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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

 

재밌다.

 

정말 상상도 못 했다.

 

강원정이 이런 수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일 줄이야.

 

역시 이렇게 사람과 놀 때는 예측 불가능한 수가 많아서 재밌다.

 

강원정이 서가원의 과거에 대해 파헤쳤다고 연락이 왔다.

 

제일 놀라운 것은 일단 강원정이 서가원이 서가원임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난 언질을 준 적이 없다.

 

잠깐 얼굴을 본 게 다일 텐데...

 

어떻게 알아낸 걸까?

 

강원정도 그것을 알고 ‘서가원의 과거를 알아냈어.’ 한 문장을 달랑 보냈을 것이다.

 

자신은 개의 이름도 혼자서 알아냈다.

 

그리고 과거도 알고 있다.

 

궁금하면 자신에게 접근해와라.

 

이런 일을 한두 번 해본 게 아닌가?

 

유도다.

 

나와 만나려는.

 

내가 궁금해할 것을 뻔히 알고 자신에게 와달라는 신호다.

 

가원이가 내가 만난다는 것을 알면 무척이나 빡쳐 하겠지.

 

하지만...

 

가지 않을 수 없다.

 

이건 게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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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이 되었다.

 

수업이 끝나고 강원정에게 다가간다.

 

강원정은 나를 힐끗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러더니 바로 교실에서 나간다.

 

피하는 건가?

 

원정을 따라 교실에서 나간다.

 

원정은 적당한 속도로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다.

 

이건 피하는 것이 아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자신을 따라오는 의미.

 

난 그저 따른 곳에 시선을 두고 원정을 따라갔다.

 

원정을 따라 한참을 걸어가서 도착한 곳은...

 

처음 만난 카페였다.

 

일부러 이곳에 온 걸까.

 

취미하고는 참.

 

원정을 따라 들어갔다.

 

원정은 주문을 마치고 2층으로 이동하였다.

 

다른 사람들 몇몇이 주문을 하도록 기다리고 나도 커피를 한 잔 시키고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의 제일 구석에 자리를 잡은 원정.

 

확실히 가원에 대해 좀 알아냈나 보다.

 

저렇게나 조심하는 걸 보니 보통 애가 아니라는 것만은 알아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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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원

 

서가원: “안녕하세요. 강 부장님?”

 

강 부장: “반갑습니다, 아가씨.”

 

서가원: “국가정보원 소속이신 분이 이렇게 함부로 돌아다녀도 괜찮은가요?”

 

강 부장: “돌아다녀도 상관없을 정도의 위치입니다. 더군다나 형님의 부탁이자 상대도 아가씨라면 윗선도 어쩔 수 없지요.”

 

서가원: “다행이네요. 실력이 무척 좋다고 삼촌께서 그러셨는데, 믿어도 되겠지요?”

 

강 부장: “삼촌... 아 형님께서 그러셨군요.”

 

강 부장: “아 그리고 물론입니다. 제 실력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강 부장: “그래서 누구를 어떻게 하면 될까요, 아가씨?”

나는 챙겨온 가방에서 서류철을 꺼냈어.

 

강 부장: “이 친구 말입니까? 흠... 한 번 기관에서도 조사를 진행해보겠습니다.”

 

강 부장: “그래서 sns 내용 같은 것을 털면 되나요? 거래 내역? 컴퓨터 내 파일? 아니면 컴퓨터를 다운시키는 것도 가능합니다.”

 

서가원: “직접적인 위해는 가하지 말아 주세요. 뭐였더라... 랜... 랜... 뭐였지요?”

 

강 부장: “랜섬웨어 말이신가요?”

 

서가원: “예. 그렇게 위해만 갈아주지 마세요.”

 

강 부장: “그런 관련 정보만 털어오도록 하겠습니다.”

 

서가원: “아... 그래도 흔적 하나만 남겨주실 수 있나요?”

 

강 부장: “예?”

서가원: “어차피 알아도 신고도 안 할거에요. 제가 한 걸 알려야 해요.”

 

강 부장: “성공해오겠습니다. 하루나 이틀 사이에 다시 뵙지요.”

 

서가원: “감사해요. 선계약금은 계좌로 보내드렸어요.”

 

난 말을 짧게 끝내고 갔어.

 

물론 저 사람에게는 돈이 문제가 아니겠지.

 

다음 진급이 문제겠지.

 

사람은 역시 다루기 쉬워.

 

욕망이나 목적 신념.

 

그런 것만 알면 간단하게 꼬드길 수 있잖아?

 

선생님 곧 엄청 놀라실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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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

 

강원정은 불안한 탓에 주위를 한 번 더 둘러보고는 입을 열었다.

 

강원정: “서가원이 진얀고 출신이지?”

 

김태환: “그렇지.”

 

강원정: “어쩐지 본 얼굴이더라. 내 후배야.”

 

김태환: “그건 몰랐네. 뭐, 큰일이라도 있었어?”

 

강원정: “흠... 대가는 뭐야?”

 

김태환: “지금 만나주고 있잖아. 나와의 만남을 원하던 거 아니었어?”

 

강원정: “그건 맞지... 하지만...”

 

김태환: “하지만 뭐? 넌 내가 처음으로 몸을 보고 온 남자가 아니라며?”

 

김태환: “내 몸을 원하는 건 아닐 거 아니야.”

 

김태환: “그러면 플라토닉 러브라도 해줬으면 해?”

 

김태환: “안타깝지만, 네게는 아직 마음이 없어.”

 

김태환: “나도 뒤틀려 있어. 너와의 시간이 재미있을수록 더욱 너와 만나고 싶을 거야.”

 

김태환: “내가 뭘 재미있어할지 파악한 건 기특하네.”

 

말을 속사포처럼 쏟아부었다.

 

막상 쏟아 부어버리고 나니 상처를 준 게 아닌가 싶지만...

 

뭐, 알아야 할 건 알아야지.

 

안 그래?

 

강원정은 당황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가 이내 수긍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강원정: “그래. 그렇지. 내가 좀 더 노력해야지.”

 

강원정: “가원이는 왕따를 당했어.”

 

김태환: “뭐? 걔가 왜?”

 

강원정: “그러게 서얀 그룹 막내딸이 어쩌다가 왕따를 당했을까?”

 

강원정: “이건 좀 숨겨진 정보인데... 그룹에서 무척이나 숨기는 존재라고들 해.”

 

김태환: “숨긴다고?”

 

강원정: “엄청 소중히 여겨서 언론의 주목 같은 거를 받으며 크지 않았으면 했다네.”

 

어쩐지 정보가 잘 나오지 않았다.

 

해킹도 정보를 모으는 방법 중 하나지만 해킹이 모든 것은 아니다.

 

합법적인 경로로 정보를 모으는 방법은 많다.

 

제일 간단한 것이 검색.

 

간단한 포털 사이트부터 뉴스 기사, 블로그, 카페에 적힌 글, sns까지.

 

인터넷에 자신의 정보를 흘리는 사람들은 엄청나게 많다.

 

그런 정보들은 무방비하게 흘러 다니며 좋은 먹이가 된다.

 

사람들은 자신 나름대로 비밀번호도 꼬우고 글도 조심히 적는다고 생각했겠지만...

 

익명성의 뒤에 숨으면 누구나 방심하기 마련이다.

 

해킹으로 단편적인 정보만을 모으고 난 뒤에는 몇 시간을 가원이에 대해 뒤졌다.

 

내 평생 그렇게 흔적이 없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

 

특히 서얀 그룹의 막내딸임에도 불구하고 언론 기사 하나 안 나온 것이 신기했다.

 

오죽하면 일반 위키에서는 서가원을 제외하고 자녀 수를 카운팅하고 있었다.

 

예측은 하고 있었지만, 정말로 그룹에서 조직적으로 은폐를 완벽히 하고 있었구나.

 

강원정: “진학한 고등학교에서 당연히 동기들은 그런 집안의 딸인지 몰랐어.”

 

강원정: “처음에는 잘 지냈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남자를 하나 잘 못 만났어.”

 

김태환: “남자?”

 

강원정: “소문에 의하면 서가원이 어떤 남자애를 좋아했다고 하더라고.”

 

남자...

 

그런 애가 지금은 날 좋아하고 있다고?

 

그 정도 집착이면 남자애를 지금도 쫓아다니고 있어야 할 텐데.

 

죽었나?

 

김태환: “그 남자, 죽었어?”

 

강원정: “어떻게 알았어? 여튼 무슨 일이 있었냐면 서가원이 좋아하던 남자애를 다른 여자애도 좋아하고 있었어.”

 

강원정: “그 다른 여자애가 일진이었지. 아무 2학년 애들이랑도 엄청 친했나 봐.”

 

강원정: “서가원은 금방 왕따를 당하고 있었나 봐.”

 

강원정: “양아치 남자애들이 서가원에게 찝쩍거리기도 하고, 노골적인 괴롭힘이 이어졌다고 하네.”

 

김태환: “서가원이 왜 가만히 있었지?”

 

강원정: “나야 모르지. 뭐 그러다가 서가원이 좋아했던 애가 서가원 괴롭히지 말라며 여자애랑 사귀었어.”

 

강원정: “괴롭힘이 좀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하긴 했어.”

 

강원정: “소문에 의하면 서가원에게 험한 짓을 하려던 남자애들이 있었다고 하네.”

 

강원정: “그런데 그걸 듣고 반발하던 서가원이 좋아하던 애가 사고로 죽게 되고.”

 

강원정: “서얀 그룹이 학교를 갈아버렸다고 하더라고.”

 

소문은 무틋 커지길 마련이다.

 

3학년이었던 강원정은 관심이 없었겠지.

 

그저 떠다니는 소원을 있는 대로 모은 게 분명하다.

 

남자애가 누구인지.

 

정확한 사건의 관계도.

 

이런 걸 알아봐야겠군.

 

sns를 털어볼 때가 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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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정과의 대화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작은 고등학교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물론 뉴스 기사나 그런 것은 없을 거다.

 

이미 서얀 그룹에서 막았겠지.

 

사법 절차를 받았을지도 의문이다.

 

저 동해 어딘가에 잠겨있을 수도 있다.

 

소문이 이래서 문제이다.

 

맥락만 파악하고.

 

중요한 디테일은 항상 부풀러 져 있다.

 

믿을 게 안 된다.

 

머리를 굴려본다.

 

어디부터 어디까지 거짓일까.

 

그 일을 일으킨 장본인들이 서얀 그룹에 의해 날아갔으니 소문은 아마 확실히 비정상적으로 크게 퍼졌을 것이다.

 

집에 도착해서는 컴퓨터를 켰다.

 

'우우웅.'

 

의자에 앉아서 소문을 다시 생각해본다.

 

하지만...

 

뭐랄까.

 

거짓이라고 단언하기에는 힘든 부분이 많다.

 

결국, 강원정 한 사람에게서만 수집해서 그런가.

 

소문이 많은 사람에게서 각각을 들으면 무척 비논리적이다.

 

그러나 사람 하나하나는 모두 정리정돈된 스토리를 이야기한다.

 

진얀고 출신 학생들을 알아봐야겠다.

 

컴퓨터를 켜서 진얀고 출신 학생들을 뒤져보려는 순간, 컴퓨터 화면은 시뻘게졌다.

 

김태환: "뭐야?"

 

예상하지 못했던 컴퓨터의 문제.

 

젠장 이것도 서가원의 작품이겠지.

 

난 곧바로 스마트폰을 들어 서가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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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원

 

강 부장님께 작품이 완성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종일 폰만을 바라보고 있었어.

 

학교도 내팽개치고 집에서 기다리기만 했지.

 

한 2시간 정도 지났을까?

 

폰이 울렸어.

 

'웅... 웅...'

 

서가원: "후후후. 여보세요? 선생님, 어떠세요?"

 

김태환: "정말 상상도 못 했다."

 

서가원: "이제 선생님의 카톡들도 하나씩 읽어볼 거에요."

 

김태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홀라당 태워 먹고, 기록들도 통째로 가져가다니. 뭘 고용한 거야, 대체?"

 

잠깐만 하드디스크를 태웠다고?

 

분명 위해는 가하지...

 

일단은 내가 한 척해야겠어.

 

서가원: "선생님 같은 부류의 사람이죠. 후후후."

 

김태환: "날 왜 그렇게 좋아하는 거야? 뭐 전남친과 관계라도 있는 거야?"

 

서가원: "설... 설마... 선생님?"

 

서가원: "전 현진이를 좋아한 적 따위 없어요!!!!!"

 

서가원: "씨발!!!! 다시는 그 애 이야기하지 마요."

 

난 화가 너무 나서 전화를 끊지도 않은 체 전화기를 던졌어.

 

젠장.

 

젠장.

 

젠장.

 

어떻게 알아낸 거야.

 

그 이야기를.

 

난.

 

난.

 

난 현진이를 좋아한 적 없다고...

 

왜 다들 내게 그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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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읽어줘서 고맙다.


어휴, 일이 많아서 겨우 다 적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