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링크 -  https://arca.live/b/yandere?target=all&keyword=%EC%A0%84%EC%83%9D%ED%95%B4%EC%84%9C+%EC%A2%85%EA%B5%90%EB%A5%BC+%EB%A7%8C%EB%93%A4%EC%97%88%EB%8D%94%EB%8B%88+%EA%B4%91%EC%8B%A0%EB%8F%84%EB%93%A4%EC%9D%B4+%EC%9E%85%EA%B5%90%ED%95%9C%EB%8B%A4+ 


하지만, 생각을 바꿔보자.


내 '계획' 상 저런 칼을 쓰는 무사가 있으면 좀 든든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미 충성심을 잃었고 목표도 잃은 용사가 내 말을 따르려고 할까.


"좆까, 씨발놈아!"
하고 내 목을 쳐버리진 않을까?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나를 의식했는지, 아리에는 내 귀에 상냥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저 여자는 데인님을 죽일거에요. 아까의 살기, 느끼셨잖아요?"
"게다가..... 저 여자, 생긴게 마음에 안들어요. 더 이상 엮이면 데인님이..."


"뭐?"
"하지만..."


뒷말을 뭐라 웅얼거리는 아리에의 말에 대해 물으려는 순간, 서늘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도망 치려고 했나?"


아하하.


씨부랄것.


그냥 아리에가 도망치자고 할때 존나 뛸 걸 그랬어.




"...쿨럭..!"


"에, 용사님?"


그런데 뭔가 이 여자, 몸 상태가 심상치 않다.


"오랜만에 검을 썼더니... 쿨럭..!"


"....피..! 데인님, 피에요!"


갑자기 입에서 피를 토하며 주저 앉는 여자.


"....뭐야, 갑자기.."


그러자 등 뒤에 보이는 화살촉.


"이 여자, 등 뒤에 화살을 맞았어요!"


이런, 그 활잽이 놈이 그랬나보군.


꽤 깊고 치명적인 곳에 찔렸는데 용케 버티고 놈들을 다 죽인걸 보니, 전성기만은 못해도 확실히 괴물일 것이다.


"크윽... 오랜만에 검을 들다보니, 저 같잖은 놈들에게...."


도적놈들에게 당한게 유독 수치로운지, 딱딱하게 굳어 있던 목소리가 굴욕스럽다는 감정을 실고 새어나왔다.


"지금이에요. 이 상태로는 더 이상 저흴 따라오지 못할거에요!"
"지금이라도..!"


아리에가 아까부터 이상하다.


엘프는 본래 인간 친화적인 존재라고 들었다.


전쟁 이후 박해받고 인식을 꼬라박았다고 해도 박애주의의 대명사인 엘프인 아리에가 자꾸 이 붉은머리 용사를 배척하려드는 것을 나는 분명히 느꼈다.


이 여자가 나를 죽일거라는 이유 때문이라고?


아니, 아리에에게서는 무언가 생리적인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걸 스스로도 잘 못 알아차리고 있다는게 문제였지만.


그리고, 나도 아리에가 왜 그러는건지는 잘 모르겠다.


"..아리에."


"네, 데인님. 말씀하세요."


불안해하지만 그래도 살며시 미소를 짓는 아리에는 나를 보면서도 피를 토하며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용사를 눈길로 견제하고 있었다.


"....그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생명나무로 가야겠어. 너희 숲으로 말이야."
"피를 토하는 걸 보니 독이 발라진 화살촉에 맞았어."


"..데인님..? 그냥 이 여자를.."


"아니야, 살려봐야겠어."


"...뭐?"


"살려주면 이걸로 값도 치르고, 나도 터치 안하겠지."


"그렇죠, 용사님? 저희도 억지로 용사님 집에 쳐들어간 것도 아니고, 용서해주실 수 있죠?"


용사에게 확인을 묻으려는 듯 물어보자, 용사는 그저 고개를 푹 숙이더니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냥... 죽여.."
"...살 이유 따윈... 이제, 없다."
"부모도, 이제 충성할 나라도 없다."
"기회가 되면... 죽으려고 했어. ..지금이 기회고, 죽여."


아니야.


넌 죽으면 안돼.


내가 널 살리려는 이유?


간단해.


넌 내 계획에 필요해졌어.


계획이 뭐냐고?

간단하다.


나는 그동안 줄곧 사기를 쳐왔어.


큰 돈을 갖기도 했고, 적은 돈을 갖기도 했지만 확실히 할때마다 한탕씩 칠 수 있었지.


문제는 결국 들킨다는 거였어.


그럼 허점은 무엇일까?


바로 조직이 아닌 개인이라는 것과, 언젠가는 들통날거라는 거였지.


그래서 계획을 짰다.


언제부터?


어제 도적떼들에게 존나 쫓기고, 아리에의 숲에 잠들기전부터.


사기를, 조직적으로 치게 된다면 들키지 않지 않을까?


그리고 내부를 결속시킬 수까지 있는 그런 유형의 사기.


바로, 사이비 종교다.




"...데인님?"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병신아... 그만 죽여.."




그리고, 나는 주저앉은 용사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진심을 다해 말이다.


"아니요, 죽으면 안돼요."
"전 당신이 필요합니다."


"....무슨 소리를.."


예상치도 못한 말이 나왔는지 동공이 심히 움직이는 용사.


자세히보니 아리에 못지 않게 엄청 예쁘다.


오케이, 살 이유 하나 더 추가.


"꼭 살아요."


"데인님...?"


"아리에, 생명나무로 가자!"
"길 안내해."


"....데인님."


묘하게 빛바랜 눈으로 날 바라보는 아리에.


뭐, 이년아.


좀 까라면 까.


나는 용사를 업어 들었다.


"가,감히... 누굴 업어드는 것이냐..!"


아, 시끄럽네.


여전히 떽떽거리는건 마음에 안들지만, 전의 그 시체같던 목소리보다 오히려 더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당연하지.


나같이 잘생긴 놈이 박력있게 업어주는데.


"도착하기 전까지, 죽지만 마세요."


그런데, 이 년.


은근 무겁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