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생종에게, 인간의 시간이란 찰나에 불과하다.
장생종에 포함되는 종족들은, 영생에 가까운 삶을 영위한다. 자연사하는 일은 없고, 상처를 입어서 살해당하는 일이 없면 계속해서 살아가게 되는 이들이니까.
그리고 그런 긴 생을 지니는 이들을 보며, 인간들은 느끼게 된다. 그 거대한 시간들의 앞에서, 자신들의 시간은 고작 한 줌에 불과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너에게는 한 줌에 불과한 시간이였을지 모르겠지만, 나의 인생 전체에서 너가 없는 시간을 단 1초도 생각할 수 없었어. 고마워. 정말."
"아냐, 아니야, 한 줌이 아니야, 나도 너 없는 생은 생각할 수 없어, 응? 그러니까, 좀 정신좀 차려봐. 어서!"
몸에서, 고통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 고장나 버린 것일까.
기침을 하는 감각은 있지만, 고통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피를 토하는 것은 느껴졌지만, 지금 가장 크게 느껴지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느끼는 것이 아닌, 나를 바라보며 슬퍼하는 그녀의 눈빛이였다.
"조금만 견뎌, 곧 있으면 의사들이 올거야. 잠깐만, 진짜 잠깐이면 괜찮아."
"음... 너하고 처음 만났을 때가 언제였지. ...7살 때 였었나. 뒷산에... 쿨럭, 올라... 갔었는데..."
눈이 조금씩 감기고 있었다.
늙디 늙고, 노쇠해진 몸이였다. 병들고 약해져서는, 이젠 귀조차 잘 들리지 않는 것인지, 그녀가 뭐라 말하고 있었지만, 알아들을 수 없었다.
분명 그녀라면 조금만 견디면 괜찮아 질 것이라며, 조금만 참아보라 하겠지.
손을 들어올려, 부드러운 그녀의 뺨을 쓰다듬었다.
나의 시간은 이걸로 다해서, 이젠 쭈글쭈글한 노인의 손일 뿐인데. 그녀는 아직 많은 시간을 가지고 있는지, 여전히 처음 만났을때와 별다를 것 없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너와 처음 만났던 곳 앞에... 기억해?"
"응, 응, 기억해. 거기."
"거기에 묻어줘."
"싫어."
"날 묻은 곳 위에 나무라도 하나 심는 것 어때? 그걸 베어서 집을 짓는다거나..."
"싫어."
"내 시간이... 다 된것 같아."
"싫어, 싫다고, 제발, 눈 감지 말란 말이야...!"
그녀의 볼을 만지던 손이, 점점 내려가는 것이 느껴졌다.
눈이 흐려지고, 점점, 따뜻해지는, 그런,
아,
이게,
죽음이구나.
-------------------------
"아, 아아, 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
벨라에게 있어서, 완숙한 장생종인 그녀에게 있어서, 오늘보다 슬픈 날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직 그의 심장이 완전히 멈추지는 않았지만, 굳게 내려가 움직이지 않는 눈꺼풀은 다시는 열릴 기미 없이, 굳게 닫혀있었다.
"계속, 영원히, 언제나, 항상 함께하겠다고 했었잖아..."
그 긴 시간들 중, 한번도 느껴본 적 없는 아픔이 느껴졌다.
가슴이 너무 아파서, 숨을 쉴 수 없고, 눈에서는 눈물이 쉴 새 없이 떨어졌다.
너무나 힘겨워서 두 손으로 그의 손을 잡았는데, 항상 자신의 두 손을 따뜻하게 맞잡아주던 그는 손가락 하나 미동 없이 가만히 있을 뿐이라는 것에서, 영문을 알 수 없는 뭔가가 자신을 망가트리는 것 같아서.
해가 뜨면 해가 떠서
달이 뜨면 달이 떠서
눈이 오면 눈이 와서
비가 오면 비가 와서
날이 좋으면 날이 좋아서
날이 나쁘면 날이 나빠서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좋은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아니였다.
너가 있어서, 좋아서, 행복했었던, 거였는데.
---------------------
...그리고 몇십년이 지나고,
제국은 수도에서 벌어진 엘더 드래곤 벨라의 참변에 의해서 멸망했다.
수도는 통째로 시간이 흐른 듯 황폐화되었으며, 참변이 일어난 후에 수도를 조사한 이들에 의하면, 그곳에 남은 생명체는 단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인간, 짐승, 하다못해 벌레 하나까지도.
"드디어, 드디어 깨어났구나..."
"정말 많은 생각을 했어... 너에게 시간이 부족한 거면, 시간을 주면 되는거잖아."
"그래서, 시간을 가져왔어..."
"이젠 정말로, 영원히, 계속, 함께인거야..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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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생종에게, 인간의 시간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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