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고등학생이란 신분은 원래 세계의 한국에선 어느 정도의 면죄부가 되기도 하는 괜찮은 신분이었으나 이세계로 떨어지고 나선 전혀 쓸모가 없다.

 

그걸 난 짝사랑에게 휩쓸리고 나서야 알았다.

 

그날도 평범한 하루였으나 그런 지루한 하루마저 난 그럭저럭 괜찮게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같은 반의 성적도 교내에서 10위권에 드는 상위에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 마른 체구인 나보다는 확실히 강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운동신경이 좋아 문무겸비라는 말이 떠오르는 청초한 분위기를 풍기는 미녀이자 내 짝사랑이기도 한 한선아.

 

그녀의 존재만으로 지루한 학교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물론 외적인 모습이 미형인 것도 아니고 뭐 하나 특출난 것 없이 웹소설과 게임이 취미인 어디에나 있을 법한 나는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음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나였기에 그저 보기만 하는 나날이었지만 그날은 그녀와 내가 이례적으로 단둘만 있었던 날이었다.

 

“그... 시우야?”

 

“...?”

 

갑작스럽게 드리는 잔잔한 미성.

 

평소 성실한 학교생활을 하지 않는 나는 그 전날 밤늦게까지 게임을 하다가 한숨도 자지 못하고 등교한 탓에 아쉽게도 분반 수업이 이루어져 그녀와 다른 반이 되어 교과 교실로 이동하여 수업하는 그녀도 없겠다 그냥 취침을 때려버렸고 그 후에 이어진 이동수업에서 날 찾으러 온 그녀와 둘만 마주하는 상황.

 

평소라면 친구 녀석들이 깨우러 왔겠다만 그 녀석들은 교무실에 수업 준비물을 가지러 심부름을 갔던 터라 그녀가 왔다는 걸 그녀가 전해줬다.

 

모두에게 친절한 편이었던 그녀였기에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고 엎드려 있던 책상에서 일어나 움직이려던 순간, 눈앞의 풍경이 중세시대 풍의 건설양식을 이용한 어딘지 모를 곳으로 변해버렸고,

 

그것이 시작이었다.

 

* * *

 

그 후로 이어진 여행에서 제대로 된 전투능력이 없던 난 결국 쓰레기 취급을 받고 여러 경멸과 혐오 어린 시선들을 받다가 버려졌으며 어떻게든 그녀와 함께 현실로 돌아가고자 했었던 내 노력은 물거품이 된 채 죽어버렸다.

 

처음엔 그녀들을 저주하기도 하고 내 인생을 한탄하기도 했으나 그것도 몇 년이 지나자 감각이 무뎌진 것인지 별생각 없이 시체처럼 내게 마지막으로 호의를 보내준 스승의 아래에서 살아가다가 스승의 죽음과 함께 자살했고 그게 내 삶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으나.

 

그런 내 생각은 곧바로 부정당하고 말았다.

 

내가 이세계로 끌려오기 전엔 그런 소설이 유행했었다.

주인공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과거로 돌아가 여러 다사다난한 일들을 겪고 엔딩을 맞이하는 소설들.

 

나도 그런 소설들을 읽었었고 내가 겪은 상황을 표현할 단어를 그 소설들에선 이렇게 표현했다.

 

‘회귀’.

 

아쉽게도 이세계로 떨어지기 전 시점으로 회귀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곳으로 떨어진 후 첫사랑이었던 그녀와 여행을 떠나기도 전 소환된 후 다음 날 아침으로 난 회귀했다.

 

지금이라면 그녀에게 무언가 도움이라도 되지 않겠냐는 마음에 멍청하게 따라나섰던 후회되는 과거를 바꿀 수 있는 시점.

이 성에 남겠다는 한마디만 한다면 난 그 역겨운 년들을 만날 필요가 없다.

 

그런 생각이 들자 오랜만에 좋은 기분을 느끼며 그녀와 함께 국왕을 마주했다.

 

분명히 이전에 그녀는 ‘위험할지도 모르는 곳에 나 때문에 끌려온 사람을 굳이 또 끌고 가고 싶지 않다.’는 의견을 국왕에게 전했기에 이번의 나도 그걸 기다렸으나 그녀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기다리다 못한 내가 먼저

 

“전 그다지 전투능력도 존재하지 않고 따라가도 방해만 될 것 같으니 남고 싶습니다만...”

 

이라고 말을 했으나...

 

“시우야.”

 

“...?”

 

“낯선 세상에 떨어졌다면 서로 아는 사람끼리 서로 기대면서 가는 게 좋지 않을까?”

 

화사하게 웃는 모습이지만 무언가 이질감이 느껴지는 뭔가 꺼림칙한 표정과 말투.

이번 생의 그녀는 뭔가 달랐다.


-------


노피아 올리기 전에 먼저 고칠 점좀 들으려고 올렸음 2화도 바로 올렸으니까 보고 말해주면 고마울 듯 제목을 아직 제대로 안 정해서 추천 받으니까 잘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