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붕아~"

라며 얀순이가 내 품에 얼굴을 묻고 두 팔로 내 허리를 감쌌다.

"왜."

내 질문에 얀순이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 너희집 가도 돼?"

"우리집이라.. 어째서?"

자취를 해서 바닥에 쓰레기나 굴러다니겠지만 뭐, 얘 성격상 치워주려나.

근데 평소엔 자기집에 오자고 꼬시더니 오늘은 왜 우리집이래?

"그냥~ 남자 친구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서 말이야."

"어떻게 사는지라니. 내 집에 캠 몇개 설치한 거 아니었어?"

"그랬긴한데, 3일 전부터 화면이 안 보이더라고. 카매라 7개 다."

"7개나 설치했냐? 야, 우리집 전기세 너가 내는 것도 아니면서 그러면 안 되지."

어쩐지 저번달 전기세가 씹창났더니..

약간의 복수로 얀순이 머리에 딱콩을 선사했다.

"아야! 우-.. 암튼, 그래서 최근에 카메라 건든 적 있어?"

"너가 꼼꼼 숨겨놔서 위치는 모르겠는데.. 아, 3일 전에 얀진 선배 왔다 가셨다."

아마 얀진 선배가 다 처리 하신건가?

얀진 선배 얘기를 꺼내자 얀순이의 눈에 빛이 반사가 안 되는 거 처럼 단색만 띄고 있다.

근데 이건 어떤 원리로 되는 거야. 이과놈들아, 나와서 설명해라.

"왜 그년을 집에 들이는데! 이번이 39번째야! 나보다 1번이나 더 많이 들렀잖아!"

"진정해. 정확히는 크리스마스 때도 한 번 들렀으니까 40번이야."

"나처럼 사귄 것도 아닌데 왜 나보다 많은 건대! 너 한번 납치조교 당해봐야 정신차리지!"

"맘대로 해라.. 배고프니까 빨리 가자. 집에 선배가 나 먹으라고 만들어준 볶음밥 좀 많이 남았더라."

"그년은 왜 자꾸 너한테 대쉬하냐고!"



암튼 그래서 내 집으로 왔다.

얀순이가 앞장서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은 생각보다.... 더럽네."

"3일전에 선배가 치워주고 갔기는 했는데, 또 이렇게 됐더라고. 이정도면 나 재능있는 거 아니냐?"

"여자친구 꼴받게 하고 토막살인 해달라고 비는 재능 말이지?"

"어차피 너 그렇게 안 할거잖아."

"호오. 무슨 근거로?"

"넌 내가 <얀붕였던 것>으로 바뀌면 좋을 거 같아? 적어도 숨이랑 사지가 온전히 붙어 있는 편이 너한테도 만족감이 늘어날 텐데."

".. 그래도 일반적으로도 여자친구 말고 다른 여자를 더 많이 들이면 안 된다고?"

"그래~ 됐고, 치우고 먹기나 하자."



대충 인간미가 느껴질 정도로만 치웠다.
그리고 저녁을 먹기 위해 부엌으로 향했다.

얀순이가 냉장고를 열어 볶음밥이 담긴 통을 꺼내고 두 접시에 담은 뒤,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식탁에 세팅을 했다.

난 예의상 숟가락 2개를 세팅을 하고 먹을 준비를 마쳤다.

얀순이는 분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볶음밥을 한숟갈 먹고는 말했다.

"... 분하지만... 맛있네."

"하긴, 넌 요리를 잘 못하니까."

"못하지만 그만큼 고급 요리들을 항상 먹을 수 있다고! 돈 많으니까."

"그래. 대기업 딸이니까 그렇지.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손수 만든 사랑이 담긴 음식을 먹이는 게, 내 생각으론 그게 사랑인 거 같은대."

"그래서 저번에 만들어 줬더니 맛없다고 안 먹었잖아!"

".. 적어도 평균은 해야 된다는 거지."



볶음밥을 다 먹은 우리는 그릇과 수저를 치우고 그냥 바닥에 앉아 TV를 보고 있다.

"얀붕아."

얀순이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려 말했다.

"왜."

그녀는 어느정도 뜸을 들이더니 약간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나보다 얀진 언니가.. 더 좋은거야?"

"그건 아니라고 봐. 너도 알잖아. 그 사람 성격."

"으.. 맞지. 평범한 여자였으면 미리 쳐냈겠지만.. 나랑 맞먹을 정도로 너에게 빠져있으니까.. 그건 나도 인정하는 부분이야."

"외적으론 예쁘고, 몸매도 좋지."

"그럼 나랑 언니랑의 차이는 뭔대?"

"너는 동생에서 친구 느낌이고 선배는 누나 느낌이지. 여기서 더 말해봐야 너가 재산 면에서 더 뛰어나지만 선배는 대부분의 가사를 잘 하시지."

얀순이가 울먹이며 말했다.

"그럼 결국ㅇ-!"

"나도 이런 내가 싫어. 우유부단하지, 제대로 사랑를 표현하지도 못하지, 자꾸 소중한 사람한테 말 함부로 하지. 정말.. 모르겠다고."

".. 얀붕아.."

"다른 사람들 입장에선 난 그냥 답답한 병신새끼로 밖에 안 보이겠지. 나도 안다고! 근데.."

눈물이 조금씩 나오는 거 같지만 말을 이었다.

"두 사람이 나한테 주는 사랑이 너무... 존나게 크다고... 한 사람을 선택하면 다른 쪽에서 무너지거나 내가 선택한 사람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난 둘다 소중한 사람이라고! 어떻게 선택해!... 그런걸.. 이런 소중한 관계를 어떻게 쉽게 저울질을 하는데..."

"그렇구나 얀붕아.."

그녀가 나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

"그럼 결국엔 나랑 언니랑 누가 더 얀붕이를 행복하게 해 줄지에 달린거네."

라며 두 손으로 내 얼굴을 잡아 들어 올려 입을 맞췄다.



그 뒤로 메챠쿠챠당하고 나서.

"에헤♡ 오랜만에 남자친구랑 하네~"

".. 그 오랜만이 19시간이지만 그렇다 치고.. 아, 그러고보니."

"왜?"

자꾸 남자친구,여자친구 하니까 궁금해졌다.
이걸 이제 생각해 내네.


"우리 아직 사귀지도 않았는데, 왜 그렇게 불러?"

"미리 체험이랄까..♡"

라며 그녀가 다시 내 위로 올라탔다.





##후기##

ai얀데레 쓰기전에 감좀 다시 잡으려고 썼는데.. 이거 설정은 대략

얀데레 2명이서 얀붕이 좋아하는 설정이고.

얀순이는 얀붕이랑 동갑에 대기업 딸이지만 곱게 자란 탓에 손에 물 한 방울도 안 묻혀서 돈은 많은데 가사가 영 꽝임. 다만 계속 얀붕이와 연인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얀붕이도 잠시 속을 정도로 분위기를 잘 이끌어냄.

얀진이는 얀붕이의 고딩 대학 2년 선배고 집은 중산층인데, 가사를 많이 잘하는 편이고 특유의 누나 특성으로 얀붕이를 자기한테 의존 시키려 함. 그리고 얀순이 집안 회사에 다님.

이 둘 관계가 보통은 씹창나야 되는 관계인데, 둘 다 얀데레이기도 하고 뒤끝 없이 얀붕이를 공략하기 위해 서로 겉으로는 티격태격거 거리지만 공정한 승부를 위해 심각한 반칙(납치를 하거나 얀순이가 얀진이를 해고시키거나)등의 행위는 안 해.

얀붕이는
흠,
그냥 부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