두꺼운 봉투.


마치 위자료다, 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분노는 없다. 토우코씨의 기분도 이해했으니까. 고맙다는 말도 진심이었고, 보은 운운하는 말도 진심이었다.


이 사람은 정말로 정말로, 내가 아오이를 위해서 인생의 [귀중한 시간을 낭비해 버렸다고]<-볼드 생각하여, 그 시간을 어떻게든 속죄할 방법을, 이런 것으로밖에 떠올리지 않은 것이었다.


……분노는 없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을 정도로 허무함만은 남아서.


이 날의 나의 말만은 아무것도 기억나질 않았다. 이 때 뭐라고 대답했을까. 뭐, 어련히 무던한 말을 했겠지. 고함을 지르거나 비아냥거리면서 토우코씨를 상처주거나 그런 일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테이블 위의 봉투는, 절대로 손에 쥐지 않았다.


부모님께도 토우코씨로부터 이야기가 오갔을 것이다. 히이라기가에서 돌아온 뒤, 지금까지의 일을 아버지께 말씀드리고 칭찬을 받았다, 어머니에게 위로를 받았다.


……어이없을 정도로 그것만으로 끝나버렸다.


결국, 거기서 아오이는 한번도 만나지 못했고.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었다. 





***




첫 독신 생활, 첫 직장. 익숙하지 않은 것 투성이에 지쳐 버렸다 해도, 자기 전에는 반드시 아오이의 일이 걱정됐다. 하지만 그날부터 한번도 아오이에게서 연락이 오는 일조차 없어서, 분명 토우코씨의 말대로 괜찮아졌을 거라고 억지로 자신을 타이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직장에서 집에 가는 길에 전화가 한 통 걸려 왔다.




『류우군!? 다, 다행이다, 연결됐어……!』



『토우코씨? 오랜만입니다. 왜 그러세요, 갑자기……』



『미안해욧! 저, 저기 아오이, 그쪽으로 가지 않았어!?』



『……하?』



혼란스러워 하는 토우코씨를 달래며 말을 들어보니.


토우코씨 왈,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몇 번이나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고 한다. 단지, 나와 만나지 않게 되어서 몇 번이나 우울해하고 있었고, 이번에도 같겠지라고 생각하고 방에 들어가니 아오이가 없었다.


보니 방의 창문은 열려 있었고, 지붕으로 이어지는 내 방의 유리창이 깨져 있었다. 우리 부모님은 하루 동안 외출하신 것 같아서 연락도 되지 않았다.



『아오이에게는 류우군의 주소도 직장도 가르쳐 주지 않아서……. 내 지갑에서 돈도 가져가고, 아마 그 아이, 너를 보러 간 것 같아…… 읏! 어떡하지, 미안해요 또 민폐를……!』



『침착해주세요! 확실히 제 집에 들어갔으면 여기 주소도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애초에 아오이, 전철도 타 본 적이 없습니다. 거기에서 역까지도 꽤 거리가 있고. 혹시 집 주위라던가, 아니면 토우코씨 집 안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 그렇지! ……아아, 어쩌지, 나 잠깐 찾아보고 올게……!』



『저도, 이제 방에 도착해서 옷 좀 갈아입고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막차……는 무리지만, 택시라도 타고! 아, 아니, 먼저 경찰에 연락하겠, 습……』



내 방에 도착한 순간, 전화를 떨어뜨릴 뻔했다.


내 방, 202호실 문 앞에서 웅크린 인영(人影).


무서워서 견딜 수 없을 터인데 밖에 나가서. 전철을 탔는지 택시를 탔는지, 어쨌거나 여기까지 도착했다. 보통 사람에게는 조금 먼 거리. 하지만 이 아이에게는 얼마나 힘든 일이었을까.



『다시 걸겠습니다.』



『엣, 잠깐 류우구……』



그 여자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 아이는 작은 몸을 스스로 부둥켜 안고 이를 따닥따닥 떨고 있었다, 아마 어디선가 토했는지 코트도 화려하게 더러워져 있었다. 얼마나 무서운 생각을 했을까, 나는 모르겠다.


그러니까, 더 이상 무섭지 않도록, 상냥하게 말을 걸었다.





『아오이, 쨩……?』




그 아이의 얼굴이 천천히 들어올려졌다. 울어서 퉁퉁 부은 눈, 창백해진 볼. 기억 속의 그녀의 표정에서도 최악의 상태에 가까웠다.


그래도 지금까지 제대로 밥은 먹을 수 있었겠지. 뺨이 홀쭉해지거나, 그 때의…… 계속 방에서 나오지 않았던 날들보다도 건강해 보이는 것을 보고, 조금 안심했다.



『……류─, 지……』




아오이가 내 이름을 불렀다. 공포와 긴장과 위액이 목구멍을 태워서, 쉬어버리고 말았지만 확실히 들리는 목소리로.




『오랜만이야, 아오이쨩.』



『류……읏! ……저, 저기, 류─지, 미안……. 나……』



그 때의 반응은, 예상했던 것과 달랐다.


달려들어 오는 것도 아니고, 소리 지르는 것도,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리는 것도 아니었고, 미안한 듯한 목소리로 나지막이 무언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단지 나의 눈을 똑바로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들여다 보면서.



『자, 잘 왔네……. 토우코씨, 걱정하시던데?』



『저, 저기, 미안. 미안, 해요……. 하, 하지만 나 그…… 만나고 싶어서, 류─지에게. 그래도 장소, 를 몰라서……. 연락도, 하면, 안된다고 해서, 저기……』



내 방에 유리창을 깨고 침입했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아오이는 침착해 보였다. 하지만 그런데도, 그 눈의 안쪽은…… 한순간도 내게서 눈을 떼지 않고, 그 눈의 안쪽은 캄캄하게 탁해져 있어서.



『어쨌든, 들어와. 옷도 더러워져 있고, 내 옷으로 갈아입는게 괜찮다면……』



『힛, 들어가도, 좋은……거야?』



『으, 응……』



흠칫흠칫한 움직임이나 언행, 그 눈이 뒤죽박죽이다.


처음에는 오랜만에 만났으니까 나도 낯가림을 한거라 생각했는데, 다르다. 이건……아오이의 이 눈은 무엇인가를 두려워하는 눈이다.


그리고 그 겁먹은 눈동자는 아직 멀어지지 않고 나를 바라보고 있다.



『……아, 토우코씨. 아오이, 찾았어요. 지금, 제 방안에 있습니다. 다치진 않았어요.』



『……아앗! 다, 다행이야……. ……미,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지금 바로 택시잡아서 그쪽으로 갈테니까! 한밤중이 될지 모르지만…… 앗, 미안, 아오이 좀 바꿔줄래?』




아오이의 시선을 등으로 느끼면서 토우코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스마트폰으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는 진심으로 안심한 모습으로, 그리고 또 몇번이나 나에게 사과의 말을 반복한다.




『……토우코씨. 아오이에게, 저에게 연락하지 말라고 하셨나요?』



조금 가시돋친 말투가 되어 버렸다. 토우코씨는 가만히 입을 다물다가, 그리고.




『……으응. 핸드폰도 압수했어. 가지고 있으면 몇번이고 몇번이고 당신에게 연락하니까. 당신에게서 온 전 메일들도 계속 읽고 있어. ……무서울 정도로.』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그렇다기 보다, 나도 토우코씨의 입장이라면 그렇게 하겠지. 내 아이가 상대방의 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들러 붙으면, 확실히 나라도 억지로 떼어낸다.


 ……그렇지만, 나는.



『그렇, 습니까. ……저기, 아오이 말이죠. 내일, 데리러 와주셔도 괜찮겠습니까? 오늘 밤, 우리 집에서 묵어도. ……여러가지 이야기하기 전에, 모두 한 번 숨을 돌리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다행히 주말이라 내일 쉬고요.』



『엣, 그래도……』




망설이는 토우코씨를 달래며 외박을 허락받았다. 미혼의 남녀가 한 지붕 아래…… 같은 것은 이제와선 새삼스럽다. 토우코씨가 걱정하고 계시는 건, 아오이가 계속 내게 폐를 끼치지 않는가, 라는거겠지.


그 후, 스마트폰을 아오이에게 건네주자, 이쪽에서도 들려올 정도의 토우코씨의 고함 소리. 그러나 아오이는 거기에 건성으로 대답하며, 그저 나를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었다.





***





『……잘까, 아오이쨩.』



『아, 응…… 그러니까, 저기……』




밤도 깊어지고,


천천히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결국 주저하는 말투는 빠지질 않아서, 계속 내가 말을 걸면 아오이가 거기에 한두마디 대답하는, 그런 대화가 반복되었다.


예전에는 내가 대답도 하기 전에 다음 얘기를 할 정도로 싱글벙글하면서 굉장한 기세로 이야기해줬는데.




『……저어, 그…… 그니까. ……으음, 저기……. ……같잇! ……읏, 류─지, 같이…… 자도, 될까……?』



『……괜찮아, 이리 와, 아오이쨩.』



「……응! ……훌쩍, 응…… 그, 그럼, 그…… 같이, 잘게……」



짜내는듯이 한 부탁에 고개를 끄덕이니 아오이의 표정이 일순간 일그러졌다. 그러나 그것을 꽉 붙잡아 눈물을 흘릴 뻔한 것을 참고. 또 그 무언가 두려워하는 듯한 눈으로, 천천히 옆에 누웠다.



『……아오이쨩.』



『읏!? ……뭐, 뭔데, 류─지.』



『……아냐, 아무 것도 아니야. ……잘 자.』




불을 껐다. ……이 이야기는 내일 하면 된다. 토우코씨와 셋이서.



그날 밤은, 눈을 감아도 잠이 오질 않았다. 아오이와 잠자리를 같이 하는 일 따위는 몇번이나 있어서 긴장은 없었다. 그저 가슴이 쿵쾅거려서.



『……류─지…….』



내 팔 안에서, 아오이가 천천히 빠져나왔다. 화장실일까, 잠자코 자는 척을 계속했지만 아무래도 모습이 다르다. 침대 위에 앉아서 나를 가만히 내려다 보고 있었다.



『……미안해, 미안해……. 류─지 미안. 내가 있어서 미안해. 계속 따라다녀서 미안해. 폐만 끼쳐서 미안해. ……그런데도, 또 와버려서 미안해. 아무래도 만나고 싶어져서 미안해. ……정말 좋아해. 흐윽, 미안, 미안…… 정말 좋아하게 되어버려서…… 죄송합니다…….』



휴우 하고 목에서 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오이가 아니다, 내 목소리다.


등골에서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호흡이 멎을 것 같았다. 심장은 경종을 치며 내 얼굴에서 핏기가 가시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찰칵찰칵



특징적인 소리. 상황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 뿐 아니라, 토우코씨가 아오이에게 내게서 떨어뜨리기 위해 무슨 말을 했는지, 왜 아오이의 모습이 이상했는지…… 지금, 이 녀석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도 전부 알 수 있었다.



『아오이…… 윽!』



벌떡 몸을 일으켜 아오이가 손에 쥔 그것을 힘껏 뿌리쳤다. 목덜미에 가까이 들이대고 있던 그것은, 은빛의 둔탁한 빛을 반사하며 방의 구석에 나뒹굴었다.



『……앗, 류, 류─지…… 나…….』




얼이 나간 듯이, 아오이가 멍하니 나를 쳐다본다.


불을 켜면 조금 눈이 부셔서 이번에는 내가 한 순간이라도 눈을 떼지 않도록 이 녀석의 어깨를 꽉 잡았다.



『……뭐, 하고 있는거야……?』




아마, 아오이에게 이런 얼굴을 보인 적은…… 진심으로 화난 얼굴을 보인 적은 없다. 불안정한 이 녀석에게 지금까지 강하게 나올 수 없었지만…… 지금만은 내 알 바냐.




『……어이!』



『히우……읏!』



지근거리에서 고함쳤다. 아오이는 얼굴을 경직시키며, 아이처럼 뚝뚝 눈물을 흘렸다.



『……그, 그치만! 그치만, 마, 마마갸, 마마가, 이제 류─지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고 했엇! ……흐윽, 흐윽, 류, 류─지의 인생은, 류─지의 것이라고. 류, 류─지는 나 때문에 부활동도 그만두고, 히윽, 많이 있던 친구들과도 놀지 못해서, 나, 나를 돌보기만, 한다고오……. 그,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내가 괜찮아졌으니까, 류─지를 자유롭게 해주라고, 그렇게 말했단 말야!」



우와앙 하고 소리를 내며 우는 아오이.



『나, 나라돗, 열심히 노력했어? 류─지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으니깟! 만날 수 없어돗, 호, 혼자서 힘내자고, 그래도, 그래도오……』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는 분노가 급속히 시들어갔다. 연민인가, 비애인가, 아니면 애정인가. 내 안에서도 설명할 수 없는, 그러나 포용할 수 없을 정도의 거대한 감정에 싸여갔다.



『륫, 류─지가 없으면 안되는걸! 밥도 류    ─지랑 함께라면 뭐랑 먹어도 엄청 맛있을텐데, 뭘 먹어도 맛이 없엇! 매번 매번 토할 것 같았지만! 그래도오, 마마는 내가 먹는 것을 기분좋게 봐주니까, 그러니까 나도 힘냈엇! 마마가 일가면 또 무서워져섯! 계속 방 안에서 혼자섯! 계속 계속, 우앙, 아아아……으, ……그, 그래도, 류─지에게 도와달라고, 말할 수 없엇! 내가 그 이상, 류─지에게 그런 말을 하면 안되는걸!』



……내가 이럴거라는 것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까 방 앞에서 웅크린 아오이를 발견하고 나서…… 아니, 그날 너덜너덜해진 아오이가 내 목소리에 문을 열어 준 그 날부터…… 아니, 어쩌면 처음 만났을 때부터 쭉.



『냇, 내가 가까이 있으면 류─지에게 폐를 끼치니깟! 그래돗, 하지만 나는 류─지가 없으면, 괴롭고 힘들고 외롭고, 슬퍼서…… 하지만, 이제 류─지를 만나면, 안되니까앗! 나, 류─지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아서, 그러니까앗! 그, 그러니까, 이제, 이제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에! 류─지에게도, 이제 폐를 끼치지 않도록, 더 이상 미움받아버리기 전엣! 그, 그렇지만, 어떡해도, 마지막에 얼굴을 보고 싶어서, 류─지와 만나고 싶어서어……엇!』



울며, 과호흡 직전에 이르면서 그래도 짜내듯이 아오이가 외쳤다.


내 시야도 어느새 흐려져, 둘이서 침대 위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미안해요! 이제 더 이상 폐를 끼치지 않을테니까, 곧 사라질테니깟! 부탁이야 류─지, 싫어하지마, 싫어하지 말아주세요! 나앗, 류─지 뿐이니까! 류─지 뿐이야! 류지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테니까, 류─지에게 미움받지 않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고, 나 무섭지 않을걸! 그러니까……앗』




『아오이!』



방구석으로 날아간 은색 빛으로부터 아오이를 멀리 두기 위해서, 아오이를 지키듯이. 나는 작은 몸을 끌어안으며, 그대로 꼭 껴안았다.




『……류, 류─지……?』




『괜찮아, 이제. 이제 이해했으니까……』




나도 울먹이는 목소리가 되어 다 큰 어른이 두 명이서 침대 위에서 울고 있었다. 그래도 이 아이를 떼어 놓을 수 없다. 부끄럽지만, 지금 전해야 할 말이 있다.






『……나, 아오이쨩을 귀찮게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 절대, 싫어하지 않아. 지금도, 앞으로도 쭉. 부활동보다도, 친구보다도, 다른 누구보다도, 훨씬 아오이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거, 거짓말…….』



『거짓말 아냐! ……내일, 토우코씨가 오면 부탁드릴게. 미안해, 나 처음부터 이랬으면 좋았을텐데……. 이제 쭉, 같이 있자? 같이 살자, 아오이쨩.』




『……읏! ……후에 ……하지만, 하지만 나…… 그런, 그래도……! ……ㄷ, 돼? 나, 여기에 있어도, 류─지와 함께 살아도, 돼……?』




『응. ……내일부터 ……지금부터. 여기가, 아오이쨩의 집이야.. 나와 아오이쨩 두 사람의 집이니까. ……그러니까, 이제 그런 짓 하지…….. 말고, 되지도 말라고…… 아오이.』




『우앙, 우아아아아아앙! 미안, 미안해요오오! 류, 류─지, 미안, 미안햇! 흐윽, 우아……앙!』




그리고 펑펑 우는 아오이를 끌어안은 채로 잤다. 다음날 아침, 두 사람 모두 부은 눈으로 토우코씨를 맞이했고, 내가 도게자하며 동거를 부탁했다.







이것이 2번째로, 내가 이 아이를 계속 지키기로 결정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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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10화가 완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