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2편



용궁


“으음.. 헉! 여긴 어디야?!”


얀붕이가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눈을 뜬 얀붕이의 눈 앞에 있는 이는 풍만한 몸을 하늘빛 비키니로 겨우겨우 가리고 있는 용왕, 얀희였다. 


“저.. 누구..?”


얀붕이는 자신의 눈 앞에 서있는 정체불명의 여성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뭐야.. 저 사람이 날 납치한건가..? 하아.. 얀순이랑 얀진이한테 당했던것도 힘들었는데 나한테 다들 왜그러는거야..”


용궁까지 날아올 때 몸의 일부를 용의 모습으로 바꿔 날아온 용왕은 미처 인간화를 하지도 않은 채 얀붕의 앞에 선 것이었다. 얼굴에는 분명 얀희의 외모가 있었지만 용체화로 인해 눈동자는 용의 붉은 눈동자로 바뀌었고 머리에는 뿔이 달리고 주위에서는 약간 호전적인 아우라를 내뿜고 있었다.


“..내가 누군지 모르는거에요?”


용왕은 가늘어진 눈동자로 얀붕이를 노려봤다. 그러자 호전적이던 아우라는 적에게 위압감을 주는 압도의 아우라가 풍겨져 나오기 시작했고 한낱 인간에 불과한 얀붕이는 온몸을 떨며 공포에 질리기 시작했다.


“아.. 저.. 그게.. 누..누구신데..요..? 저.. 절 아세요?”


얀붕이에게 공포와 경계어린 목소리를 듣자 용왕의 마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얀붕이가 실종된 이후, 자신의 미래를 다 포기하고 얀붕이를 찾아 전국을 헤매던 얀희 시절의 ptsd가 떠오른 것이었다. 


당시 얀희는 전국을 헤매고 다니다가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였다.


‘얀붕이가 자신의 앞에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자신에게 실증을 느껴서다.’


얀순이와 얀진이라는 구역질나는 년들로부터 얀붕이를 독점하기 위해 얀희는 얀순이와 얀진이 못지않게 얀붕이에게 집착했다. 


얀붕이가 자신의 시야 안에 들어오지 않으면 끊임없이 불안해했고 얀붕이에게 연락이 닿지 않으면 장소가 어디든 주변에 누가 있든 말든 선혈이 낭자할 정도로 심하게 자해를 했다. 그러면 늘 얀붕이가 달려와 난동을 부리며 울고있는 얀희를 달래주곤했다. 맞다. 얀희는 어느샌가부터 무의식적으로 얀붕이가 달래주는 것을 원하며 자해를 하는 것이었다. 즉, 얀희는 심각한 자해중독증이었다.


그러면서 얀희의 집착은 점점 더 심해졌다. 도무지 얀순이와 얀진이를 얀붕이에게서 떨어뜨릴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얀순이는 한 가지 장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일단 얀붕이에게 의존하는 것을 줄이기 시작했다. 얀희는 핸드폰 배경화면을 얀붕이로 바꾸고 얀붕이의 소지품을 하나하나 슬쩍해 자신의 파우치에 넣고 다녔다. 얀붕이가 시야에 들어오지 않으면 어김없이 자해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난동을 부리기 보다는 핸드폰 배경화면을 바라보고 파우치에서 얀붕이의 물건을 꺼내 어떻게든 자해를 참았다. 


다행히 얀희의 자해 중독은 빠르게 치유되어갔다. 얀붕이와 하루정도는 연락을 하지 않아도 자해를 하지 않는 수준까지 호전되었다.


이렇게 되자 얀희는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바로 유학. 


얀희는 신화학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의 Yanchan대학으로 유학을 갔다. 신화학에 관심이 없는건 아니었지만 얀희가 유학을 간 이유는 단 하나였다.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따고 시민권을 딴다. 그 뒤 얀붕이를 납치해 미국국적을 확득해 얀순이, 얀진이가 모르는 곳으로 떠나버리는 것.


얀희의 계획대로 되는 듯 해보였지만 얀붕이가 실종되었다는 비보가 들어와 모든 계획이 어긋나버린 것이었다.


얀희는 얀붕이가 실종된 이유가 얀붕이가 자신에게 질려버린 것인줄알고 벌벌 떨었다. 다시 자해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는 얀희를 달래줄 얀붕이가 없었다. 얀희는 깊은 절망감을 느끼고 결국 얀붕이의 고향 앞 바다에 몸을 던진것이었다.




용왕이 고개를 숙이고 얀붕이를 향해 비틀비틀 걷기 시작했다. 얀붕이는 뭔가 심상치 않은 아우라를 뿜는 용왕을보고 공포에 질리기 시작했다.


‘뭐야..? 왜.. 왜 다가오는거야..?! 혹시.. 날 죽이려는건..’


와락..


그러나 얀붕이의 예상과는 다르게 용왕은 얀붕이를 꼭 껴안았다. 용왕의 몸에서는 약한 떨림이 전해져왔다.


“으흑.. 으흑.. 선배.. 저에요.. 얀희.. 얀희란말이에요.. 왜 몰라봐주시는거에요.. 으흑.. 제가 집착해서 그런거면 제발 용서해주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흐흑..”


“뭐..? 얀희..?”


“네.. 얀희에요.. 선배가 늘 예뻐해주시던 얀희란 말이에요.. 왜 못 알아봐주시는거에요..”


얀붕이는 혼란에 빠졌다. 느닷없이 깨어난 곳에 서있던 정체불명의 용녀, 그 용녀가 갑자기 자신을 껴안더니 같이 고등학교를 다니던 얀희라고 한다. 얀붕이가 충분히 혼란에 빠질만했다. 하지만 갑자기 한 가지 가설이 떠오르더니 마음속에서 얀희를 향한 거부감이 들기 시작했다.


“얀희야.”


“네..?”


얀희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싸늘한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는 얀붕이를 바라보았다.


“네가 날 납치한거니?”


얀희는 당황한듯 눈동자를 굴렸다. 분위기상으로는 얀순이와 얀진이의 납치에 학을 뗀 얀붕이가 자신을 납치해온게 얀희라고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걸 대변하듯 얀붕이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얀희는 필사적으로 부정하기 시작했다.


“아니에요! 제가 아니라고요! 얀순.. 그 년이에요..! 분명.. 염라대왕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얀순이..?”





콰광!!!


“네에! 우리 얀붕이의 아내 얀순이 등장!!”


“헤헤~ 얀붕아 오랜만이야! 드디어 만났네?”


용궁의 외벽이 무너지더니 두 명의 여성이 그 벽을 뚫고 들어왔다. 한 명은 붉은 의관을 갖춘 얀순이, 그 옆에는 하얀 의관을 갖춘 얀진이였다. 그 둘은 얀붕이를 납치한 인물을 용왕, 얀희로 특정하고 광속으로 용궁까지 날아온 것이었다.


그러자..


“하아.. 기어코 저 년들이 쫒아올 줄 알았지..”


얀붕이에게 메달리는 듯한 목소리를 내던 얀희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만년설처럼 얼어붙었다.


그리고 그 말이 끝나자 용궁에는 짧은 정적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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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써서 많이 어색할 수도 있음.. 똥글은 미리 ㅈ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