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 블러드 사령부 장관 집무실-




".......이상이네. 무다구치 제독은 말 그대로 함선 소녀들의 제어를 실패했고, 그 결과 대규모 탈주가 일어나게 된 경위일세."


본부로 올라가서 직접 들은 이야기. 유일하게 내 위에 있는 상관이나 마찬가지인 니콜라이 막시밀리언 대장. 홀슈타인 항에서 메탈 블러드의 함선 소녀들을 내게 맡기도록 강권한 인물. 그리고, 유일하게 10년전에 처음 홀슈타인 항에 왔을때 날 알아본 인물.


그리고, 그는 감옥에 갇혀있던 나를 거래를 통해 빼오는 걸 선택하고, 그는 나를 강력하게 갈구하는 함선 소녀들을 진정시키는 것과 그녀들과 함께 세이렌과 싸울 것을 주문했다.


그리고-


첫 출격. 첫 실전. 그리고- 나는 살아남기 위해서 모든 지식들, 알려져있는 모든 지식들을 답습하고, 그녀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전술들을 제2, 제3, 4안- 10개 이상을 만들어놨었다. 그때 내가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했었는지는 모른다.


다만 어딘가 사람으로 망가져있던 동양인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믿어준 그와, 나의 지휘로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그녀들을 위해서라도- 나는 절대 실패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대로 죽어버리면 억울해서 도저히 못 죽을 것 같았다.


그 끝에 나는 살아남았고- 그는 역시나, 하는 눈빛으로 껄껄 웃으며 메탈 블러드 해군의 차기 지도자를 찾았다면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그 인연도 어느세 10년째. 


지금 그에게 어찌 된 일인지 자세하게 들은 결과, 상황은 정말로 웃기는 상황이었다.


"그러니까, 그녀들을 제가 맡으라는 말이군요."


"......부담스러운 건 알겠지만 제독, 이글 유니온도, 로열도 빈틈을 보이면 잡아먹으려고 들걸세. 제독에게 총통이 거는 기대가 크다네."


......후우-


진상은 이렇다. 아카기를 비롯해서 중앵의 함선들의 상태는 검사 결과 매우 좋지 못했다. 그래, 몇날 몇일을 보급없이 싸워왔다는 걸 증명하듯, 그녀들은 크고 작은 상처들을 가지고 있었고, 보급도 없이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있었고, 함선 소녀들의 보급에 들어가야 할 돈을 그 돼지 놈이 다 독식하고 있었던 거다.


그리고, 레드 엑시즈의 한 축을 담당하는, 중앵의 함대 전원을 끌고서 대규모 탈주를 일으킨 아카기는 말 그대로 이대로 있다간 뒤질거 같아서 뛰쳐나온거라는 상부의 견해였지만-


.....그래, 그런 견해도 있겠지.


"중앵은, 해군 사령부의 진짜 속내는 뭡니까."


"........부디 그녀들을 맡아주길 간곡하게 바라고 있다네. 그녀들의 주둔 비용과 보급은 자신들이 부담할테니, 중앵의 전력을 보존하고, 중앵의 세력이 건제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네. 지금 여기서 그녀들의 탈주를 인정해버리면- 동황이랑 북방연합이 움직일걸세."


"잘도 돌아가려고 하겠군요."


"그렇겠지? 자네라면 어떤가. 돌아가겠나?"


"안 돌아갑니다."


그리고 니콜라이 대장은 빙긋 웃는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말이다. 그리고 이미 질려버릴대로 질려버렸다. 좇 같은 감성으로 사람을 완벽하게 묻어버리는 개같은 법+상관 살해 미수라는 이유로 평생을 감옥에 쳐박아 두려고 했던 나라였다.


그리고 그런 오명에도 불구하고 날 중요 요직에 앉히고, 지원해주고 신뢰해준 메탈 블러드에게 영광을. 그리고 나를 기다리고 있는 나의 그녀들이 기다리고 있다.


"자네는 이미 메탈 블러드의 기둥이야. 설령 돌아간다고 해도 잡을거네."


"아마 각하보다는 그녀들이 더 붙잡으려 들겁니다."


"그나저나, 제독, 결혼은 언제 할건가."




........또 이소리로군. 당연하게도 40대의 나이에 장군의 자리에 오른 독종중에 독종, 메탈 블러드의 영웅. 불패의 사신. 불침의 메탈 블러드라는 신화를 일으킨 나에게 들어오는 혼담들. 당연하게도 그런 영웅과 자신의 딸들을 이어주고 싶어 했지만 나는 그것에 대해서 니콜라이 대장에게 맡아줄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그가 보여주는 여러가지 맞선 요청들. 당연하게도 나는 그것에 대해 전부 거절했다. 받을 이유도 없었고, 그럴 생각도 없었다. 내가 여자에게 성적 흥분을 느끼지 못하는 그런 상태라는 걸 알고는 있을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긴. 어련하겠나."


그리고 화제를 돌려서, 니콜라이 대장이 나에게 묻는다.


".......듣자하니, 그 둘도 보내버렸다면서."


"그것에 대해서 이글 유니온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정당 방위에 대해선 그치들도 끼어들 수 없어. 게다가, 장난감 총을 던져주다니. 자네 보기보다 악취미구만 제독."


아마도 장난감 총으로 농락하고서 보내버린 걸 말한거겠지. 총을 들고 명백하게 겨눴고, 장난감 총인지 아닌지 구별할 방법은 쏘는 것 밖에 없을때. 그녀는 날 향해 쐈고, 난 그것에 맞춰 응사한 것 뿐이다.


덤으로 같은 [공범]도 보내버렸고.


"마음 같아선 철저하게 고문하다가 죽이고 싶었습니다."


"헌데, 그럼 왜?"


"저는 군인입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제게 기회를 준 메탈 블러드의 위신에 피해가 갈 행위는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것에 니콜라이 대장은 마음에 든다는 듯 피식 웃는다. 사실상 내 위치가 그 둘을 아무렇게나 막 죽여도 아무도 뭐라 못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지만 굳이 흠을 내고 싶진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정당 방위로 죽일 기회를 만들어놓고 죽인 것도 그런 이유다.


덤으로 마음대로 고문을 못하는 것에 대한 약간의 울분을 담아 티배깅만 했을 뿐.


지금의 상황은 심문 도중 포로가 중장의 총을 빼앗았고, 겨눴지만, 그 총은 사실 가짜였고 가지고 있던 진짜 총으로 처리한 것으로 말이다. 


".......자네를 믿은건 내 평생의 선택중 가장 잘한 것이엇네. 제독. 부담스럽겠지만, 중앵 역시 레드 엑시즈의 주축이네. 그치들의 무능함에 대한 대가는 톡톡히 받아내도록 하겠네."


"그래주시면 감사합니다. 당분간은 비축 물자로 재편하도록 하겠습니다."


"당장에 그녀들을 쓸 수 있겠나?"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답한다.


"일 주일 이상 요양을 취해야 합니다."


"그 정도인가."


"그만큼......그녀들은 많이 혹사당해있었습니다."


"........세습이 좋은게 아니야. 고인 물을 좋다고 써먹으려고 하니 말이지. 능력이 없으면 쳐내야지."


"만약 제가 더 이상 전선에 서지 못하게 된다면, 주저없이 저를 잘라내시기 바랍니다."


"그럴 일은 없을걸세. 만약 자네가 쓰러진다면 바다에서 인양해서라도 세울테니."


.....그건 좀 참아줘요 이 양반아. 나도 쉴땐 쉬고 싶다고.


"안 돼. 못 바꿔주네. 돌아가. 자네가 있어서 이글 유니온하고 로열 네이비하고도 대등한거네."


아이 씻팔.


분명 성공한거 같은데 왜 굴려지고 있는건 똑같은거야.





-홀슈타인 항 / 메탈 블러드 병영-


다시 돌아와서- 일 주일이 지났다.


그렇게까지 그녀들을 망가트리는 거라면 재주라면 재주다. 정밀하게 검사한 결과로는 보급의 부족, 그리고 제대로 회복도 못한체로 계속된 격전에 처해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녀들은 처음부터 싸울 의도가 없었던 것도- 그런 몸 상태를 하고서 긴 항해를 해왔다는거다.


아카기는 스스로의 목숨을 담보삼아서, 중앵의 모두를 살려줄 것을 내게 간청했다. 자신이 의심스럽다면, 자신을 죽여서 중앵의 모두를 살려달라고.


........거기다 중앵의 무다구치 제독이 보급을 삥땅친게 확실하고, 그 결과로 어찌어찌 겨우 살아남은것도 살아남은게 기적인- 상처투성이의 함대. 날 향한 시선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드러난 사실만으로 그녀를 족칠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결국 상부에서 알게된 건 그런거야?"


오이겐과 함께 시찰하면서, 오이겐이 날 향해 묻는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셈이지. 니콜라이 각하가 내게 알려준 대로 중앵의 보급이 열악한상태로 오래 싸워왔다는 것. 그리고 그 보급이 열악한 부대의 희생을 최소화시키며 여기까지 들어온 것 만으로도 그녀들은 확실히 강해.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당장에 전력으로 굴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는 거지."


"난처하네. 그거 회복시키느라고 우리 물자가 드는 거 아냐?"


".......그 만큼 중앵에서도 지원을 한다곤 하지만. 글쎄."


이게 이글 유니온이나 로열 네이비 입장에선 어떻게 보일까. 그게 문제라는 거지. 그리고 당연하게도 싸우면 지지 않을 자신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두 세력과 맞서 싸우고 아무 피해도 없진 않다. 분명 어떤 방식으로든 참견하려 들 터다.


"그 지원이 만족스러울 것이냐는 별개의 문제지."


"부디 쓸모 있었으면 좋겠네."


함선 소녀들? 지원? 뭐, 어느쪽인지는 말 안해도 알거 같다. 오이겐은 둘 다 마음에 들지 않은거겠지. 안 그래도 일 많아서 죽을 지경인 나에게 그 똥을 던진 중앵의 사령부 놈들은 지금 당장에 찾아가서 멱살을 잡고 박살내고 싶은 걸 억지로 꾹 참는다. 이미 터진 일이고, 레드 엑시즈와 메탈 블러드를 위해서.


나는 내 자리에 맡는 일을 할 뿐이다.


그리고, 그동안의 상처들을 수복하고, 연병장이 모인 메탈 블러드 함선소녀들과 중앵의 함선소녀들. 아직까지 서로간에 미세한 신경전은 벌이고 있지만, 명령으로 필요 이상의 접근을 [금지]했고, 그동안의 손상을 모두 복구한 중앵의 함대 전력들.


네임드로는 아카기, 카가, 소류, 히류, 쇼카쿠, 즈이카쿠. 그리고 순양전함 아마기, 나가토급 나가토. 수뢰전대를 맡은 진츠와 아야나미, 시구레, 유키카제, 유다치 등-


.......진짜 더럽게 많긴 많다. 마음에 안 드는 놈들이긴 하지만 정말로 이런 병력을 찍어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그들의 저력을 엿 볼 수 있다. 병력 관리가 좇 병신 같은 새끼들이라 이 사달이 난거지.


지금이라도 무다구치 제독, 그 뚱땡이를 발로 까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그가 그동안 중앵에서 함선소녀들에게 한 만행들이 적힌 보고서를 보다보면, 이건 진짜 한숨밖에 안 나오는 수준이었으니까.



그리고 마침내 그녀들이 모두 회복되어 사열에 들어선다.


"제독님께서 입장하십니다. 부대 차렷."


사회를 맡고 있는 니미. 그리고, 그에 맞춰 비스마르크의 지휘. 그리고 아카기의 지휘아래 각각 메탈 블러드와 중앵 양측 모두 차려자세에 들어서고, 단상위에 올라간다. 간단한 의례 행사. 경례 받아주고- 그리고 나는 그녀들에게 열중쉬어 자세를 취하게 한 후- 선언했다.


"메탈 블러드에 잘 왔다. 중앵에서 온 병사들이여. 그리고 환영한다. 나의 [지옥]에 온 것을 말이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왜 지옥이라고 하냐고? 당연하게도 난 훈련에 절대 인정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당연하게도 이게 무슨 소리야? 하는 소리겠지만, 나는 그녀들에게 솔직한 심정을 말한다.


"과거의 일은 묻지 않겠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묻지 않겠다. 그리고, 너희들이 내게 쓸모 있다는 것을 증명해봐라."


"그렇다 치더라도, 당신을- 어떻게 믿죠? 그 뚱땡이와 다를 바 없을 수도 있는걸- 어떻게 믿죠?"


그리고- 그것에 대해 말하는 5항전의 쇼카쿠.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눈 자체가 죽어있다. 당연하게도 아카기가 그것에 대해 눈짓을 하고, 주위의 메탈 블러드 함선들도 시선을 돌려 쏘아본다. 살기에 숨이 막힐 정도지만, 아무래도 좋다는 듯 쇼카쿠는 비웃고 있었다. 너도 날 찍어누를거잖아. 하면서.


그리고 난 당연히 말했다.


"믿지 마라. 허울발린 말 같은 건 말이지. 앞으로도 영원히 말이야."


".......무슨-"


"어차피 너희들과 나는 거기까지일 뿐이다. 그리고, 상대에게 믿음을 주는 건 주둥이가 아니라 행동이자 자신의 업적이다. 말로는 산을 옮길 수 있지. 하지만, 그 사람의 가치와 신뢰도를 결정하는건 행동이다. 여기서 편하게 썩어가고 싶다면 가만히 있어도 좋다. 허나, 거기서 주저앉아 버린다면 그것밖에 안 되는 쓰레기에 불과하다는 거겠지. 이 모항에 그런 쓰레기의 자리는 없다. 갈거면 당장 짐싸서 꺼져라. 부정하고 싶다면 내 눈앞에서 보여라. 네가 아무리 아니라고 정신 승리해봐야 내 평가는 해보지도 않고 포기한 [쓰레기]에 불과하니까."


".........이익-!"


꼬우면 실력으로 보여.


전체적으로 무기력해 빠진 중앵의 병력들을 향해서 할 말은 하나뿐이다.


"그 드높다던 중앵의 기상이 고작 그정도인가. 옆 나라 사람들을 조센징이라 깔보던 놈들 치고 기개는 형편없군. 누군가를 깔보고 다녔던 만큼의 기개정도는 있었으면 한다만."


"지금-"


"그만, 거기까지- 사열중이잖아?"


그리고, 오이겐의 제지. 그리고 오이겐을 포함해서, 메탈 블러드의 모든 함선들이 중앵 함대를 보며 잡아먹을듯이 노려본다. 그리고- 그것에 아카기 역시 모두를 향해 눈짓한다. 내 속내가 뭔지 알아차린 모양. 그리고 아카기 뿐만 아니라 자매함인 아마기도, 2항전의 소류, 수뢰전대의 진츠도 내 의도를 알아차렸는지 주위를 진정시킨다.


이미 그러기도 전에 메탈 블러드의 함선들의 살기등등한 시선에 알아서 쭈그러든 모양이지만. 그리고 이 방법은 모 아니면 도다. 빡쳐서 대놓고 항명할지, 아니면 룰에 따르며 자신의 일에 충실히할지.


물론 그 위에 지휘를 하는 이들이 알아먹는다면 먹힐 확률은 매우 높다. 유일하게 화를 안 내고 알아들은 4명. 아카기, 아마기, 소류, 진츠. 이 넷을 잘 관찰하도록 하자.


사열식은 끝났다. 집무실로 향하고, 집무실에 들어오자마자 기다리고 있던건 비스마르크였다. 


"지휘관, 당장 중앵 함대를 내치는 걸 건의하겠어."


"명령은 명령이야. 비스마르크. 상부에서 내려온 명령이고, 군인은 그걸 이행해야 한다. 군인은 병기다. 병기는 주인이 내리치라는데로 내리치기만 하면 그만이야. 그리고 이것에 항명을 하는 일은 없길 바라겠어."


그리고 이것은 그녀들에게 내리는 부탁. 그녀들이 항명을 한다면, 그걸 감당해야 하는건 나다. 그리고, 그녀들이 항명을 하게된다면......


처분하는 것도 나다. 그리고 그제서야 비스마르크도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리고 심호흡을 하고 내게 다시 건의한다.


".....일부러 도발을 한 건 알겠다. 하지만, 저들은 자신들을 회복시켜주고, 받아들여준 경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는 걸 난 용서할 수 없다."


"그건 아마 표시도 안날걸. 알 수도 없을거고. 평소에도 그렇게 감정 표현을 잘 하고 다니면 얼마나 좋아? 분노는 잠시 접어두도록해. 그리고 지금은 나를 믿어라. 이미 몇몇은 내가 한 말의 의미를 알아들었고, 그녀들은 곧 자신들의 할 일을 할거다. 그리고- 비스마르크, 너도 예전엔 그랬다. 알고 있겠지?"


"......그, 그건-! 옛날 일이다!"


걸핏하면 자신의 전함의 화력, 장갑을 믿고 앞으로 나가다가 멍청이 같이 계속 얻어맞아서 성과를 내지 못할때, 전략의 변경을 통해서 자신의 우수한 사정거리를 이용한 함대 포격전을 벌일 것, 그리고 경순양함의 호위를 받으라고 조언했지만 듣지 않았기에 같은 방식으로 도발했었다.


남의 조언도 귀담아 듣지 못하는게 무슨 메탈 블러드의 리더냐고.


물론 격렬하게 화를 냈고 죽을뻔 하기도 했지만 속는 셈 치고 내 말대로 해보라고. 그 뒤에 화를 내도 늦지 않는다고 말했고, 그 결과 비스마르크는 자신의 진짜 자리를 찾고,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나사빠지게 설계된 그녀들을 바로잡는건 나였으니까. 그리고 그 나사를 조이는게 나였고.


"알아들었으면 너무 화내지 말도록 해. 전 함대원에게 전파해라. 사사로운 일로 '사적 제재'를 가해 나를 '실망'시키는 일을 하지 말도록."


".....알겠다."


"마지막으로 묻겠지만, 나를 못 믿나. 비스마르크?"


그리고 그것에 비스마르크는 고개를 젓는다. 아까전의 화난 얼굴도 잠시. 부담스러운 눈빛으로 날 보면서 이내 내 손을 잡으면서 비스마르크가 말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나는 경을 믿고 있어. 지휘관을- 신뢰하고 있어. 그러니까- 나에게 실망하지 말아줘. 지휘관- 나는-"


"실망할 일은 없어. 넌 언제나 그 이상의 일을 해줬으니까. 어리광을 부리고 싶으면 와도 좋다. 오늘은 페터가 선약이 있으니, 내일 와도 좋아."


물론 그래봐야- 딱히 내게서 그 어떤 것을 받지는 못할거다. 그녀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도 없고, 나는 그저 그녀들의 멘탈을 치유해주기만 할 뿐인 존재. 그리고 그런 내 표정을 알았는지 오이겐이 빙긋 웃고는 내게 다가와 내 볼을 쿡쿡 찌른다.


"찌르지마라. 오이겐."


"후후, 너무 심각해 하는 거 아니야? 딱히 상관없어. 그게 지휘관의 잘못도 아니고. 괜찮아. 우린 언제든지 기다릴 수 있어. 대신- 우릴 떠나지 말아줘. 떠나버리면......우린 어떻게 되어버릴지 모른다고? 만약 당신을 떠나게 한게 상부라면........후후후- 기대해도 좋아."


"그렇게 된다면 불패의 사신 밑에서 배우고 자란 메탈 블러드의 분노를 맛봐야 할 거다. 후후후후-"


.......그건 좀 참아라 이것들아. 당연하게도 이런 그녀들을 다독이는것도, 선을 넘지 못하게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것도. 내 일이다. 여기서 중앵이 추가된다라. 부디 날 더 괴롭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집무실에 앉아 서류를 처리한다. 오이겐만으로는 도저히 처리하지 못할 양이기도 하고, 페터는 오늘 그라프 체펠린, 베저와 함께 항모 기동 훈련을 하고 있고, 니미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훈련 계획 짜고 있고, 히퍼 역시 마찬가지.


하인리히?


........접어둬라. 걔한테 뭘 시키기도 전에 집무실이 개판 나는 꼴을 보기 싫다면. 라이프치히도, 뉘른베르크도 U-보트 함대, 울프팩을 훈련시키고 있고, 샤른 호르스트, 그나이제나우, 티르피즈도 마찬가지.


포격 정밀도와 각종 장비들 테스트까지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현재 주력 함선들의 대부분이 전함이고, 그녀들이 메탈 블러드의 화력을 책임지는 만큼, 그녀들에 대한 투자도 투자다. 프리데는 지금 이제 막 건조된 [전함]하나를 이끌고 있고.


결과적으로 남는건 이 둘 뿐.


......후우-


서류의 산에 파묻혀 있는 사이- 집무실 문에 노크가 울린다.


"들어오도록."


그리고- 문을 열자마자 그곳에 자리한 것은 제1항전의 아카기. 그리고 그녀의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비스마르크가 경계한다.


"실례합니다. 지휘관님- 혹시 바쁘신지요."


"용건만 간단히 말하도록."


별로 관계되고 싶지도 않았고, 무엇보다도 서류가 많다. 중앵의 함대. 그리고 중앵 함대 유지비용까지. 그 모두를 계산하고 결제서류를 작성해서 올려야 하는 만큼, 바쁘기 짝이없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이곳에 중앵의 [기술 연구 기지]를 건설하고 싶은데, 허락해주실수 있사온지?"


"기술 연구 기지라. 귀녀들이 가지고 있는 성정 큐브를 통한 새로운 [전력]이 될 함선을 연구, 개발하는 곳인가."


"그렇사와요. 지금은 무리더라도, 후일 재고해주실 수 있을까요?"


"고려는 해보지. 허나 지금은 중앵의 함대를 유지하고, 병력 운용이 가능할 수준으로 다시 끌어올리는게 우선이다. 알고 있겠지? 귀녀라면 내가 한 말이 무슨 의미인지 말이야."


"후후후, 그 연설- 정~~~말로.......가슴이 뛰는 연설이었사와요. 후후, 역시나- 아카기의 지휘관님-"


"........귀녀는, 아무래도 거리라는 걸 제대로 두지 못하는 모양이로군."


그리고 비스마르크가 심기 불편한 눈으로 아카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것에 아카기 역시-


"어머나, 여기 자기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하는 분이 계시는군요. 후후- 그렇게 멍하니 있다간, 채어갈지도 모른답니다? 지휘관님 같은 멋진 분은-"


그리고 비스마르크가 의장을 꺼내들기전에, 아카기가 함재기를 날려 집무실을 날려버리기 전에 중재했다.


"미안하지만 나는 귀녀를 믿지 않는다. 그리고 귀녀의 기대에도 부응할 생각 없고, 귀녀가 정말로 이 메탈 블러드에 도움이 될지 안 될지도 미지수인 상황이다."


"후후, 알고 있사와요. 사실, 그건 감수했습니다. 이대로 그의 휘하에 있다면.......저희는 전부 세이렌에게 당해서 침몰당하거나. 서서히 망가져 미쳐버리거나. 둘 중 하나였습니다."


"그건 중요하지 않아. 변명이라면 무엇으로든 지어낼 수 있지. 중요한 건 행동이다. 과거는 묻지 않겠다는 말은 유효하지만, 나는 귀녀들의 과거의 행동을 문제삼지 않겠다는 것이지, 신뢰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니- 내 부하들을 납득시키고 싶다면, 실력으로 보여라."


"후후, 알겠사와요. 기대해도 좋습니다. 중앵의 함대야 말로, 지휘관님에게 어울리는 함대라는 걸-"


.......이거 달래주려면 상당히 오래 걸리겠군. 이미 비스마르크는 물론이고 오이겐 역시 펜대를 부러트리며 짜증을 참고 있는 상황이다.


"내게 어울리는 함대인지 아닌지는 내가 판단한다. 귀녀의 억측이 아닌- 객관적인 룰에 맞춰 내는 성과. 그리고 실적뿐이다. 알아들었나."


"물론이와요."


"그럼 가도록."


"혹시, 제가 도와줄 것은-"


"먼저 그 전에 메탈 블러드의 신뢰를 얻어라. 중앵이 이 메탈 블러드와 융화할 수 있는지- 방금 전 과 같은 일을 한 번만 더 일으킨다면 그에 따른 처벌을 내릴테니 각오하도록. 알아들었으면 물러가라."


그리고, 그렇게 축객령을 내린다. 아쉽다는듯 비스마르크와 오이겐을 보고는- 아카기는 날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지휘관님에게, 반한 것은 사실이에요. 그러니.....당신의 마음을 얻어보도록 하겠어요. 우후후후후훗-"


..........


하아-


그리고 곧 이어 오이겐과 비스마르크가 나를 본다. 이미 아카기는 사라져버린지 오래였지만. 불은 제대로 지르고 갔구만. 당연하게도 방금전 언행으로 나에게 적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순전히 나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온 거란 것도 안다.


하지만- 그것도 타인을 밀어내면서 오는 거라면 문제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메탈 블러드의 신뢰를 얻으라는 것. 그리고, 내가 다른 여자들과 가까워질라 치면 지금 이렇게 나온다. 그래, 최고로 위험한 순간이지만 익숙한 순간이기도 하다.


이게 익숙하다고 느끼는 정도면 나도 참 제대로 망가져있구나.


지금의 메탈 블러드 내부에서도 이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었고, 지금도 그 과정중 하나다.


"지휘관, 경은- 저 요녀에게 관심이 있는건가. 대답해라. 지금 당장."


"........헤에, 진짜 관심 있는거야? 반했다고 하는 여자, 싫어하지 않으니까. 그치?"


"이렇게 문제를 일으키고 다니는 거라면 나도 사양이다. 그리고 너무 그렇게 밀어내지 말도록 해. 우리가 다치는 건 세이렌과 싸울때 뿐이다."


"그런건 아무래도 좋아!!"


"아무래도 좋다면 나도 아무래도 좋은거겠군. 그렇게 나를 곤란하게 싶은거라면 성공이다. 비스마르크."


".......!"


"오이겐, 너도 진정해라. 나는 어디에도 가지 않으니까. 그게 아니면 나를 영창으로 보내고 싶은건가."


"......아니야. 그건 절대 아니야. 절대로, 지휘관을 보내지 않아."


"그럼 그거면 됐다. 내가 말했을텐데. 감정은 중요한 순간에 터트리고- 항상 머리를 차갑게 하라고. 그리고 하나 더 말해두지. 너희를 그런식으로 망가지게 한다면, 난 저 여우를 가만두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몇번이고 행동으로 빠꾸없이 보여줘서 그녀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이래서 지휘관 노릇도 할 짓이 못 된다. 이걸 또 몇번이고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하아-


무다구치 얀붕, 이 개새끼.












나의 운명의 사람.


당신이 저를 위해 막아줬을때부터, 당신에게 반했습니다. 


당신이 나를 믿게 하기 위해서, 신뢰하게 할 수 있다면......무엇이든 하겠어요.


비록 절 경계하더라도.


후후후- 괜찮아요.


저는- 당신이 원한다면, 그 어떤 것이라도- 견딜 수 있답니다. 나만의 지휘관님-


중앵의 지휘관님- 부디-


우리들을, 이끌어주시길 간절히 바라옵나니-


이 재회에 하늘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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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아카기의 독백. 


아카기 빌런 아님.


난 소프트 얀 좋아함. 그쪽 위주로 쓸거야. 이게 얀데레가 맞는진 모르겠는데, 여튼 쓸 수 있는대로 써볼게. 삘받아서 잘 써져서 여기까지 뚝딱써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