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무슨 수술을 했는진 몰라도 한동안 병원에

입원했던 적이 있었다 심심하고 따분했기에

말 상대가 필요했다 그래서 같은 병실의 동갑처럼 보이는 여자아이와 자주 대화를 했었다


"넌 퇴원하면 뭐할거야"


"나? 학교를 가고 싶어.. 몸이 안좋아서 항상 병원에만 있었거든"


나는 학교와 병원이 싫었다 수업은 따분했고 병원은 무서웠기에 하지만 내 눈앞의 소녀는 그런 나와 다르게 지루한 학교의 생활을 동경하고 있었다 무서운 혼자 외로이 병원에 묶여있듯 살아왔다.


"내가 꼭 낫게 해줄게.. 널 건강하게 해서 학교가 고리타분하고 재미없는걸 느껴주게 할거야!"


"기대할게 얀붕아"


퇴원한 뒤에는 그녀와 다신 만나지 못했다 병문안을

가려 했지만 다른 병원으로 갔다는 말만을 들었다


의사가 된다면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 뒤로 의사를 꿈으로 삼기 시작했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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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조용해졌나.."


1시간이나 지속된 알람은 이제야 잠잠해졌다


"다시 자자.."


쿵쿵쿵 


"얀붕아 학교 안가? 어디 아픈거야?"


평소와 같은 얀순이의 말투를 들으니 어제의 일이 거짓말만같이 느껴졌다.


"어제 일때문에 그러는거야? 그런걸로 왜 아직도 삐지고 있어.."


쿵쿵쿵 쿵쿵쿵


"어차피 시답잖은 이유라면서 그딴 꿈은 잊고 나랑 살자 내가 다해줄게 응?"


무언가 부수는걸로 착각할 정도의 소리로 얀순이는 문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혹시 여자랑 관련된거야 아니지?"


귀가 찢어질듯한 소리는 멈추지 않았고 그녀의 목소리에는

광기가 서려있었다 내가 알던 얀순이가 아니였다

지금 그녀를 만나면 돌이킬 수 없게 될것 같았다 지금만큼은

피해야한다 그녀를 지치게 해 돌려보내야 한다


"나오라고!! 김얀붕!!!"


그 뒤 얀순이는 계속해서 내 이름을 불렀던것 같다


제발 나와달라고


울었던것같다


화낸것도같다


달콤한말로 회유하려했던것도 같았다


나도 무언가 말을 했었던것 같다


다만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다만 그 애매한 기억속에서도


단 하나만은 확실하게 알 수 있던것


얀순이와는 예전처럼 지낼 수 없단 사실 뿐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