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붙이를 사랑하게 되는 건 가능하다고 생각해?

 

막 맨날 남매들 보면 누나 미쳤다고 욕하고

 

동생은 귀여움이 없다고 욕하고

 

막 투닥투닥거리고 그러잖아.

 

그런데 우리가 볼 남매는 좀 다른가 봐. 

 

여기, 얀붕이와 얀순이가 있어. 

 

아버지와 어머니는 둘을 집에 냅두고 떠났어. 

 

둘 다 바람이 났거든. 정말 웃기게도. 

 

마침 얀순이가 성인도 됬겠다. 집은 그냥 줄테니까 둘이서 알아서 살라 이거였지.

 

얀붕이는 한 때 부모였다는 작자들이 이렇게 차가울 줄 정말 몰랐어. 

 

“씨이… 어렸을 때는 행복했잖아…”

 

놀이 공원도 가보고, 같이 밥도 먹고.

 

최근에는 소원해 졌지만, 다 공부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콩가루 집안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 

 

“괜찮아… 얀붕아. 저 둘 생각은 이제 집어치우고, 우리 둘이서 잘 해나가면 돼. 어때?”

 

“그래도 누나는 대학 좋은데 붙었잖아. 등록금 세던데, 괜찮아?”

 

“…그냥 포기하고 돈 벌어야 하지 않을까?”

 

“누나는 포기하지 마. 내가 벌어다 줄 테니까.”

 

“야 – “

 

“요즘 세상 대학 필요없다는거 다 구라야. 대학이 있어야 학벌이 있고 

 

학벌이 있어야 승진을 하는데.

 

둘 중 하나가 ㅈ될 거라면

 

차라리 내가 그렇게 되는 게 나을 걸. 

 

나는 애초에 성적도 애매했으니까.”
 

“야, 보통은 첫째가 가장이 되는 거야. 너는 포기하면 안 ㄷ”

 

“그렇게 치면 내가 남자새끼야. 누나, 제발. 누나라도 성공해야지.

 

그래야 내가 적어도 누나 덕 좀 볼 수 있지 않을까?”

 

“…꼭 갚을게.”

 

그래서 얀순이는 대학에 들어가서 공부를 열심히 해. 

 

장학금은 물론이고 과외도 병행하면서 번 돈을 얀붕이에게 갖다 줘. 

 

얀붕이는 한 편 일용직을 왔다 갔다 하면서 돈을 벌어. 

 

누나가 준 돈은 헬스장을 끊어서 몸을 만들었지. 

 

그래야 좀 더 노가다를 뛰어도 몸이 견뎌 줄 테니까. 

 

적어도 집세는 없다는 게 다행인 부분이었어. 

 

그런데 결국 사고가 터져 버리고 말아. 

 

누나가 집에 없는 동안, 강도가 집에 들어 왔어. 

 

일 끝나고 집에 들어 와 보니까,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고, 

 

조심히 문을 열고 들어 오니, 후드를 뒤집어 쓴 남정네가 있었지. 

 

“씨발, 여자가 있다고 들어 왔는데, 왜 우락 부락한 남자 새끼 – “

 

“너 뭔데 이 시발놈아. 뭐라고 했냐.”

 

“ㅈ됬네 시발, 안꺼져?”

 

강도는 칼을 빼 들고 얀붕이를 위협하기 시작해. 

 

“돈 되는거 내 놔. 하는 거 봐서 봐줄 수 도 있다?”

 

“지랄 발광도 유분수지.”

 

얀붕이는 강도 뺨을 세게 후려 갈겨버려. 

 

근데 강도란 놈이 몸은 되게 허약했는지, 그 한방에 몸이 날아가서 그만 

 

머리 부터 떨어졌어. 

 

“어… 어, 이런… 11…119.”

 

얀붕이는 결국 구급 대원을 불렀고, 경찰에게 조사를 받게 되었어. 

 

“…사정은 알겠는데, 사람 제압할 때는 그렇게 하면 안 됬어요. 이거 과실치상입니다.”

 

“그 새끼, 우리 누나가 집에 있었으면 몹쓸 짓까지 할 개새끼였는데 – “

 

“어쨌든, 지금… 어, 뺨 한대 때린 거로 그 놈, 뇌진탕 왔어요. 목숨에 이상이 없는건 다행이긴 한데. 

 

음, 좋아요. 이렇게 말하죠. 

 

지금 그 놈은 뇌진탕 치료만 끝나면 전과가 화려한 놈이라, 이번에는 형을 더 길게 살 거에요. 

 

게다가 칼까지 들고 왔으니 더 크게 받겠죠. 

 

당신은 과실 치상으로 형을 살게 될 거고요. 

 

그래도 죽었으면 더 큰일 났어요.

 

이 정도면 1년 짧게 살고 나면 끝 날 테니까 – “

 

“1… 1년이요? 그래도 형을 사는 거 아닙니까.

 

빨간 줄이 그이면 저 – “

 

“…재수 없었다고 생각하세요.”

 

“씨…”

 

얀붕이는 당장에라도 멱살을 쥐여잡고 뺨을 후려 갈기고 싶었지. 

 

그런데 그럴 수는 없어. 1년형 살아야 하는 것도 서러운데, 

 

여기서 형이 더 늘면 그대로 ㅈ되는 거였으니까. 

 

“얀붕아, 이게 어떻게 된거야. 감방에 니가 왜 가는데.”

 

“법이 뭐 같애서 가야 한단다. 정상 참작이 되서 좀 더 짧아지긴 했는데,

 

어쨌든 들어가긴 들어가야 하나 봐. 

 

누나는 나 없이도 공부 열심히 하고, 계좌 보면 돈 두둑하게 있을 거니까

 

그거 가지고 혹시 급한데 있으면 써. 응?”

 

“…이게 뭐야… 얀붕아…”

 

얀붕이는 그렇게 팔자에도 없는 교도소 구경을 하게 되지. 

 

떡대가 워낙 좋았으니, 건드리는 사람은 없었어. 

 

하지만 그렇다고 어둠의 제의가 없었느냐, 

 

그렇진 않았지. 

 

근데 얀붕이는 어떻게든 그런 사람들의 제의를 피하려고, 

 

정신에 이상이 있는 척 자해를 해보기도 하고

 

그래서 독방에도 들락 날락 거렸지. 

 

점점 사람들이 그래서 자신에게 말을 걸지 않는 걸 보고, 다행이라 여겼어. 

 

하지만 말을 안 거는 것도 1주일 2주일이여야지, 

 

이게 한 달이 되고, 두 달이 되니 미칠 지경이었어. 

 

누나가 보고 싶었지. 

 

“누… 누나…”

 

“얀…순이… 누나…”

 

결국 1년이 되니까, 다시 자유가 주어졌어. 

 

빨간 줄이 그여진 채로. 

 

…이제 뭐해 먹고 살지가 가장 중요했어. 

 

누나의 걱정을 끼치지 않고, 

 

돈을 잘 벌 수 있는 곳. 

 

다시 노가다였지. 

 

바뀐 건 의외로 없었어. 

 

빨간 줄이 그렇다고 막 치명적이진 않더라고. 

 

알아 보니까 간단한 취업 정도는 할 수 있었고, 

 

형도 과실 치상. 딱 하나라 적당히 설명만 하니 이해한다는 식이었거든. 

 

공무원? 꿈도 못 꿨지. 

 

누나 돈 필요한데 자기가 어떻게 써. 

 

꾸미는 데도 돈이 필요할 거고, 

 

맛있는 음식도 사먹고, 

 

남부러울 것 없이 그렇게 살면 좋겠는데

 

자기가 어떻게 그래. 

 

익숙하지 않은 전화기로 잠시 이곳 저곳 전화하면서 알아보다가, 누나가 왔어. 

 

“…어땠어?”

 

“…괜찮았어. 그냥, 별 탈 없이 살다가 나왔어.”
 

“두부, 먹어.”

 

“이런 일이 나한테 있을 줄은 몰랐는데.”

 

1년만에 만난 누나는 더 눈부셔 보였지. 

 

원래 자기랑 비교하면 더 우월하다고 인정할 정도로

 

원판도 예뻤고, 성격도 좋았고

 

잘 꾸미고 다녔고

 

머리도 좋고…

 

이런 누나가 행복해지는 게 맞다 싶었지. 

 

자기는 뭐라도 해 줄 수 있을 것 같았어. 

 

“해서, 돈은 안 부족했어?”

 

“너는 감방에서 나왔는데.”

 

얀순이의 목소리가 울먹였어. 

 

“네가 지금 어리광을 부려야 할 때인데,

 

왜 자꾸 나만 걱정하는 데. 

 

왜 니 인생은 없는 것처럼 그러는데.

 

너도 사람인데 왜 너는 자꾸 나한테만 – “

 

결국 얀순이는 울음을 터트려. 

 

정말 서럽게, 얀붕이의 팔을 껴안고 울었지. 

 

“울지 마, 누나… 울지 말라고. 이쁜 얼굴 다 망가지게…”

 

그렇게 집으로 가는 버스 뒤에서 두 남매는 서럽게 흐느꼈지. 

 

오랜만에 집에 돌아왔어. 

 

따스한 집이었지. 

 

방은 그대로인 것 만 같았어. 

 

다만, 방범창과 암막 커튼이 더 달린 정도였지. 

 

“잘 달았네.”

 

“응?”

 

“요거, 강도 때문에?”

 

“그렇기도 한데…”

 

“어쨌든, 아까 대답 안했어. 돈은 안 부족해?”

 

“또 돈 얘기.”

 

“돈 없으면 누나가 힘들까 봐 그렇지. 대학 생활 즐길 때잖아.”

 

“…따지고 보면 너도 즐기고 있어야 했어.”
 

울먹이는 목소리로, 얀붕이에게 미안함을 표하는 누나였어. 

 

“아이 씨, 또 그 소리야. 나는 괜찮다니까?”

 

“안 괜찮은 거 알아. 

 

너 감방에서 싸움질했어?”

 

“안 했어. 최대한 빨리 나와서 누나 걱정 덜어야 한다는 생각에 – “

 

“그럼 팔 흉터는 뭔데. 자살하려고 했어?”

 

아차, 싶었지. 

 

“아, 아니야. 그거. 망할 건달 새끼들이 자꾸 끌어들이려 해서. 그거 피할라고 연기 좀 했었지.”

 

“…많이 힘들었겠네.”

 

“괜찮이. 이정도 쯤이야.

 

아 그리고 누나, 나 노가다 다시 뛸 수 있대. 

 

일 구하는 쪽에서 문제 없다고, 나 다시 일해도 된다고 – “

 

“이제 일, 하지 마.”

 

“무슨 소리야, 돈 벌어서 누나 남 부럽지 않게 해 줘야지. 

 

나 그리고 누나 결혼하면 언제까지고 얹혀 살 수 도 없는데 – “

 

“얀붕아, 우리 얀붕아.”

 

얀순이는 얀붕이 손을 꼭 잡아 줘. 

 

노가다 뛴다고 한창 젊은 나이에, 

 

한창 인생을 즐길 나이에

 

손에는 투박한 굳은 살들이 가득했고

 

노가다 뛴다고 몸에는 근육이 가득했지만

 

항상 파스를 붙이고 

 

밤에는 몸살에 낑낑대는 얀붕이를 떠올렸지.  

 

“너 언제까지 그렇게 누나만 바라보면서 살거야. 

 

너도 네 인생이 있는데.

 

이렇게 되면 너랑 결혼하겠다는 사람도 없겠다.”

 

“음… 그건 슬프긴 한데…”

 

“…나랑 살까 그냥? 우리 둘이서 오순 도순하게?”

 

“…뭔 소리야 누나.”

 

“자, 볼래?”

 

얀순이는 얀붕이의 손을 끌고 방으로 들어가서, 

 

컴퓨터를 켰어. 

 

“자아… 봐봐. 이거.”

 

믿을 수 없는 숫자가 적혀 있었지. 

 

“…이게 다 얼마야?”

 

“우리 적어도 앞으로 일 안하고, 평생 놀고 먹어도 행복할 정도?”

 

얀순이는 얀붕이가 준 돈을 모두 주식에 박았어. 

 

가능성이 있는 주식에 묻어 두고, 단타의 유혹을 쳐 냈지. 

 

그렇게 차근 차근 주식의 꼬리를 물고 문 결과, 

 

30억이라는 믿을 수 없는 금액이 나왔어.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재능일지, 아니면 운이었을까. 

 

얀붕이와 얀순이의 불운이 그만큼의 행운으로 다가온 걸까?

 

“그… 그래도 누나… 이 정도면 더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잖…”

 

“있잖아, 

 

재미있는 거 하나 알려 줄까?

 

우리 엄마 아빠 둘 다 사랑이고 뭐고 없는 가족이더라.

 

너랑 나랑 남매가 아니야. 

 

되게 웃긴 거 있지?”

 

“…어?”

 

“너 감방 가 있는 동안에 아빠가 찾아와서는 잠깐 귀띔해주고 가더라.

 

그 쌍놈이 우리 어떻게 사는지 뭐 그런거 보려고 왔는데,

 

네 이야기를 들려 주니까 욕을 하고 가더라고. 

 

누구 자식인지도 모를 새끼, 꼴도 좋다 그랬던가?”

 

얀붕이는 충격을 심히 받은 표정이었지.

 

얀순이는 얀붕이 볼에 손을 부드럽게 갖다 대었어.

 

“걱정 마, 욕 한 사발 하고 바로 쫓아냈어.

 

우리 얀붕이. 사랑스러운 내 얀붕이. 

 

이런 탄탄한 근육도

 

이런 남자다운 얼굴도

 

모두 날 위해서 그런 과감한 일을 저질렀다는 거. 

 

누나, 아니지. 

 

이젠 누나가 아니지. 

 

나, 너한테 홀딱 반했다. 

 

여태까지 나한테 헌신한 거 말이야

 

고등학교 중퇴하고 일 찾아 나선 거, 

 

몸이 망가지는 거 알면서도 열심히 일한 거 

 

낑낑거리면서 문을 나서서 열심히 일하고 오던 거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게 나한테 구애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피도 안 이어져 있는데 

 

그저 내가 행복했으면 해서 해 주었다는게 너무 기뻐서. 

 

아아, 얀붕아. 

 

나 너무 기뻐. 

 

나 이제 너만 생각하면 심장이 마구 뛰어. 

 

너 없으면 안될 거 같아. 

 

그러니까, 나랑 그냥 같이 살자. 

 

어차피 가정도 박살 나고

 

너랑 나랑 피도 안 이어져 있는데 말이야.”

 

얀순이는 얀붕이에게 천천히 다가와서

 

얀붕이의 목에 양 팔을 감아. 

 

“자아, 대답은?”

 

얀순이의 양 눈은 승리의 눈빛으로 가득 차 있었어. 

 

안 받을 리가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얀붕이는 누나의 팔을 풀고 손을 잡아. 

 

“미안해, 누나.

 

나는 그 정도로 누나를 생각하지 않았어. 

 

누나가 그리웠던 건 사실이야. 

 

교도소에서도 누나 생각만 했어. 

 

독방 들락 날락 거리고

 

착한 동생으로 있으려고 수감자들하고 말도 안 섞고

 

왕따 당해도 꾹 참고 견뎌 냈어.

 

그래서 나오니까 누나가 이렇게 잘 되었다는 게 너무 기쁘지만…

 

그래도 누나는 누나야. 

 

같이 살긴 할 수 있어도, 

 

남녀의 사이로서는 아니야. 

 

누나는 분명 매력이 있어. 

 

이쁘고, 착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의지는 굳세지. 

 

하지만 그게 내가 되면 안 돼. 

 

더 나은 – “

 

“그래서. 지금 거절하겠다고?”

 

싸늘하디 싸늘한 목소리였어. 

 

한번도 얀순이한테서 화난 모습을 본 적이 없었는데, 

 

그래서 너무 무서웠지. 

 

“누… 누나.”

 

“아아 그래, 그러면 짐 싸 들고 나가. 그러면. 

 

아니, 누나라고 부르지도 마. 

 

피 안 섞였다고 했지. 

 

그러면 내가 널 여기 둘 이유도 없어. 

 

뭐? 남매로 지내자고?

 

웃기지 마. 

 

남매가 아니라는 사실 들었을 때, 내가 든 생각이 뭔 줄 알아?

 

진짜 날아갈 거 같이 좋더라. 

 

근데 넌 별로 안 좋은 거 같으니까, 그럴 거면 나가.

 

짐 싸 들고, 집에서 꺼져.”

 

“누, 누나 왜 그래. 제발 – “

 

“누나라고, 부르지, 말랬지?”

 

그렇게 매정하게 돌아 서고는, 얀순이는 자기 방에 들어가서 문을 닫아. 

 

얀붕이는 문을 열고 따라 들어가려 했지만, 

 

문은 잠겨 있었지. 

 

“누나, 얘기 좀 해.”

 

“니 누나 아니라고!”

 

빽 지른 소리에, 얀붕이는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서 그 자리에 주저앉았어.

 

“제발… 나 누나밖에 없어… 얀순이 누나밖에 없다고…

 

흑…아는 사람도 없고

 

부모도, 훌쩍, 부모도 우리 버렸는데

 

누나마저 나 버리면

 

나는 어디로 가야 해

 

버리지 마

 

제발, 내가 아는 누나로 돌아 와 줘 제발…”

 

하지만 대답은 없었지. 

 

왜냐하면 얀순이가 입이 귀에 걸린 채로

 

그 모든 걸 문에 귀를 대고 듣고 있었거든. 

 

얀붕이는 이내 서럽게 흐느끼기 시작했어.

 

자기가 알던 누나는 없고

 

대뜸 고백하더니

 

안 받아 주겠다면 나가라니.

 

남매의 일선을 넘으면 안 될 것 같았지만

 

여전히 얀순이를 누나로 보고 있었지만

 

얀붕이는 무서웠어.

 

누나에게서 벗어난 세계를 사는게 

 

누나를 위해서 살던 인생이 어그러지는게

 

너무나도 무섭고 두려워서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지. 

 

얀순이는 그러면 그럴 수록 너무 기뻐서

 

하트가 띄워진 눈동자와 함께

 

간신히 입을 틀어막고 주저앉아 있기만 했지만.

 

몇 시간이 지났을까. 

 

얀붕이는 그 자리에 주저앉은 채로 자고 있었지. 

 

얀순이는 그런 얀붕이를 품에 앉고,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고 있었어.

 

정말 잘 자라 주었지.

 

누나 바라기로.

 

여전히 누나로 보고 있는건 조금 괘씸했는데,

 

“이런 얼굴을 보여주면 반칙 아니야.”

 

라고 속삭이고는 머리를 쓰다듬어 줘.

 

“누… 누나…”

 

얀붕이는 머리에 느껴지는 감촉에 잠에서 화들짝 깨.

 

“자, 이제 일어났네. 이ㅈ - “

 

“누나 내가 잘못했어 

나도 누나 사랑하니까 

나 버리지 말아줘 

우리 엄마 아빠처럼 나 두고 가지 마 응

혼자가 되는 건 무서워 

너무 어두워 

그러니까 버리지 마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쉬이 – 괜찮아 얀붕아. 누나 여기 있어. 

 

아까전에는 무섭게 굴어서 미안해?

 

누나가 조금 심술 부렸을 뿐이야. 

 

누나는 사실 다 필요 없다?

 

대학도 이제는 필요 없고

 

돈도 충분히 있으니까

 

너랑 그냥 살면 돼. 

 

그래도 아는 사람들이 우리 손가락질 하고 떼어 내려고 하면 귀찮으니까

 

얀붕이는 집에서 가만히 있으면 돼.

 

누나가 조용히 다 해 줄 테니까

 

얀붕이는 여태까지 너무 잘해 줬으니까

 

이제 누나가 다 해 줄게.

 

누나라고 불러도 괜찮아.

 

그래도 말이야, 호칭이 그렇다는 거지

 

이제 우리 같이 행복하게,

 

오순도순하게 둘이서 사는 거다? 그렇지?”

 

“…응.”

 

얀붕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얀순이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고개를 파 묻었어. 

 

그리웠던 향기였어.

 

포근하고도 따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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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누나와 동생 이야기야.


재밌게 즐겼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