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화 https://arca.live/b/yandere/22284748

 지금쯤이면 정신을 차렸겠지 하며 경찰서로 발걸음을 옮겼다.

우웅. 자동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나는 안으로 들어가자 의자에 앉아있는 그 여자가 보였다.

그 때는 자세히 보지 못했지만, 밝은 곳에서 보니 그녀는 생각보다 앳되고, 곱상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그녀는 문 쪽을 쳐다보며, 약간은 기대와 안절부절 못하는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아 오셨네요. 이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이 분이 계속 얀붕 씨를 찾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연락 드렸습니다."

그 여자는 계속 날 빤히 쳐다보며 무언갈 말하고 싶은 듯이 있었다.

"그럼, 이 분이랑 얘기 나눠보세요."

경위는 자신의 업무를 보러 자리로 돌아가고, 나는 그 여자와 단 둘이 남았다.

"저기... 좀 괜찮으세요?"

"네..."

"그런데 저를 찾으셨다고 하시던데."

"맞아요.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그 쪽이랑 얘기를 하고 싶어서요. 밖에 같이 걷지 않으실래요...?"

"네... 상관은 없는데. 일단은 경위분께 여쭤보고 올게요."

경위분께 데리고 나가도 된다는 허가를 받고 여자와 같이 밖으로 나갔다.

"저 같은 걸 왜 살게 하신 거에요..."

뜬금 없었다. 나는 감사인사라도 할 줄 알았는데 전혀 예상 밖의 얘기였다.

"저 같은 거 살아봤자 민폐 뿐인데, 어째서 살게 내버려 두신 건가요..."

난 그저 묵묵히 들었다. 속으론 '아 내가 지뢰를 밝았구나'라고 생각하며, 이 사람의 말에 대답했다.

"민폐라뇨. 분명 당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아요. 주변 지인이라던가, ..."

가족이라고 하려했지만, 집에 가기 그렇게도 싫어했는데, 함부로 말을 꺼냈다간 위험할 수도 있었기에 도중에 말을 끊었다.

"저를 소중하게 생각해 주는 사람이라니... 없어요."

난 이 사람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구한 사람이 죽는 건 바라지 않았다. 만약 이대로 보내버리거나 건성건성하게 대답했다간, 진지하게 죽을 것같은 얼굴이었다.

"그럼, 저랑 친구 하실래요? 나이도 비슷해 보이는데."

"친구요...?"

"네. 친구요."

"으으... 네에... 흐으윽..."

갑자기 울기 시작한다. 아마 정신적으로 많이 고립됐던 걸까 싶다. 삶을 포기한 여자를 살리고, 친구가 되었다.

"그럼 친구도 됐겠다, 자기소개나 할까요? 서로 이름도 모르는데. 저는 얀붕이라고 해요. 나이는 24살 대학생이고요."

"얀붕 얀붕 얀붕... 헤헤... 얀붕... 저는 21살 얀순이라고 해요."

처음에 내 이름을 계속 부르기에 순간 미친 줄 알았지만, 뭔가 아이같기도 했다.

21살에 외모도 곱상한데, 저 나이대면 인생에서 꽃을 피울 시기가 아닌가. 어째서 죽으려 했는진 지긍보다 더 친해졌을 때 물어봐야겠다.

그렇게 서로 이름을 밝히고 근처 공원 벤치에서 한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좋아하는 음식, 취미 등등 이러한 것들을 말이다.

그리고 연락처도 줬다. 지금은 없지만, 집에는 있다고 해서 얀순이가 알려준 전화번호로 문자메시지를 남겼다.

그렇게 얘를 하다 새벽 1시쯤이 되고, 얀순이는 그럼 마지막으로 집에 바래다 달라고 한다.

얀순이의 집은 평범한 신축 아파트였다. 그런 아파트 정문에 도착하고 여기부터는 혼자 갈 수 있다고 하며 내게 고맙다며 집에 들어가면 연락하겠다고 한다.

나는 얀순에게 조심히 들어가라하며, 도착하면 연락을 달라고 했다.

집으로 가는 길, 얀순을 보내고 5분 쯤이 지났을까 메시지가 왔다. 집에 무사히 도착했다고. 고맙다는 그런 메시지였다. 나는 잘 쉬고 아침에 다시 연락하자 하며 보냈다.

치익 탁. 집에 도착하고, 맥주캔을 따서 한모금 마신다.

"후우우... 이거지."

오늘 사람을 살렸다. 내 손으로. 약간은 믿기질 않지만 내가 한 일 중에서 가장 잘 한 일이라 생각했다.

남은 맥주를 마신 후 씻고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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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키보드로 쓸 수 있겠네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