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없이 맑은 날씨였다.


꼭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그런 날씨.




늘 그렇듯 거실에는 tv가 켜져있다.


"이번에 컴백한 대세 아이돌 얀돌즈의 신곡무대를 지금 공개합니다!"


어제 했던 음방의 재방송이였다.


아침으로 간단히 시리얼을 먹고 등교할 준비를 한다.


"갔다옴"


"꺼져 시발련아"


누나와의 의미없는 대화.


집 앞에는 얀진이가 기다리고 있다.


"안녕 얀붕아~기다렸어!"


하며 해맑게 웃는 그녀.


그녀는 내 여자친구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쭉 사겨왔던 끈끈한 그런 관계이다.


뭐 하도 오래 사겨와서 이제는 풋풋한 감정 따위도 없지만.


그런 것보다도 이제는 신학기의 설램이 우선이였다.


꿈에 그리던 고등학교 생활의 첫시작이다.


부디 곤란한 일만 없기를 바랄뿐이다.











"저기..얀붕아..?"


수업이 모두 끝나고 집에 가려는데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응?"


어째서 내 이름을 알고있는걸까.


어쨋든 그녀는 굉장히 아름다웠다.


..여친있는 내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잠깐 시간돼..?"


안 될것도 없기에 이내 긍정했다.


그녀를 따라 올라간 곳은 옥상.


설마...?





"조..좋아해!"


"...."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나에게 고백한것이다.


"..미안한데 신학기부터 이러는건 좀

 곤란하거든..?우리는 오늘 처음 만났고.."


"뭐..?"


갑자기 싸늘해지는 분위기.


눈빛에 생기도 없어진 듯 했다.


"우리 항상 함께였잖아. 얀붕아."


"내 이름이 김얀순인 것도 까먹은거구나.."


설마 그 얀순이..?




얀순이와는 유치원때부터 알게 된 소꿉친구였다.


그렇게 쭉 친근하게 지내다 내가 6학년 때


얀진이와 교재를 시작하며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 후 다른 중학교로 각자 갈라지게 되며 더이상 연락도 하지않게 되었다.


이제야 기억나는 모습들.


"아! 그 얀순이었구나. 야 반갑다!"


"내가 이걸 기억못하다니 참.."


"어쨋든 난 아직까지 얀진이랑 사귀고 있으니 너랑 사귀기까지는 못할 것 같다."


"그럼 걔만 없으면 얀붕이는 내 남자친구가 되는거네..?"


"어..?"


방금 한 말은 뭐였지..?


"아 신경쓰지마! 아무것도 아니니까"


미소를 짓고있었다.


..뭔가 무섭네


"..그럼 이만!"


나는 황급히 그 자리를 달아났다.













오늘은 3월 3일. 어제는 뭔가 혼란스러운 나날이였다.


얀순이와의 재회. 그녀의 고백.


나는 이것들을 더이상 눈에 담아두지 않기로 했다.


신학기부터 일을 망칠 수는 없으니.


폰을 확인했다.


어...?어...???


나는 순간 내 두 눈을 의심했다. 뭐지..? 


왜 3월 2일로 설정이 되있는걸까..


단순한 오류겠거니 하며 거실로 향했다.


"이번에 컴백한 대세 아이돌 얀돌즈의 신곡무대를 지금 공개합니다!"


잠깐만 시발 이거 뭔가 이상한거잖아..


보통 음방의 재방송은 2번밖에 안하는데..


설마 3월 2일이 반복된거야..?


에이 설마


"갔다옴"


"꺼져 시발련아"


"그거 어제도 했던 말이잖아"


"..뭔 개소리야"


이상해 뭔가 이상해


"안녕 얀붕아~기다렸어!"


하며 해맑게 웃는 그녀

.

이건 더이상 꿈이 아니다.


현실이다.


..그래 내일은 정상적일거야.


"저기.."


얀순이다.이제는 확실히 알겠다.


"이걸로 두번째네♪"


뭐...?


"역시 넌 뭔가 알고있는거지!"


"후훗"


"좋아해 나랑 사겨줘"


"안 그럼 계속 이 상황일테니까."


"..니가 이 짓을.."


나는 이번에도 도망쳐나왔다.


이거 이상한거 맞지..?





오늘은 분명 3월3일일거다.


"이번에 컴백한 대세 아이돌 얀돌즈의 신곡무대를 지금 공개합니다!"


"안녕 얀붕아~기다렸어!"


씨발 뭐야 단체로 짜고 치는거야?


"사랑해♥"


이 씨발련이 진짜..


그 다음 날도 3월 2일


"이제 이쯤되면 질릴때도 됐는데..그치..?"


"지랄하지마"


그 다음에도 그그다음에도 날짜는 3월2일이었다.








매일 똑같은 삶의 반복이였고 점점 모든게 밉고밉고밉고밉고밉고밉고밉고밉고

밉고밉고밉고밉고밉고밉고밉고밉

싫증나

싫증

싫증

싫증

 씨발씨발씨발씨발


씨발씨발씨발씨

씨발씨발씨발씨

씨발씨발씨발씨

씨발씨발씨발씨













..이제는 2주째인가..? 시간 개념도 잃어버렸다.


이상하다. 씨발이게아닌데그평범하게좀 


살고싶었는데왜나를가만히못나두냐고개씨발년아


"이번에 컴백한 대세 아이돌 얀돌즈의 신곡무대를 지금 공개합니다!"


"아 좀 작작 쳐나와 병신들아!"


리모컨을 던졌다.


나를 썩을듯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개년.



"안녕 얀붕아~기다렸어!

"

"...."


"사랑해 얀붕아...?♥"


"너는 나를 절대 못 벗어나.♥"


하며 키스를 하려는 그녀.


"씨발작작좀해 진짜 니년 존나증오해.그냥 죽여버리고싶다고."


눈빛이 생기를 잃고 지랄이고 나발이건 간에 상관없다.


어쭈 칼을 들었네?


"도망가면 쫒아가줄테니까.."


그래도 살고는 싶었나보다. 


나는 한참을 도망치고 숨다 어느덧 상현이형 자취방 앞에까지 와있었다.


"저기..나 좀 숨겨줘. 갈색 단발에 얼굴에 점 있고 눈 큰 애가 나 찾으면 없다고 해줘."


"..알았다."


"근데 뭔 일이냐? 애가 존나 피폐해보이네."


"..."


말할 수 없다.


"..아무튼 여서 쉬면서 기운 좀 내라"




30분후 예상했던대로 그년은 여기까지 들어왔다.


"저기 혹시 얀붕이 보셨나요..?"


"아니 없는데?"


"음..그렇구나"


짧은 비명. 그리고 조용한 침묵.


"..찾았다.우리 얀붕이♥"


옷에 핏물이 배여있는 그녀.


"같이 살 집도 찾았네..♥"


나는 한껏 경멸하는 눈으로 쳐다본다.


이것밖에 할 수 없으니.


"참..그렇게 원망하는 눈으로 쳐다봐도 소용없어. 우린 이걸로 영~원히 함께니까.헤헤"


"..사랑해"


배에 전기충격기를 들이민다.


일어났을 땐 줄에 묶여있는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