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반에는 특이한 아이가 하나 있다.


그 아이의 이름은 김얀순.


얀순은 외모도 굉장히 예쁜 편이고 성적또한 우수한 아이였는데


이상할정도로 친구가 없었다.


어느 정도냐면 전학생인 나보다도 친구가 없을 정도였다.


한명도 없다고 보는게 맞겠지.


저 정도로 잘난 아이라면 주변에서 친해지고 싶을법도 한데


늘 혼자다니고 말 한마디를 하지 않는다.


나는 그 아이가 궁금해졌다.


그렇기에 얀순에게 말을 걸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점심시간 친구들이 급식을 먹자고 했지만 할일이 있어 좀 있다 간다 말하고는 혼자있는 얀순에게로 다가갔다.


얀순은 초점없는 눈으로 창밖을 응시한채 멍때리고 있었다.


점심에 급식 같이 먹을 친구가 없는 것일까


"안녕, 이름이 김얀순 맞지?"


내가 말을걸자 창밖을 바라보던 얀순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내쪽을 바라보았다.


"너무 당황하는거 아냐?"


얀순은 놀란듯 대답없이 나를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너 배는 안고프니? 항상 굶는거 같던데... 괜찮으면 같이 먹..."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얀순은 나를 무시한채 밖으로 나가버렸다.


저 싸가지 없는 성격때문에 혼자 다니는 것인가...


그래도 나는 포기할 수 없었다.


어릴때부터 항상 궁금한것은 꼭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


그 다음날부터 얀순과 친해지기 위한 나의 공세가 시작되었다.


하교하는길에 보이면 뛰어가서 말을 걸었다.


-물론 금방 도망가버렸지만..



쉬는시간 마다 찾아가서 말을걸었고


-이것또한 철저하게 무시당했다..


점심시간에 밥을 먹지 않는 얀순을 위해 간식 같은것을 선물해주었다.


-점심을 먹고 온뒤 쓰레기통을 보니 내가 준 간식들이 버려져 있었다...


하지만 나는 포기 하지 않고 계속 해서 친해지기 위한 시도를 했다.


그렇게 1주 2주 3주...


시간이 흐르자 얀순은 나에게 마음을 트기 시작했다.


여전히 말은 없었지만 최소한 나를 무시하지는 않았다.


내가 말을 하면 고개를 끄덕이거나 가로젓는것으로 어느정도의 의사표현을 했다.


급식을 같이 먹지는 않아도


내가 주는 간식또한 버리지 않고 다 먹었다.


알고보니 집방향도 비슷해서 하교도 같이 하게 되었다.


거기에 시시한 장난정도는 칠 수 있는 사이까지 발전했다.


하지만 얀순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말 만은 절대 하지 않았다.


얀순과 친해진지 한달째 되던날 놀러간 얀순의 집에서


나는 결국 얀순에게 물어보았다.


너는 왜 항상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냐고


그러자 얀순은 휴대폰에 무언가를 두들겼다.


그리고 자신이 두들겨낸 문장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이유를 말해줄테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피하지 말아줘..."


나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얀순이 드디어 입을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였다.


"헤헤 얀붕아,나도 사실 말을 많이 하고 싶었...퍽퍽"


"사실 내 말투가 이래서 아무도 다가와주지 않았다죠.. 그래서 그동안 말하기 조금...크흠..."


"어이어이, 날 떠날건가요 얀붕? 떠나지 말라구요...?"


어안이 벙벙했다.


정말로, 정말로 상상을 못한일이었기에...


그래도 나는 얀순에게 말해주었다.


"그, 그래도 우린 친구니까. 내가 이런 거 가지고 너를 피하겠어?"


얀순은 감격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눈물이 희미하게 맺혀있는 얀순의 두 눈은 정말로 사랑스럽기 짝이없었다.


하지만 연이어 나온 말은 그런 생각을 금세 깨버리기에 충분했다.



"정말인가요? 드디어 진짜 친구가 생겨버렸군요, 진짜냐고! ㅋㅋ루삥뽕"


"사실 조금 기뻤달까나요?"


정말 아무리 들어도 적응이 되지 않는 말투다.


일단 나는 집에가서 생각을 추스리기로 했다.


"이, 일단 얀순아 내일보자."


얀순은 잠깐 삐진 표정을 하더니 다시 웃는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말했다.


"알았어요, 집가서 연락 가즈아~!"


늦은 시간이라 이제 집에 가야한다.


그 핑계로 얀순을 떼어낼 수 있었다.


얀순과 헤어진뒤 집에 도착한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도대체 존댓말은 왜 쓰는거지, 그리고 저런말투를 쓰는 이유는 뭔데? 평범하게 말하면 안되는 병이라도 있나?'


얀순이 친구가 없었던 이유를 이제야 알것 같았다.


하지만 얀순과 친해지고 싶어한것은 나였고, 안순이 밀어내도 계속 다가간것도 나였다..


그런 주제에 함부로 얀순을 밀어내는 것은 말이 안되었다.


얀순은 그것을 염려하고 그동안 말을 하지 않았던 거겠지.


그래도 카톡할때 얀순의 말투는 정상이었으니까...


얀순에게 먼저 카톡을 보냈다.


김얀붕>얀순아 뭐하고 있어?



김얀순>쿠키 만드는중! 만드는 김에 손이 대어 큰일 날뻔 했다ㅈ..히익!


"씨발.."


카톡에서의 말투는 왜 바뀌는건데..


내가 한참동안 답이없자


얀순이 말을 꺼냈다.


김얀순>그래서 얀붕은 지금 뭐하고 있죠(갸ㅡ웃?)


김얀붕>나는 이제 밥먹고 운동가려고 ㅎㅎ


여기서는 무슨 운동을 하냐고 묻는게 보통의 흐름이지


그런데 얀순은..


김얀순> 호오..그렇군요..(제법이랄까나)

저는 고양이 배나 긁고 있다죠


김얀순>모찌모찌~(얀붕이가 경험해보지 못한 이야기를 해보자 ㅋㅋ루)


여기까지 보고서 나는 폰을 집어던졌다.


씨발.. 참을 수 가 없었다.


그래 나는 얀순과 몰랐던 사이야...


저 애 원래도 혼자였잖아?


다시 혼자가 된다고 뭐가 크게 달라지겠어?




그 다음날부터 나는 얀순을 철저히 무시했다.


얀순은 내가 먼저 말을 걸어주지 않자 나에게 다가왔다.


그러더니 나를 손으로 톡톡 찌르며 손에 든 종이를 보여주었다.


ㅡ 얀붕아, 어제는 왜 카톡 안읽었어?


무시.


자리로 돌아간 얀순은 또 무언가를 열심히 적더니 나에게 보여주었다.


ㅡ 내가 뭐 잘못한거 있어? 속상한점 있으면 말해줘...미안해..


또 무시.


참다못한 얀순은 입을 열었다.


"얀ㅂ.."


"아! 진짜!"


"좀 조용히 하면 안되냐? 놀아주니까 친해진거 같애? '진짜' 친구들이랑 얘기하고 있잖아."


얀순은 충격먹은 표정을 하더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엎드렸다.


몸이 들썩이는 것을 보니 울고 있는 모양이다.


나는 모르는 일이다... 잠깐 놀아준것 뿐이야... 누가 저런애랑 친해지고 싶겠어?


그렇게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얘기하던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얀붕아 너 쟤랑 친하냐?"


"아니? 저런애랑 친하겠냐? 기분나쁘게 왜 그래."


나는 애써 웃어보이며 대답했고 친구는 그건그렇지 라며 받아쳤다.


그렇게 얀순을 무시한채 1주, 2주 3주...


시간이 지나자 어느정도 죄책감이 무뎌져갔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저런애랑 친하게 지냈다가는 한통속 취급받을게 뻔해...


나도 전학생이라 친구가 많은편은 아닌데 저런애랑 친해지는건 위험하지...


게다가 말투도 비정상이잖아?


끝이 없는 합리화, 그 합리화 속에서 죄책감에 두꺼운 가면을 덧씌울 수 있었다.


외면이라는 가면을


얀순을 외면하자 죄책감을 덜어내는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렇게 한달 째 되던날 이변이 일어났다.


얀순이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평소 모범생인 얀순이었기에, 학교에서는 얀순의 부모님에게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얀순의 부모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


얀순이 학교를 나오지 않는것이 내 책임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자 가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금은 점점 커져서 내가 얀순이 보낸 카톡을 확인했을때


깨져버리고 말았다.



여느때처럼 친구들과 카톡을 하고 있을때였다.


나는 그만 실수로.. 그러니까 정말 실수로 얀순이 보냈던 카톡을 눌러버렸다.


그동안 외면했던 내용.. 얀순은 내가 얀순을 외면하고도 3주간 꾸준히 나에게 카톡을 보내왔다.



얀순의 말을 처음 들은 날


김얀순>그래도 저는 얀붕이 있는덕에 더이상 외롭지 않아졌다죠..크흠(어이,부끄럽다고!)


김얀순>어라라...내 카톡을 외면하다니요? 당신은 내일 죽어ㅆ...퍽퍽



외면하기 시작한 당일



김얀순>내가 잘못한게 있다면 얘기 해주세요. 정말 sorry...


김얀순>그래도... 얀붕이 아직은 밉지 않은건 안.비.밀.


1주째


김얀순>얀붕,대체 왜그러는거죠? 장난이 심하다구요~?


김얀순>학교에서 친한척 안해도 되니까요(에?), 카톡이라도 봐주면 안되는지..?


2주째


김얀순>너무나도 힘들군요... 얀붕은 이런말해도 어차피 보지 않겠지만 말이죠..


김얀순> 역시 제가 싫어진걸까나요?


3주째


김얀순> 얀붕 미안해요.. 이런말투를 가진주제에 얀붕과 가까워지려 하다니...


김얀순> 제가 오만 했군요.. 함부로 타인과 친해지려고 생각하다니...

어느 꿈속에 얀붕 good bye..


김얀순> 저 같은것은... 살가치도 없어요... 얀붕의 눈 앞에서 사라질게요 영원히..


말투는 여전히 듣기 버겁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진짜였다.


잘못한게 없음에도 무조건 잘못했다고만 하는 내용... 학교 밖에서만이라도 아는척 하자는 내용...


그러한 것들이 모여 내 마음속 죄책감을 터트려버렸다.


얀순...얀순아..



내가 무슨 짓을 한걸까 나는 쓰레기였다.


자신의 궁금증때문에 먼저 다가가 자신을 위해 아무말없이 상처를 준 쓰레기...


난 정말 나 밖에 몰랐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때 나는 이미 얀순의 집으로 향하는중이었다.




딩동딩동-!


아무리 벨을 눌러도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무언가 이상했다.


집에 아무도 없는것인가?


영원히 사라진다는게 이런 뜻이었나?


나는... 나는 이미 늦은건가?


한참 벨을 눌러도 나오지 않자, 나는 문을 두들겨보았다.


그런데 분명 닫혀있어야 할 문이 그대로 열리고 말았다.


뭐지? 무언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음에도 나는 안으로 들어가기를 감행했다.


"실례합니다.."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간뒤 얀순을 부르기 시작했다.


"얀순아! 거기있어? 내가 미안해, 내가 너무 이기적이였어. 너가 잘못한건 없어. 그러니까 제발..."


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렇게 포기하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알고있어, 얀붕아."


그 말과 함께 단단한 무언가가 내 뒤통수를 강타했다.


강한충격에 쓰러져가던 나는 목소리의 주인이 얀순이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방금전 얀순의 말투는 매우 정상적이였다.








언제부터 였을까.


내가 미움받기 시작한것은...


어렸을적 나의 부모는 하루종일 치고 박고 싸워대는 인간들이었다.


나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자각 못하는지.


나의 부모는 내 앞에서 서슴없이 욕을하고 폭력을 휘둘렀으며 나를 보면 재수없다는 듯이 혀를 한번씩 찼다.


그런 내가 의존할 수 있는 것은 인터넷 뿐이었다.


어린 나이임에도 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접속해 넷상에 다른 사람들과 마구 소통해댔다.


그곳은 나의 안식처였으며, 외로운 나에게 함께 라는 기분을 일깨워주는 곳이었다.


나의 부모가 이혼하고 엄마와 둘이 살게 되면서도 나는 커뮤니티를 놓지 않았다.


결국 나는 그 부작용으로 해당 커뮤니티에서의 말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누군가 그랬었다. 어린시절의 기억은 평생 각인된다고


나의 말투는 고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나와 둘이 남게 된 엄마라는 작자는 여전히 나에게 별 신경을 안썼기에 그것을 바로 지적할 사람은 없었다.


내가 8살이 되던 해 나는 학교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내 말투를 들은 아이들은...


그 아이들의 표정이 아직도 기억난다.


아무것도 모르는 8살 아이들 이였지만 그들의 눈에 나는 충분히 이상한 아이였다.


아이들은 나를 배척하기 시작했고 나는 그렇게 학교에서도 혼자가 되었다.


그래, 내가 할 수 있는것은 공부 뿐이었다.


나를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보란듯이 성공해서 보여줄것이다.


그 일념하나로 나는 미친듯이 공부에 매달렸다.


원래도 나에게 관심이 없던 아이들은 내가 공부에만 전념하자.


나를 그냥 무시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도 마찬가지 였다.


나에게 친해지려 다가왔던 아이들도 말투나 소문을 들으면 나를 기피했다.


나는 타인에 대한 기대를 품지 않기로 했다.


기대를 품을 일이 없으니 슬퍼할 일도 없었다.


그거면 족했다.






그거면 족했었는데...


"안녕, 이름이 김얀순 맞지?"


어느날 나에게 말을 거는 아이가 생겼다.


아이의 이름은 김얀붕


전학생이라고 했다.


전학생이라 나에 대한 소문을 잘 모르는것인가?


어차피 무시하면 저러다가 금방 떨어질것이다.


나는 얀붕을 무시했다.


그렇지만 그 아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밥을 먹지 않는 내가 배고플까봐 먹을것을 챙겨주었고 내가 아무리 무시해도 계속 해서 말을 걸어주었다.


그렇게 나는 마음의 문을 서서히 열었다.


어느새 내 일상은 얀붕으로 가득차게 되었다.


공부할때에도, 밥을 먹을때도 얀붕이 계속 생각났다.


그러자 난생 처음으로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이 아이와는 멀어지기 싫다는 욕심이


얀붕 또한 내 말투를 들으면 멀어질것이다.


그것을 알기에 필사적으로 입을 다물었다.


너를 만나 나는 지금 행복하다고 얀붕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그런 충동을 몇번이나 참았다.


그렇게 버텼는데.. 결국 올것이 오고 말았다.


"얀순아, 너는 왜 아무말도 안하는거야?"


엄마가 집을 비운날, 얀붕을 우리집에 놀러오게 한 바로 그 날이었다.


오히려 내가 말을 하지 않아 얀붕이 실망하면 어떡하지?


망설였다.


망설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얀붕에게는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긴 고심끝에 나는 나에게 다가와준 얀붕을 믿기로했다.


얀붕에게 나의 말투를 들려주고는 얀붕의 표정을 보았다.


정말로 당황한 표정이다.


이제 얀붕도 나를 떠나가겠지.


그렇게 눈을 질끈 감고 있는데..



얀붕은 말해주었다.



이런거 가지고 너를 피하지 않는다고



내 말투를 듣고도 그렇게 말해준 사람은 처음이었다.


잠시 후 얀붕은 시간이 늦어 집에 가본다고 했지만


나는 괜찮았다.


얀붕은 나에게 하나뿐인 친구가 되었기에



얀붕에게 카톡이 왔다.



김얀붕>얀순아, 뭐하고 있어?


쿠키를 만들고 있었다.


나의 첫 친구가 되어준 얀붕에게 선물로 주려고


얀붕은 이제 나의 말투를 알고 있으니 가짜로 연기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가감없이 나의 말투를 내비치며 카톡을 이어나갔다.


얀붕은 이래도 나를 피하지 않겠지.



그런데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얀붕이 말을 멈추었다.


뭐지? 배터리 나갔나?


그래도 상관없었다.



나는 얀붕의 모든것이 좋아져버렸다.


내 모습을 피하지 않은 사람은 얀붕이 처음이다.


이유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얀붕에게 줄 쿠키를 잘 포장한뒤


침대에 누워 이런 저런 망상을 했다.


이 쿠키로 마음이 전해진다면 얀붕과 잘 될 수 있지는 않을까?


그러면 얀붕과 사귄다던가, 그게 이어져 결혼을 한다던가, 거기서 더 나아가면 뽀, 뽀뽀까지..?


그렇게 다음날이 되었다.


기대를 안고 학교로 뛰어가는길 얀붕을 보았다.


하지만 부르지 않았다.


깜짝 놀래켜 주고 싶었기에


교실에 도착해 얀붕이 나에게 말을 걸기만을 기다렸다.


말을 걸어주면 갑자기 꺼내서 놀래켜 줘야지


쿠키에는 내가 정성스레 쓴 편지까지 동봉되어 있었다.


하지만 한시간이 지나고, 두시간이 지나고... 학교가 거의 끝나가도록 얀붕은 나에게 말을 걸어주지 않았다.


무언가 잘못됨을 느꼈다.


내가 실수한것이 있는걸까?


친구와 이야기 하던 얀붕에게 조심스레 다가갔다.


남에게 내 말투를 들려주는것은 여전히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쪽지로 말을 걸었다.


하지만 얀붕은 계속해서 나를 무시했다.


마지못해 얀붕에게 말을 걸려하자.


얀붕은 내게 소리쳤다.



"아! 진짜!"


"좀 조용히 하면 안되냐? 놀아주니까 친해진거 같애? '진짜' 친구들이랑 얘기하고 있잖아."


그래 진짜 친구


얀붕에게 있어서 나는 가짜 친구였다.


나는 집에가서 펑펑 울었다.



어린시절 부모님이 싸워도 울지 않았다.


울어봐야 바뀌는것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눈물을 주체 할 수 없었다.


믿었던 만큼 배신감도 컸다.


이럴거면 애초부터 친해지지 말걸 그랬다.


한참을 울던 나는 마음을 고쳐 먹었다.


그래, 분명 내가 잘못한것이 있을거야. 얀붕이 같이 친절한 아이가 저럴리 없잖아.


그래서 얀붕에게 계속 해서 카톡을 보내었다.


나는 얀붕을 미워할 수 없었다.


카톡을 보낸지 1주째, 2주째, 3주째..


나는 고통스럽게 나의 말투를 뜯어고치기 시작했다.


정말로 힘들었다.


어떻게 노력해도 고칠 수 없던 말투였다.


나는 칼을 하나 준비했다.


계속해서 혼잣말을 하며 나 특유의 말투가 튀어나올때면 몸을 그었다.


고통스러웠다.


몸에는 수많은 자상이 생겨났고, 그 결과 나는 말투를 고칠 수 있었다.


이렇게 하면 얀붕이 나를 봐줄까...?


아니다.


얀붕은 내가 꾸준하게 보낸 카톡을 여전히 읽지 않았다.


학교에서 아는 체 하는게 싫다면 카톡으로 라도 대화해주길 바랬다.


많은것을 바랄 수 없었다.


나는 모두가 피하는 말투를 가지고 있으니까.


정말로 정말로 원망스러웠다.


나의 부모가, 나의 말투가, 최후에는 나 자신이


나는 결국 얀붕의 눈앞에서 완전히 사라지기로 했다.


얀붕이 나를 봐주지 않는다면 나 또한 차라리 얀붕을 볼 수 없는게 나았다.


내가 택한 방법은 '자살' 이었다.





"그래.. 이거면 된거야.."


방 안 가득한 피비린내


나는 가장원망스러운 나의 부모를 죽였다.


내가 이런 말투를 가지게 된 원인...


그렇지만 이 또한 핑계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결국 모든 선택은 내가 했으니까


천장에 줄을 걸어 둥글게 매듭을 지었다.


그 매듭 가운데에 목을 넣고 의자를 치우면 되는 것이다.


순간의 고통이다. 살아있다면 매 순간이 고통일테니 잠깐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게 목을 넣으려고 하는데..



띵동띵동-!


띵동띵동-!


초인종이 쉬지 않고 울려댄다.


지금 저 사람이 시체를 발견해주면 되겠네..


초인종을 누르고있는 사람 모르게 문 잠금을 조용히 풀어놓았다.


다시 2층으로 가 죽을 준비를 했다.


그 전에...


내 시체를 찾아줄 사람 얼굴은 보고 가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 급하게 초인종을 누르고 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얀붕이였다.


얀붕의 얼굴을 보자 더 이상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었다.


"친절한 얀붕이가 나를 구하러 와줬구나..."


그렇게 중얼거리며 나는 홀린듯 아래층으로 내려가 후라이팬을 집어들었다.


그 후 문을 열고 들어온 얀붕의 뒤통수를 가격해 기절시켰다.


이걸로 된거다.


여기까지 찾아왔다는 것은 얀붕도 나를 좋아한다는 사실


이제 얀붕은 나와 둘이 있게 될 것이다.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