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도가 가득한 지하 독방.


"이제 나갈 시간이다."


힘없이 고개를 들어 내 앞에 있는 교도관을 바라봤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여기 온 지도 벌써 3년이나 됐군....


어이 교도관 내가 여기 들어온 이유가 무엇인지 아나?"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빨리 나오기나 해라"


교도관이 차가운 목소리로 내 말을 끊었다.


"겨우 천민이 다친 여자아이를 돌봤다는 이유 하나 뿐이야.


겨우 천민이라는 신분 하나 때문에 3년이나 이곳에서 이렇게나 썩었어...."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빨리 일어나라 했을 텐데!"


교도관의 경고를 무시한 채 말을 이어나가자 화가 차올랐는지 붉게 물들어진 얼굴로 쇠창살 문을 열고는 독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런 교도관을 보며 허탈하게 웃었다.


"하하하 교도관 우리는 말이야 태어날 때부터 아무 의미도 축복도 없는 이름을 지어져서 평생을 그 이름으로 불려 정말로 웃긴 일이지"


"네 이놈!"


찰싹.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분노를 느꼈는지 내 뺨을 힘차게 때렸다.


이미 오랜 고문에 이 정도의 폭력으로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였지만 뺨이 부푼 것은 느껴졌다.


부푼 뺨에 손을 갖다 댔다.


"...미안하군...이미 받아들였다 생각했는데 너무 흥분했네..."


"따라 나와라"


***


"오랜만에 보는 햇빛이군..."


교도관에게 끌려온 자리는 햇빛이 잘 들어오는 전망대였다.


"그게 마지막 햇빛일 거다"


"....그렇군..."


교도관의 단호한 말에 쓸쓸한 미소를 지으고는 눈을 감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럼 잘 가라"


떨리는 목소리로 교도관이 말했다.


아무리 천민이라도 3년동안 만난 사람이 교도관 밖에 없으니 그동안 정이라도 들었을까. 교도관에게 고마움이 가득 담긴 마지막 말을 전했다.


"사형 집행!"


그렇게 사형 집행이라는 외침과 함께 사형 집행수가 내게 칼을 내리쳤다. 하지만 그 날카롭디 날카로운 칼은 나의 목을 관통하지 못하고 기존 형태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부서져 가루가 된 채 내 목에 떨어졌다.


그리고 누군가가 큰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당장 여왕 폐하의 어명으로 사형 집행을 중단해라!"


큰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곳에는 꽤 흐려진 얼굴이자 지금의 나를 만들어낸 원인이 말 위해 그 누구보다 고귀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이리스?"


무의식적으로 이리스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내가 이름을 불러줘 기쁘다는 듯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에서 내려오고는 내가 주저 앉아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오랜만이에요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