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마룡 사태가 끝난 이후의 몬드는 정말로 평화로웠다.
일 더럽게 안하는 기사들까지 일해야 할 정도로 페보니우스 기사들은 바빴지만, 난 명예기사다. 저런 일 같은 걸 진이 맡기진 않았다. ...정말 다행이지.
케이아도 개고생하고 있던데.
그 탓인지, 노엘을 한 동안 만나지 못했다. 노엘은 저번에 이상성을 드러낸 이후로 나와 잘 말을 섞으려 하지 않았다. 마치 뭔가를 꾹 참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몬드에 돌아왔을 때도, 나에게 이 말을 하곤 떠났다.
“여행자님, ..저번에는 죄송했어요. 그럼 저는, 그, 페보니우스 기사님들을 도우러 가볼게요.”
“어...그래. 잘 갔다 와. ...리월엔 같이 갈 생각이니?”
“...죄송합니다.”
같이 가겠다는 거야, 같이 안 가겠다는 거야?
아마도 완곡한 거절이 아니었을까?
노엘이 가지 않겠다고 했으니, 새로운 동료가 필요했다. 하지만 동료 같은 건 쉽게 생기는 게 아니다. 대부분 각자 할 일이 있는 게 보통이니까.
어르신한테라도 가봐야 되나. 아, 벤티도 한가하려나.
그렇게 한 동안은 새 동료를 모집하느라고 바쁜 나날을 보냈다.
...벤티한테까지 퇴짜를 맞을 줄은 몰랐다.
벤티 이 새끼...한가하다 못해 시간이 썩어 넘치는 줄 아는데, 왠지 리월에는 별로 가고 싶어하는 눈치가 아니다. 벤티까지 거절했을 정도니, 대부분한테도 거절당했다.
한 달 정도 기다리면 베넷이나 피슬은 같이 가줄 수 있다고 하는데, 그 때는 너무 늦다.
어떻게 할지 광장에서 골똘히 생각하고 있을 때, 옆에서 이상한 소식이 들려왔다.
“...요새 노엘이 안 보이는데?”
“또 기사단이랑 어디 멀리 나간 거 아닌가요?”
“음...그런가? 그렇겠지?”
이상한 말이다.
지금 몬드는 바쁘다.
노엘은 굉장히 몬드에 집착하는 성격이다.
그럼 당연히, 몬드에서 떠나지 말아야 하는 게 정상이다...
...어디 간 걸까?
“...과민반응인가?”
뭐, 기사단을 따라 나섰을 수도 있겠지... 츄츄족들이 갑자기 늘어났다던가.
그래도 동료니까, 엠버한테 물어봐야겠다...
“응? 노엘? 으음... 최근에 페보니우스 기사단은 몬드 근처에서만 있는데? 드래곤 스파인 같은데까지 순찰을 도는 기사들까지 전부 불러들였어.”
“그럼 노엘은 어디 간 거야?”
“...나도 모르지? 요새 너무 바빠서 신경 쓰기가 너무 힘들어어...여행자아...좀 쉬게 해주라아...”
“안녕!”
“명예기사놈이!”
노엘이 페보니우스 기사단과 같이 이동했을 확률은, 이제 거의 없다...
정말 어디 간 거지?
불현 듯, 노엘이 이상한 말을 했던 그 날 저녁이 떠올랐다.
--나도 사랑받고 싶은데...
--몬드의 쓰레기들...
그러자 내 등에 기묘한 오한이 달렸다.
노엘이 없어진 게 명백히 이상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지금 몬드는 누구보다 노엘을 필요로 하는데, 노엘은 어디 갔지?
“젠장, 노엘...어디 간 거야?”
그 뒤로 나는 노엘을 찾아 나섰다.
심상치 않은 일이 났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으니까.
몬드를 다 뒤지고 다녔다.
바람드래곤의 폐허도 돌아다녔고, 머스크 암초의 나선비경까지 가봤다.
하지만 노엘은 없었다.
길이 엇갈린 건가?
아니면, 이렇게 안 보일 리가...
별을 따는 절벽에까지 왔지만, 빌어먹을 커플 말고는 전혀 보이는 게 없다.
아무래도 몬드로 가서 다시 찾아봐야겠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뒤돌아섰다.
“안녕하세요, 여행자님.”
그 뒤에 노엘이 있었다.
“노엘?! ...어후 심장...”
“놀라셨나요? 죄송해요. 놀래키려던 건 아니었고...그냥 여행자님이 보이길래 따라온 거예요.”
“아니야. 뭐 네가 무사하단 걸 알았으면 됐어. 좀 놀랐지만 괜찮아.”
“절 찾아주셔서 고마워요, 여행자님.”
“응? 아니, 당연히 찾지..네가 없어졌는데.”
“후후, 글쎄요.”
“...잠깐 내려가면서 얘기할까요?”
노엘의 걸음걸이는 홀가분해 보였고, 등에 찬 이무기 검은 왜인지 더 붉게 빛나는 것 같았다.
노엘은 내가 쫓아가자 말을 시작했다.
“아이테르 님, 제가 예전에 이상한 말을 한 적이 있죠?”
“갑자기 이름으로 부르는 거야? 뭐...그 땐 너도 힘들었을 테니까...이해해.”
“이상한 말이 아니에요.”
노엘은 빙글 돌아서, 나를 똑바로 쳐다보더니 덧붙였다.
“가감 없는, 진심이었죠.”
“몬드 사람들을 보고 쓰레기라고 했던 것도, 이젠 지쳤다는 것도...”
“전부 다 진심이에요.”
“누군가한테 마음을 주기만 하면, 결국 지치거든요...후후.”
그렇게 말하는 노엘은 낮게 토해내듯이 웃고 있었다.
“처음에 몬드를 돕기 시작했을 때는, 기뻤죠.”
“많이들 고마워해주시고...또 인정해주셨어요.”
“조금씩 시간이 지나고...몬드 분들은 도움을 받는 데에 익숙해졌죠. 감사인사도 줄어들고, 도움을 받는 게 당연한 권리인 줄 알고, 당연하게 여기는 일도 많아졌어요.”
“예전에 술집에서 누구를 도와줬는데, 절 두들겨패려고 하시더라고요.”
“뭐, 술에 취하셨으니까 그 정도는 이해해 드릴 수 있어요.”
“근데, 그 때의 저는 지쳐있었나 봐요.”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왜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지?”
“페보니우스 기사단 따위가 되기 위해서, 이런 일까지 받아들여야 하는 건가?”
“정말 지쳐있었나 봐요, 그때. 전 원래 기사가 되기 위해서 남을 도운 게 아니거든요.”
“그냥 돕고 싶어서 도왔는데...”
“그 뒤로 정말 많은 생각을 했어요, 하루 밖에 안 나가본 적도 있죠.”
“하루 종일 마음이 공허하더라고요.”
“저는, 누군가에게 계속 봉사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어요.”
“봉사하지 않는 삶은, 살아도 산 게 아니다...그렇게 생각했어요.”
“그 다음 날에, 모두에게 물어봤죠. ‘제가 없어서 힘든 일은 없으셨나요?’”
“모두가 그러더라고요...‘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괜찮았어. 네가 항상 내 일을 도와주는 건 아니니까.’”“확신이 섰죠. 그때.”
“나는 몬드가 필요하다.”
“몬드는 날 필요로 하지 않는다.”
“몬드는 나 없이도 멀쩡이 움직일 것이다.”
“...아이테르 님, 제 얘기는 들을 만 한가요?”
“...고생 많이 했구나, 노엘.”
왠지 목이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 목의 이상은, 결코 슬퍼서 그런 게 아니었다...
보다 근본적인, 공포였다.
“후후, 들어주셔서 고마워요.”
“그럼, 계속 할까요.”
“그 뒤로는 아이테르 님과 만나고, 여행을 오랫동안 같이 다녔죠.”
“...행복했어요.”
“아이테르 님도 미숙했고, 저 또한 미숙했으니까.”
“아이테르 님도 제가 필요했고, 저도 아이테르 님이 필요했으니까.”
“주고 받는 사랑이라는 건 이렇게 행복하구나...하고 느꼈죠.”
“그래서, 떠났어요. 모든 게 끝나고.”
“저를 누가 찾아왔죠?”
“아무도.”
“오직 당신만.”
“...노엘. 몬드 사람들은 그저 바빴을 뿐이야.”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았어요.”
“저도 그 정도는 알고 있답니다.”
“진 단장님이나 엠버 씨는 절 분명히 찾으러 와주겠죠.”
“근데 다른 사람들은 날 찾으려고 하지도 않잖아...”
“어딘가에 있겠지...라면서. 그저... 없어진 걸로...”
노엘은 항상 힘들었던 것 같다.
언제나 일은 많았고, 기사가 되고 싶었는데 기사가 되지도 못했다.
그녀도 감정을 쏟아낼 대상이 필요한 걸까?
“아이테르 님은,”
그녀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하고 있었다.
그 눈엔 기묘한 압박감이 있었다.
아까 느낀 한기와, 분명히 같은 종류였다.
“절 언제까지고 필요로 해주실 거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에, 부정은 있었을까.
“...그래. 당연하지.”
노엘은 활짝 웃으면서 대답했다.
“다행이다.”
뭐가, 다행이었을까.
그 뒤로, 노엘은 몬드의 그 누구의 부탁도 들어주지 않게 됬다.
하루의 시작부터 끝까지, 나와 같이했다...
“절 언제까지고 계속 필요로 해주세요.”
“절 개처럼 대하셔도 좋아요.”
“저한테 욕을 하셔도, 저에게 상처를 입히셔도 돼요.”
“그저 버리지 않으시면...”
“계속...그러한 형태로라도 저한테...”
“사랑을...”
스토리는 이어짐
다음 누구하지? 호두나 케칭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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