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슈타인 항 / 지휘관 집무실 [PM 02 : 30]-



"다음."


"좋은 속도야. 지휘관. 항상 말하지만 경의 서류 처리 속도는 경의로울 정도야. 1분 30초마다 서류 하나씩 처리하다니."


초시계까지 들고오면서 내 업무를 보좌하고 있는 여성. 양갈래로 묶은, 장발의 머리카락, 그리고 백색과 흑색이 조화로운 메탈 블러드 제복을 입은 여성. 그라프 체펠린급 2번함, [페터 슈트라서]. 그리고 내가 [페터]를 부른 이유는 단 하나.


.......


개같이 쌓이는 업무 서류들 때문이다. 불과 한 3년 전 까지만해도 최전선에서 세이렌과 그 함선들 때려잡고 다녔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서류더미에 파묻혀 살고 있다. 함대를 책임져야 하는 입장에서 임무 유기는 못한다. 적어도 내가 일하는 걸로, 그녀들이 편해지고, 아무 문제 없이 싸우고,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진다.


과거에는 현장에서 열악한 지원가지고 싸워야했고, 지휘해야 했다.


그때의 나는 사실상 야전 지휘관이고, 어떻게든 세이렌을 몰아내야 하는 상황속에서, 깜빵이냐, 아니면 싸울거냐? 그 둘 중 하나의 선택지 중에서 나는 후자를 선택했고, 정말로 죽을 고생을 하면서 전선에서 살아남았다.


애드미럴 히퍼 자매와 함께 비스마르크급, 그라프 체펠린과 그 2번함 페터까지, 시기적절하게 진수가 완료되어서 세이렌 항공기들로부터 제공권을 되찾았고, 특히 여기 있는 페터를 포함한 그라프 체펠린급 정규 항모가 완성되지 않았다면, 모조리 죽었을거다.


거기다가, 큐브의 영향인지, 시간을 멈추는 능력까지 가졌다. 항상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사용할 준비를 하는 것 만으로도 움직임을 제약하는 효과까지 있고, 틈을 보일때마다 함선을 완벽하게 정지시킬 수 있다.


그리고, 그것과 별개로 비서함으로 그녀가 가지는 의의는 정확하게 시간을 정하고, 나는 그 시간에 맞춰서 서류 결제를 한다. 워낙 많아서 도저히 오이겐이나 다른 함선들로는 감당이 불가능한 수준이고, 거기다 페터 자체의 업무 능력도 좋아서 더 빠르게 할 수 있다.


사소한 이야기지만-


"경은 또 다시 다른 생각을 하고 있군 그래. 1분 35초에 처리하다니."


하나당 처리시간은 2분. 그리고 내 평균적인 속도가 1분 20초에서 30초라는 걸 생각하면, 내가 이렇게 늦어질때 마다 옆에서 지적하니까.


"옛날 생각. 그리고- 중앵에선 대체 무슨 생각인건지."


"중앵은 레드 엑시즈의 일원이다. 경은 그녀들의 행동에 의도가 있다고 보는건가?"



그리고 페터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의도가 있을거다. 하기야, 그렇지 않고서야 중앵에서 그렇게 달라붙을 이유가 없었으니까. 같은 레드 엑시즈라지만 그 속 검은 여우와 전투광 여우, 거기에 토끼 자매에 학 자매.


전체적으로 항모 수준만 보면 메탈 블러드보다 더 많지. 중앵의 [지휘관]들만 제정신이었다면 아마 그녀들은 이글 유니온에게도 엄청난 위협이다. 


그래, 예전에 본 그 키모오타, 기분나쁜 아저씨 같이 생긴 그 지휘관 같은 놈들만 아니라면 말이다.


.......세습이란건 정말 무섭기 짝이 없다. 아무런 능력도 없이 올라와서, 자기 아버지가 해먹었던 자리를 그대로 물려받고, 그 자리에서 거드름 피우면서 앉아있는 모습. 1년전에 막 중장(진)에 중앵 근해에서의 모의전.


-세상에, 그 레드 엑시즈의 영웅이 조센징이라니.


그리고 그때 만나자마자 했던 말이 딱 그 한마디였고, 당연하게도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어떤 전략도 없이, 어떤 사전 정보도 없이 메탈 블러드 함대를 우습게 보고 우라돌격만 지시했던 놈 그놈. 배만 뒤룩뒤룩 쳐나오고, 염소 수염을 기른 키모오타 아저씨.


나이살이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목에 살이 잡힐 정도의 돼지놈이었다. 정말로.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모의전투는 당연하게도 메탈 블러드가 이겼다. 애초에 우라돌격 말곤 아무것도 지시한게 없었으니까.


모의전에 들어가기 전 이미 중앵에서 나오는 함선 소녀들의 카탈로그 스펙등은 모조리 찾아서 읽어본 상태였고, 그녀들의 특징, 능력에 대해서 빠짐없이 조사했고- 결과적으로 그녀들의 빠른 공습을 막아내기 위해선 강력한 대공 탄막을 장비한 라이프치히, 뉘른베르크의 무자비한 대공 탄막으로 피해를 최소화했고, 히퍼, 오이겐으로 수뢰전대, [불굴의 진츠]를 비롯한 [아야나미], 시라츠유급 구축함들의 무자비한 뇌격들을 받아냈다.


방뢰벌지를 장비하고, 그녀들의 뇌격을 받아낸 이후에도 여전히 버티고 있는 메탈 블러드 함대를 보며 놀라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두지 못한게 아쉽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녀들은 첫번째 일격이 매우 매섭다는 것.


그리고- 그걸 버텨내면 그 이후엔 아군 후열 함대의 무자비한 포격, 비스마르크와 그라프 체펠린의 급강하 폭격기의 사출. 그리고- 회피 기동을 하려고 했으나 때마침 타이밍을 잡은 페터의 기동 정지와 뇌격기들로 단숨에 그녀들을 넉다운 시켜버렸다.


그리고 한 순간에 작살나버린 중앵 함대를 보며 망연자실해하던 [무다구치 얀붕]은 박살나버린 중앵 함대를 향해 역정을 냈고, 아카기를 향해 뺨을 때리려던걸 막아줬다.


글쎄,


적어도 이 선제 공격과 매서운 수뢰전단의 어뢰 공격은 미리 알고 대비하지 않았으면 상당히 골머리를 앓았을거다. 그리고 그걸 숨길 생각도 안하고 떠벌리고 다니는 탓에 대응할 수 있었던거고. 따지고 보면 그것이 먹히지 않았을때의 제2, 제3, 제4의 플랜까지 만들어야 하는게 병사를 지휘하는 자의 덕목이다.


아무것도 지시하지도 않고서 패배한 부하들을 독려하긴 커녕 역정이라.


도저히 봐줄수가 없어서 끼어들었다만.......


.......


그때 날 보는 아카기의 눈은 정말 말 그대로 마주친다면 정말로 타오를 정도로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난 지금 여기 함대만으로도 힘들다. 중앵까지 돌 볼 여유같은건 없단 말이다.


그리고- 페터의 질문에 대답한다.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나한테 그 둘이 잡혀 있는 사진을 보낼 이유가 없으니 말이야."


"아직도 그 둘을 가족이라고 생각하는건가."


"그럴리가."


마지막 서류를 작성한다. 그리고, 지금 내가 이때까지 서류를 다 처리하는 이유. 그 둘이 백퍼 관련되어 있으니까다. 그리고- 항상 내 허리춤에 들고 다니는 권총. 골동품이지만 여전히 잘 가동하는 루거를 들고 탄을 확인한다. 제대로 장전되어 있다. 그리고-


".......법에 걸리는 게 없다면, 당장 찾아가서 죽여버리고 싶은게 내 진짜 마음이다. 알겠나 페터? 원한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나, 사랑한 것에 대해 배신당한 것 만큼, 쓰라리게 남는 상처는 아무것도 없어."


나는 내 아버지를 존경했고, 내 약혼녀인 강연아를 사랑했었지만, 그 둘은 나를 배신하고, 강연아는 나를 출세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고, 홀아비 신세였던 아버지에게 접근하기 위한 것으로 유혹, 그리고 알고보니 명예로운 해군 장성인줄 알았던 아버지가 실은 어린 여자나 밝히는 노친네였다는 것을 알게된 이후.


내가 얼마나 이를 갈았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총을 쏘지 않는 이유.


나는 레드 엑시즈를 대표한다. 그리고, 레드 엑시즈를 대표하는, [메탈 블러드]의 지휘관이다. 그 지휘관이, 사사로운 감정으로 총부리를 겨눠선 안 된다. 그리고- 그것이 메탈 블러드의 이익에 침해된다면- 죽는 그 순간까지 참는다.


그리고 페터는 날 보면서 한심하다는 듯 본다. 왜 그렇게 속을 끓이고 사냐는 듯.


".......경은, 정말이지- 옛날이나 지금이나, 속만 끓이는군. 가끔은 나에게도, 모두에게도 의지해도 좋다. 숨기지 말고. 나는 그라프 체펠린의 동료일 뿐만 아니라, 경의- ㅇ.....동료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이야기 하고 있지 않나 페터."


"........!!"


"지휘관도, 높은 자리에 앉아 있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야. 그리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하고 외칠 구석이라도 만들어놔야지. 의지하고 있다. 너 뿐만 아니라, 메탈 블러드의 모두를 말이야. 너희 모두가- 나의 마지막 안식처다. 언젠가 너희들이 침몰한다면, 그땐 나도 그 뒤를 따르도록 하겠다."


그리고, 지금의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준 그녀들이 사라진다면, 나는 이 세상에 살고 싶지 않다. 그것은 내 솔직한 마음이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페터가 책상을 내리치면서 내게 말한다.


쾅-!


"경은 지휘관이다! 우리는 병기고! 그리고, 병기는 다시 만들면 그만이다. 경이 죽는다면-"


"미안하게도 난 그 병기들과 이야기하고, 소통할 수 있고, 서로 의지할 수 있다고 믿는 얼간이다 페터. 그러니 포기하도록. 그리고 그렇게 해서 다시 만난 너희들의 모습을 보며, 과거의 너희들을 생각하며 괴로워 할 바엔 너희들과 함께 바다에 들어가는 걸 택하지. 배의 주인은, 그 배와 함께 가라앉는 법이다. 그리고, 그렇게 두지 않을거다."


".......정말이지. 경은- 그래, 지휘관은, [불침의 메탈 블러드]를 만든 지휘관이었지."


그리고, 신생 메탈 블러드 함대가 만들어진 이후, 나는 단 한 기도 그녀들을 잃지 않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병법을 읽고, 실전에서 나 자신을 가다듬었고- 그녀들의 우수한 능력을 살릴 수 있도록, 나 자신을 계속해서 채찍질해왔다.


여자에 대한 번뇌를 끊어버린 이후, 오로지 악착같이 일어나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나를 있게 해준 그녀들을 죽게 하지 않겠다는 의지만으로 이루어낸 일들이다. 그리고- 나는 메탈 블러드 함대의 총사령관이다.


"그렇다면 날 믿어라. 귀녀의 생존은, 반드시 이루어낼테니까."


"........"


그리고- 결국 참다못한 페터가, 나의 뒤에서 어깨를 팔로 꼭 끌어안는다. 뒤에서, 그리고 내 제복에 흘러내리는 그녀의 긴 검은 생머리. 페터의 향기가 내게 깃든다. 


"......오이겐의, 냄새로군."


"그 냄새를 구별 가능한가?"


"못할리가 있나? 경에게서, 그리고 오이겐에게서 나는 향수의 냄새가 항상 같다. 그러니까, 다음에는- 나도-"


"그래, 뭐 허락해줄게."


".........!!!"


그리고 화들짝 놀라서 페터는 내게서 멀리 떨어졌고, 집무실 문 틀에 기대어서 나와 페터를 바라보는 모습이다. 그리고 그것에 언제 그랬냐는듯 내게서 떨어지는 페터. 그리고 오이겐은 능글맞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거 알아 지휘관? 지휘관 옆에서, 곁잠을 자고 싶어하는 아이들, 꽤 많다구? 게다가 이렇게 일도 도와줬는데, 한 번쯤 같이 자는건 어때?"


"넌 어쩌게?"


"나도 옆에서 자야지. 누구의 향기가 더 당신에게 베이는지, 경쟁하는거야. 후훗-"


"........내 침대는 그리 넓지 않다만."


"이번 기회에 바꾸도록 하자고? 게다가, 중장이고, 이 함대의 총사령관인 당신이 왜 아직도 그런 조그마한 침대를 쓰는거야? 검소한 것도 적당히 검소해야지."


그야 그것 말곤 필요하지 않으니까. 지금 이렇게 그나마 꾸미고 다니는 것도 사령관으로의 품위 유지를 위한 것 뿐. 그리고 그 외에 모든 것들, 식사는 모항의 식당에서, 사치는 최소한으로, 불필요한 물건은 사지 않기로 하고, 그 외에 모든 것들은 메탈 블러드의 함선 소녀들의 전투 장비, 생존을 위해 사용한다.


그리고- 그것을 들은 페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경은 이번일이 끝나고 나와 함게 가도록 하지."


"........이봐, 굳이 그럴 필요는 없-"


"경을 위해서 상부에서 쓰라고 준 비용이다. 그리고 그걸 경이 사용하지 않으면 누가 사용하지? 그게 아니라면 하인리히에게 던져줘서 여기저기 끌고다니게 만들겠다 지휘관."


.그건 제발 좀 참아줬으면 한다. P급 장갑중순, 프린츠 하인리히. 그녀의 활발함은 이제 40대가 되어서 서서히 체력도, 몸의 근육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중년의 몸으로는 도저히 따라가기 벅차다. 그리고 그것에 내가 질색을 하자 오이겐이 큭큭거리며 웃었고, 페터 역시 만족스럽게 웃으며 내게 말했다.


"그러니 가도록 하자. 그리고, 오늘밤엔 경의 곁에서 나도 함께 할테니 말이다."


그렇게 결론을 낸 이후-


"저, 저, 들어가도 되나...요?"


그리고 오이겐과 페터가 집무실 바깥에서 대기중인 Z23을 본다. 보고를 위해서 온 모양. 그리고 그제서야 오이겐과 페터가 자리를 비켜주고, Z23이 집무실에 들어온다.



그리고, 이어서 Z23이 내게 경례를 올린다.


"지휘관님!! 보고드립니다!!"


"수고했다 니미."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이걸 말할때마다 영 어색하다. 처음에 내가 니미를 부를때마다 심호흡을 하는 걸 보고 왜 그런가 본인이 그 뜻을 찾아보니, 내 모국어였던 한국어에서 자신의 이름이 폐드립으로 쓰인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침울해했던가. 지금은 자연스럽게 부르지만, 그거때문에 침울해져 있던 적도 있었으니 말이다.


"방문 인원은?"


그리고 방문 인원을 보고하려다가, 뭔가 이상한 걸 발견한 듯 하다. 레이더. 그리고 그 레이더망에 잡히는, 100km 너머의 함대의 숫자. 정찰기를 보낸다. 그리고, 그 정찰기의 영상을 확인하고는- 니미는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1항전 아카기/카가,제2항전 소류/히류, 제 5항전 쇼카쿠/즈이카쿠, 아마기급 순양전함 아마기/ 나가토급 전함 나가토, 타카오급 중순양함 타카오/아타고를 포함한 기타 구축함 10척, 경순양함 10척.....이, 이상입니다!!"


......잠깐. 함선 소녀들 수가 이상하다. 그리고, 아직 정박하지 않은 상황. 그리고- 분명 온다고 한건 아카기와 카가, 이 둘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


아이씻팔.


"........당장 중앵 해군 본부 연락해."


"그, 그게- 지휘관님! 이미 히퍼씨가 연락해봤는데 이건-"


그러니까, 자기네들도 어찌된건지 모른다는건가. 그래서 나보고 처리하라는거냐?


"오이겐. 전투 준비시켜."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오이겐이 집무실에 있는 비상경보 스위치를 올린다. 그리고 사이렌 소리와 함께 빠른 속도로 수많은 메탈 블러드의 함선 소녀들이 전투준비를 했다. 페터역시 빠르게 몸을 날려서 전투 준비를 시작했고, 그라프 체펠린 역시 모습을 드러낸다.


"경이로군, 전투인가?"


"중앵의 주력 전력들이 모조리 몰려왔다. 그것도 아무런 사전 통보도 없이 말이야."


"그런가? 하지만, 저들에게 전투 의사는 없어 보이는데."


".......그건 둘째치고, 그녀들이 순순히 포박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로스트된, 탈영한 함선은 [규칙]대로 처리할 뿐이다."


"훗, 규칙인가. 그렇다면 가도록 하겠다. 하지만.........이 조용한 모항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건 별로 달갑지 않군."


그라프 체펠린 역시 몸을 날려 자신의 의장을 꺼내든다. 비상 소집을 건지 5분만에 모든 함선들이 전투 준비를 끝마친체 홀슈타인 항에서 출격해나간다.


"그럼, 지휘관 부탁할게. 비스마르크."


"무운을 빌지. 오이겐."


그리고 오이겐은 날 비스마르크에게 맡긴다. 그녀와 함께- 이곳에 타고 있는 내 기함 [비스마르크]와- 곧 이어서 옆에선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티르피즈, 베저와 샤른 호르스트, 그나이제나우에 모든 전력들이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그리고-


"네~ 항복하겠습니다. 지휘관님!"


.........정작 그녀들을 포위하고, 격렬하게 저항할 것을 예상했으나, 그녀들은 너무나 쉽게 항복을 선언했다. 


"무슨 속셈이지."


"아무런 속셈도 없답니다. 저는- 당신이 그토록 이를 갈던 [원수]들을 잡아왔습니다. 후후후- 그리고......"


"........!"


".....해진아!"


".....형님?"


그리고- 그곳에는, 나의 유일한 형제가 있었고. 유일하게- 내가 감옥에 갇혀 있었을 때, 나의 무고함을 주장하며 변호하던, 나의 친형. 김해인. 형님이 있었다.











잠깐의 해후 이후, 모항으로 돌아간 이후, 순순히 수갑을 받아들이고 홀슈타인의 수감시설에서 모든 의장을 압수당한체로 갇히는 걸 선택한 아카기와 그녀를 따라 이곳 홀슈타인으로 들어온 그녀의 측근들.


그리고- 나는 어찌된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이 미친놈년들은 메탈 블러드, 레드 엑시즈의 기술을 제3세계의 암시장에 팔아넘기면서 자기 부를 쌓고 있었다는 것. 


분명 그러라고 전수해준 기술들이 아닐텐데. 내가 메탈 블러드에서 공밀레 당하는 동안 그들이 전수한 기술들로 만든 병기들은 제3세계에 들어갔고, 그걸 고발한건.....내 형, 유일하게 내 편이 되어주었던 가족. 친형이었다.


그리고, 지금 내 앞에 있는 이것들은, 그게 들켜서 도피하려다가 기회를 보고 있던 중앵 함대에게 걸려서 생포당했다는 것.


"......."


이건 뭐 병신들도 아니고. 당연하게도- 형 역시 군인이었다. 여기에 오게 된건, 세이렌으로부터 습격당한 형을 구해준 게 바로 중앵의 함선들이었다는 것. 그리고, 해군사령부에서 특명을 받고 여기에 왔다.


김해인. 나의 형. 그러나-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돌아가지 않는 곳의 장교. 김해인 중령은, 내게 다시 한 번 부탁했다.


"......부탁한다. 다시 한 번, 조국으로 돌아와 줄 수 있겠냐 해진아."


.......아마도, 이렇게 말할 정도면 해군의 상황은 정말로 엿같은 상황이겠지. 하기야 동황, 중앵, 북련. 이글 유니온이 있다고 해도 거기서 뭘 더 할까? 거기다가 인적 자원을 이렇게 갈아내기만 하니 망하는 건 불보듯 뻔한 이야기다.


"그러기엔 난 너무 멀리 왔어. 10년동안에, 아무도 내게 씌워진 의혹을 풀어주려고 하지도 않았어. 형 말고는 말이야. 그리고, 그러는 동안에 사회는 나에게 뭐라고 했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 내가 목숨걸고서 싸우고, 여기까지 기어올라갈 동안에, 무기 밀수출? 하! 기가 찰 노릇이군."


".......해진아!!"


"그만 고국으로 돌아가시게, 김해인 중령. 나는 이제 대한민국의 군인이 아니고- 메탈 블러드의 장군이자, 홀슈타인 항, 메탈 블러드 해군의 제독이다. 부디, 가는 길은 편히 돌아가길."


밀입국 상태인거나 마찬가지인 상황이지만, 그건 외교관에게 넘기면 될터. 주독한국대사관에다 보내는 것으로 형과의 재회를 끝마쳤다. 그리고-


감금실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의자에 묶여있는, 두 남녀.


나는 지금 바로 앞에 있는, 나의 아버지와, 약혼녀였던 강연아를 바라본다.


".......참 기이한 인연이군요. 총장님. 그렇지 않습니까?"


"으흡- 으흐흡- 으으으으읍-!!!"


주둥이를 막아뒀다. 특히나, 내가 사랑했던 여자를 강탈하고, 나를 평생 감옥에서 썩게 만들려고 했던, 존경했던 아버지는 이제 죽었다. 이제 이것은- 돼지에 불과하다. 


그리고 오이겐이 나를 보며 묻는다.


".......이게, 지휘관의- 아버지?"


"아버지 였던 것이지."


"........아버지잖아?"


"아버지 였던 것이야."


오이겐의 말에, 그리 답한다. 그리고- 그제서야 오이겐도 내가 한 말의 의미를 알고선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이젠 아니라는 이야기지. 나는 루거를 꺼내들었다.


나는 마찬가지로 부들부들 떨고 있는 강연아에게 말한다.


"그래, 늙은 노인네랑 붙어먹으니 떼깔이 좀 고와졌네. 아주 고와졌어. 그치? 감히 메탈 블러드의 기술을 도적질 하고 무사할 거라 생각하지 마라."


"이, 벽람항로가- 널 가만 둘 거 같아!?"


"글쎄. 그 거만한 것들이 너희들을 신경 쓸 거 같나? 당장에 세이렌 때문에 메탈 블러드에도 힘을 빌려달라고 아쉬운 소릴 하고 있는 판국에, 하물며 자기 손으로 무덤판 놈들의 목숨따위, 알게 뭐지? 너흴 구한다고해서, 이글 유니온이 나한테 책임을 묻는다? 글쎄, 그냥 사건만 묻고서 그냥 묻어버릴걸. 비리 저지르다가 이빨 빠진 노친네랑, 다 불어터진 아줌마따위 구해서 뭐하지? 암만봐도 그들이 이득을 볼 그림이 안 그려지는걸? 거기다가 날 건든다고? 하하하하하! 걔들도 쪽박 차기 싫으면 난 안 건들려고 할걸? 너흰, 내가 여기 이 거친 바다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무슨 짓을 하고 다녔는지 몰라."


알 생각도 없었겠지. 당연하게도 아군에게도, 벽람항로측에서도 나는 [불패의 사신]으로 불린다. 이글 유니온에 [회색 유령]이 있다면, 메탈블러드에는 [불패의 사신]이 있다. 


빌어먹을 옐로우 몽키에서부터, 지휘관, 각하, 장군, 제독- 그리고- [불패의 사신]이라 불리기까지, 내 몸에 새겨진 상처들, 포탄 파편에 찢기고 베여진 상처들이 얼마나 많은지. 이들은 모른다.


"자, 오이겐- 풀어줘."


"지휘관!"


"......명령이야. 풀어."


그리고, 불만스러운 눈으로 강연아를 바라보면서, 오이겐은 사지를 구속하던 구속을 풀었다. 그리고 곧 이어 나는 그 앞에 루거를 던졌다.


"선택해. 여기서 내게 속죄하고 자살할지. 그게 아니면, 날 쏴서 노릴......."


핑-!


그리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날 향해 총을 겨눴고, 방아쇠를 당긴다. 그리고- 방아쇠를 당긴 끝에 튀어나온건, 해골 마크가 그려진 수기 깃발. 명백하게 날 향해 총을 겨누고, 격발하려고 했던 것에 대한 적대 행위. 그리고-


여긴 총기가 허용된다.


진짜로 준비하고 있던 루거를 꺼내들고-


"야이 개새끼야!!!"


탕!!!


그대로, 강연아의 머리통에 총알을 박아주었다.


그리고-


"읍!! 으으으읍-!!! 읍!! 으으으으읍!!!"


타아앙!!


마찬가지로 아버지였던 것에 대한- 마무리까지. 내가 준 가짜 루거에 묻은 강연아의 지문이 묻은 것을 조심스럽게 비닐에 담는 오이겐. 그리고 말하지 않아도 거기까지 해주는 모습을 보며 난 오이겐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고마워. 오이겐."


"상부에선 이걸로 귀찮게 굴진 않겠지만, 먼저 총을 겨누고 쏜 건 이 여자니까. 증거는 필수야."


뭔가 서사시같은 복수극을 기대한 사람이 있다면 지금 이 자리를 들어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신파극 찍고 싶은 생각도 없고, 날 배신한 이들에 대한 복수를 간단하게 끝냈을 뿐이다. 도당체 왜 이딴 것들을 상대로 주저리주저리 이야기 해야 한단 말인가.


사랑했다 씨발년아! 이런식으로 이야기 하고 그러는 것보단. 그냥 빠르게 치워버리는게 나았다.


"......역시, 우리 지휘관이야."


"그럼, 내가 아닐줄 알았어?"


"망설일거라 생각했는데."


"망설이면 직접 죽일 생각이었지?"


"......! 아, 아니거든."


그리고- 그것에 머리 한쪽을 꼬으며 내 시선을 피하는 오이겐. 그때도 그랬지. 거짓말 할때만 항상 이렇게 말하곤 했다. 허나, 내 부하들에게 이런 더러운 짓은 시키지 않는다. 


"시신은 잘 보존해두도록해. 그리고- 중앵 함대를 감금시킨 곳으로 간다."


".....이야기 해보게? 게다가, 그 아카기- 이걸 알고서 잡아온게 분명해."


"그렇겠지."


"....그럼 더 더욱 피해야 하는거 아냐?"


"........이런 대규모 함대가 움직였는데, 상부에서 아무 말도 안 할리가 없지. 상부의 지시는 니미가 전달받으러 갔으니 곧 결과가 나올거야. 그리고- 내가 할 일은, 손님맞이지."


손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루거를 다시 권총집에 넣는다.


그리고, 중앵의 함대가 감금된 곳을 향한다.





그리고- 그곳으로 가자 기다리고 있는 것은 공손하게 앉아서 도게자하고 있는, 아카기였다.


"어서오시길, 지휘관님.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너, 속셈이 뭐냐."


"후후후후, 제 속셈 말씀이신가요? 제 선물은, 마음에 드셨나요?"


"........아주 마음에 들었다마다."


"그렇다면 다행이와요. 사실은, 몰래 소형 함선에 타고 가길래 붙잡아서 데려왔답니다. 그러니- 저희들을 받아주시겠나요?"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뭐냐."


그리고- 이내 아카기는 고개를 들어올리고, 나를 보며 말했다.


"지휘관님은- 아카기의 운명의 사람.......드디어 만났습니다. 저희 중앵의 함대가, 진심으로 섬길 수 있는 분. 그것이 바로 당신이에요. 후후훗- 후훗-"


.........후우- 강제로라도 끌어내던가 해야겠군. 그리고, 곧 이어 그렇게 마음을 먹은 그때.


"지휘관님! 보고입니다!"


"보고해라. 니미."


"상부에서 답신이 왔습니다! 중앵 함대는 홀슈타인 항에 체류 허가가 내려졌고, 현재 이 사태를 일으킨 무다쿠치 얀붕 소장은 현재 중징계........"


"그건 둘째치고- 언제까지지."


"........무기한, 체류....라고합니다."


"........"


그리고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아카기. 계획대로 여기로 밀어들어오는데 성공했다는 그 미소.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오이겐의 눈이 좁혀졌고, 추가로, 니미에게서 보고가 들어왔다.


"......함대, 재편을, 지금 바로 실시할 것. 이상입니다."


"........감금 처분은 풀도록 하지."


"후후후, 감사합니다. 지휘관님- 역시 지휘관님이라면-"


그리고 그 멱살을 잡아서 들어올린다. 이렇게 자기 멋대로 쳐들어와놓고서 이 사단을 낸 이 여우가 짜증날 지경이다. 추가적으로 없던 일이 생겼으니 더더욱. 그리고, 서로 다른 곳에서 지내온 인원들을 어떻게 융화시킬지 고민하는것도 나다.


"경고하나 하지. 여긴 중앵이 아니다. 메탈 블러드에 왔으면 메탈 블러드의 법에 따라라. 상부의 명령이니 쫓아내지는 않겠다. 그러나- 허튼 수작을 부리는 낌새라도 보인다면- 너희 모두 각오하도록. 내가 왜 [불패의 사신]이라 불리는지 똑똑히 알려줄테니."


".....후후, 알겠습니다. 지휘관님의 명령대로."



..........젠장. 하나를 처리했더니, 또 하나가 딸려들어왔군. 그것도- 아주 진득진득한, 인연이 따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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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데레 근본 아카기.

물론 당연하게도 메탈 블러드 함순이들이 메인임

혹시 고문하고 그러는 거 바랬다면 그냥 총알로 끝낸거에 대해선 미안


총살로 끝낸 것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실제 독일에서도 그런진 모르겠는데, 먼저 총부리 겨눴고, 그래서 정당방위로 쏴죽인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