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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5340702


월백풍청 : 달은 밝고 바람은 신선함. 달 밝은 가을밤 경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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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내려주시면 안될까요」

타마모 크로스의 호통에 무슨 일인가 싶아 복도에 얼굴을 내밀어보니, 며칠 전에 만났던 키류인 트레이너가 흰털의 우마무스메에게 안아올려져 곤란해하고 있었다.

마치 그림같은 한 장이다.

백우마무스메 탄 왕자님... 원래 백마인 쪽이 어째선지 키류인 트레이너를 안아올리고 있었다.

복도의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마침 닿아있어, 반짝반짝거리며 그 흰털이 빛나보인다.

반면, 그 표정은 무표정.

흥분한 것 같았으면 몰라도, 이건 완전히 예상 밖의 사태였다.

그리고 잘 보면 옆으로 안았달까... 안은 모양새가 거의 수평으로 안고 있다.

제대로 받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안아올려진 사람은 상당히 괴로울 것이다.


「...?」


예상 외의 사태에 눈을 비벼보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현재 내가 가장 당황하고 있지 않은가.

우선, 그 만행을 멈추려고 뛰쳐나간 타마모 크로스를 번쩍 한 팔로 안아올리고 한손으로 문을 살며시 닫았다.


「잠ㄲ...  니 머하노! 놔ㅡ라ㅡ고ㅡ마ㅡ! 죽고싶나! 니랑 회장ㅡ 놔뿌라!!」


꺅꺅거리며 팔 안에서 소란피우는 타마모 크로스.

날뛰려고 하면 감싸안겨있기 때문에, 잘못 날뛰면 내가 죽는다.

그걸 알고 있으니, 주춤주춤 힘없이 저항하는 정도.

상대하는 나는 이 상황을 앞에 두고 뭐라 할 말이 없다.


살포시 타마모 크로스를 어르면서, 좌우로 흔들기 시작한다.


「내는 또 그런 꼴을 당할 수는 없데..이... 안된다... 내는... 애기가...... 쿨...」


그런 환각을 보다니, 나와 타마모 크로스는 분명 지쳐있는 것이다.

지금, 가볍게 흔들어주니 편안한 표정이 되어 살며시 내 옷을 움켜쥐고 있지 않은가.

늘 그녀가 말하는  「얼라들」을 위해 생활비까지 챙겨주고 있는 그녀는 평소부터 마음을 졸이고 있겠지.

괜찮아, 이대로 쉬어줘, 타마모 크로스.

살짝 소파에 눕힌다.

나는 어른으로서 저것에 맞서야만 하지만, 너는 달라.

못 본 걸로 해도 돼. 지금은 쉬어.


「트레이너 군?」


땅 밑바닥에서부터 울리는 듯한 혼미한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타마모 크로스는 지쳐있었어. 그런 환각을 보다니」


 「무슨...」


의아한 얼굴을 한 루돌프가 슬쩍 문을 열어 바깥을 살핀다.


「...과연」


그리고 문을 슥 닫더니, 미간을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에, 회장도 뭘 본거야...아니 납치잖아 저거!!!」


이끌리듯 엿보러 간 테이오가, 쾅 하고 문을 힘치게 열고는, 허둥지둥 돌아온다.

소리 때문이 눈이 뜨였는지, 소파에서 자고 있었을 터인  타마모 크로스가 펄쩍 튀어올랐다.


「에, 괜찮은거야 저거?!」


「괜찮지 않아, 괜찮지 않지만... 역시 멈추지 않으면 안되려나」


「안되지!?」


「그치...」








「아ㅡ, 거기 너. 왜 키류인 트레이너를 안아올리고 있는걸까?」


난처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이런 장면레서는 우마무스메란 폭주하기 십상이다.

그 결과로서, 루돌프와 테이오가 내 앞에 서고, 나는 뒤에서 트레이닝에 쓸 때가 있는 메가폰으로 부르는 진행이 되었다.


이거 본 적 있어.

형사 드라마에서.


「......」


무표정,이라는 단어가 참으로 잘 어울리는 우마무스메다.

이런 상황 아래서 얼굴색 하나 안 바뀌고, 뭔가 더욱더 키류인 트레이너를 응시하고 있다.

그 압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느낌이 든다.


확실히, 키류인 가문이라면 트레이너 업계에서는 명문 중의 명문.

뛰어난 트레이너를 많이 배출하는 집안의 사람이라면, 우마무스메들이 눈독을 들이는 것도 당연하다.

현재 시점에서는 신인일 뿐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트레이너로서 교육받고 자라는 그들은 두각을 나타내는 것도 빠르다고 한다.


이전에 키류인 가문의 선대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건 확실히 괴물이었다.

명문 트레이너 일족쯤 되면 그 경제력은 무시할 수 없다.

G1마를 배출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포상금을 손에 쥘 수 있는 곳이 이곳 트레센 학원인데 명문 취급을 받는다는 것은, 그걸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는 일족이라는 것.


그래, 단순히 보자면 그런 것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선대의 키류인 트레이너가 현재 이 트레센 학원에 없다, 라는 것은 즉 어떤 것인가, 하고.

답은 단순하다.


그래, 우마무스메에게 붙잡힌 것이다.


그런데도 어떻게든 다음 세대가 중앙 트레이너로 나오니까 명문 대접을 받고있다, 라는 형편이다.

그 트레이너 육성능력에는 눈길이 가는 부분이 있지만, 유능하기 때문에 우마무스메에게 집착받아서 대개 어디선가 탈락한다는 듯하다.


그리고, 이번 대 키류인은 어떤가.

하야카와씨로부터는 키류인 가 안에서도 성적은 최고 클래스로, 금년의 수석 통과자라고 들었다.

그러니 안심해도 된다고.


과연.

배속받은지 일주일도 채 안 지나서 이 꼴이라구요.

뭘 안심하면 되는데요, 하야카와 씨.


「너, 이름은」


슥, 루돌프가 앞으로 한 걸음 걸어나와 묻는다.


「......해피 미크, 입니다」


「해피 미크. 기분은 알겠지만, 그건 이 트레센 학원에서도 질이 나쁘다. 지금 키류인 트레이너를 풀어준다면 학생회 임원으로서 눈감아줄 수도 있다」


협상 담당은 루돌프.

일개 트레이너에 불과한 나보다도, 훨씬 막강한 권한을 지닌 그녀라면 이야기를 더욱 원활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어른인데다, 트레이너라는 이름의 트레센 직원이기도 하지만, 그 권한 범위는 기본적으로는 우마무스메의 육성에만 편중되어있다.

문무양도가 기본 스탠스인 트레센 학원이라고는 해도, 기본적으로 경쟁마의 본분은 「달리는 것」이다.

그곳에 관련한 권한 자체는 다른 스탭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것이 주어져있지만, 한편 우마무스메의 사생활이나 학업에 관한 면에서는 거의 외야에 있다.

그렇다고는 하나 어른이란 존재는 일단 놔두는 수밖에 없다.

슬슬 그림이 위험해.


고민하고 있는 것일까.

거의 표정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판단하기 어렵다만, 일단 못박는 말을 더해두자.


「거기에, 그 자세는 솔직히 괴로울 거라고 생각해」


어쨌든 거의 수평이다.

공주님 안기라기보다도, 전사한 전우를 옮길 때의 안는 방법에 가깝다.

혹은, 낚아올린 월척 물고기를 끌어안은 모양이라고 형용하면 좋을까.

무리한 태세인 채로, 달리 힘을 뺄 수도 없게 된 것 같은 키류인 트리이너가 조금씩 떨고 있다.

저건 복근에 상당히 와있네.


「...알겠,습니다」


터프한 협상이 될까 하고 각오를 다지고 있었지만, 생각보다도 해피 미크는 훨씬 고분고분했다.

표정을 바꾸지 않은 채, 그녀는 키류인 트레이너를 마루이 내려준다.


키류인 트레이너는 돌연히 받은 트레센의 세례에 눈을 희번덕이고 있었지만, 손짓을 하니 종종걸음으로 이쪽으로 달려왔다.


「내 뒤로」


「네, 네에..」


일단은 피해자?를 뒤로 빼준다.

동요하는건지,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모르는 듯이 안절부절하고 있었기에, 루돌프에게 시선을 보내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키류인 트레이너를 경호하는 듯한 위치로 이동했다.


이로서 나의 벽은 한 장 줄어들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지금까지처럼, 루돌프라는 방어벽을 도려내버리면 수중의 카드가 0장이 되어버린다는, 몸을 내던지는 재주는 부리지 않아도 끝낼 수 있다는 점에 안도할 수 있을지고 모른다.

담당 우마무스메인 이상 테이오도 신뢰하고 있지만, 트러블의 대응력에 대해서는 불명인 점이 불안 요소인가.


뭐, 애초에 우마무스메에게 요구하는 것은 트러블 대응능력이 아니기에, 거기에 있어주는 것만 해도 충분히 든든하지만.

눈앞에 진을 치고 허리에 손을 얹고 장승처럼 우뚝 선 테이오는, 작고 귀엽다.

하지만 그 등은 뭔가 조금,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맡겨뒀다고, 라며 머리에 손을 툭 얹자, 그 꼬리가 부스스 높게 흔들렸다.


나는 입을 열었다.


「해피 미크. 우선 이해해줘서 고맙다. 오리엔테이션에서 들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신입생이 정식으로 트리이너와 계약을 맺는 것이 가능한 건, 조금 더 나중의 이야기다」


「...선발 레이스?」


살짝 옆으로 고개를 젖히는 해피 미크.

기본적으로는 냉정한 아이인 것일까.

혹은, 그저 멍하게 있는걸까.

이렇게까지 의사표현이 옅은 애는 드물다.

그 맨해튼 카페조차 조금 더 제대로 얼굴에 드러낸다고.

커피나 아그네스 타키온이 얽힌다면, 이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렇게 된다. 트레이너 측과 합의가 안되면 계약은 불가능해」


최근 생긴지 얼마 안됐지만, 트레이너와의 전속 계약은 힘 관계로 따지면 트레이너가 위다.

뭐, 물리적인 힘 관계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런 면에서 밸런스를 잡아야만 한다는 절실한 사정도 있지만.


「너는 그녀가 마음이 들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모르는 사람한테 갑자기 안아올려지면 겁먹을거라고」


잠깐 생각했는지, 해피 미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는 정말 바로 끄덕여주길 바랬어.


「우선은 너의 달리기를 저기 그녀에게 보여주도록 해. 서로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한 계약은 불행할 수밖에」


「...네」


「너의 달리기가 그녀를 매료시킨다면, 떳떳이 너는 그녀의 애마가 된다. 선발 레이스 전에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상관없지만, 데려가는 갓만은 그만두는게 좋다. 녹록지 못한 일이 되니」


「...알겠, 습니다」


그제서야 멍한 눈동자에 힘이 실린 듯이 보였다.

...긴급 피난을 위해서였다고 해도, 우마무스메를 부추겨버렸다는 사실 앞에, 위장이 고통을 호소해온다.

키류인 트레이너에게는 대단히 면목없는 짓을 했다고는 생각하나, 이것은 필요한 조치.

그냥 두었다면 그대로 어디론가 끌려갔을 것이다.


「그럼, 그녀는 이제부터 일이 있으니, 너는 볼일을 끝마치고 돌아가면 돼」


「네, 그럼... 또 만나요」


몇 번이고 끄덕끄덕 고개를 움직인 뒤, 해피 미크는 터벅터벅 걸어갔다.


이런 우마무스메 특유의 「조금 걸려버렸다」 사안은, 신인 트레이너에게 있어서는 모종의 등용문이다.

경쟁마치고는 드문, 어딘가 목가적인 성격의 해피 미크였지만, 마지막에 보여준 눈은 우마무스메의 그것.

배속 몇 일만에 벌써 말려들다니, 키류인 트레이너가 우수하다는 평판은 분명 틀리지 않았을 것이다.


훌륭한 트레이너는 우마무스메에게 집착받는 법이다.

가장 훌륭한 트레이너는 우마무스메에게 집착받지 않는 트레이너다만.


뭐, 나는 배속된 당초에는 집착은 커녕 쳐다보이지도 않았지만.


해피 미크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어,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루돌프도 학생의 폭주를 만류해냈기 때문에 다소 안도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루돌프도 테이오도, 덕분에 살았어」


「당연한 임무를 다했을 뿐이야」


「나도ㅡ」


벽이 되어준 것에 감사의 말을 하자, 둘은 각자 조금 기쁜것 같아졌다.

루돌프는 언제나처럼 팔짱을 끼고.

테이오는 코 밑을 문지르고.


양쪽 다 흥 하고 콧김을 내는 것은 어떤가 싶지만.


「저, 저기...」


갈팡질팡하던 키류인 트레이너가 겨우 진정한 듯, 한숨 돌린 듯 입을 열었다.


「또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선배님」


그리고 조금 기쁜 듯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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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진짜 부주의한 발언은 삼가주길 바란다.

봐, 벌써 루돌프가 「네놈 지금 뭐라했냐」 같은 눈으로 노려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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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놈이 핫산한다고 가져가놓고 한편만 하고 튀었다

타마모 사투리 하나도 못알아듣겠으니 다시는 안나오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