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야~ 듣고있냐?"

"어, 응."

"아니 그래서말인데~"

학교 점심시간.

수능을 2년 앞두고 파란만장한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한 나는, 막연한 희망을 차차 깨가고 있었다.


막연한 희망이라면-

남학생의 경우 엄청 이쁜 선배가 내 번호를 따간다던가,

여학생의 경우 훈남 선배가 학교 회장이라던가.

뭐, 모두 말도 안돼는 "환상"에 지나지 않지만 말이다.


"슬희야."

"왜?"

"매점갈래? 니도 오늘 급식 밥경찰이어서 다 남기고왔지?ㅋㅋ"

"그래. 팥빵이나 사먹자."


내겐 이여자가 익숙하다.

단정한 생머리, 탱글해보이는 입술, 잘 어울리는 교복.

적당히 여사친으로 두기 좋은 아이이다.


"야! 강슬희! 또 나현석이랑 매점가냐?"

"아 참견하지마셈ㅋㅋ"


--


"만원이다."

"네에?! 왜이렇게 비싸졌어요?"

"뭐어때. 잠깐만 놀고 오자."


오늘날 정부에서는 만 14세이상 국민에게 하루에 14만 4000원을 지급하고 있다.

이를 분으로 환산하면 분당 100원,

시간으로 환산하면 시간당 6000원이다.


한때 저출산으로 위기였던 나라지만, 엄청난 출산 장려 정책덕에 0명대를 찍던 합계출산율이 무려 3명씩이나 뛰어올라 이를 구제하기 위해 정부에선 전국민의 뇌에 나노칩을 심었다.

모든 소비는 정부에서 지급한 카드를 통해 하며, 1000원을 쓸때마다 나노칩이 미세하게 독극물을 방출해 수명은 3초씩 줄어든다.

수명이나 돈은 타인에게 넘길수 있으며, 자신의 통장 잔고는 알수 있으나 남은 수명은 아무도 모른다.

즉, 이젠 꼴리는대로 돈도 못쓴다.


10000원이면 1신간 40분만큼의, 또 30초만큼의 대가를 치루는 셈이다.


***


"네, 다음 소식입니다. 부산의 한 건설 현장에서 인부가 공중에서 떨어지는 철골에 머리를 맞아 뇌손상을 입었으나 동료가 남은 수명을 모두 전해주면서 해당 인부는 명을 이어갈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동료는 그자리에서 심장 마비로 즉사하였다고 밝혀졌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수명을 전할수 있게 되면서 여러 슬픈 이야기가 전해진다.


암으로 죽어가는 어머니를 아들이 수명을 전수해 줌으로써 짧지만 같이 살아가게 되고,

누군가는 죽을뻔한 동료를 살렸으며,

한 해커 집단은 나노칩을 해킹해 수명을 뺴앗아 버리기도 하였다.


자신의 남은 수명은 알수 없지만 전달해 줄수는 있다……라.

1년을 전달해줬는데 죽을수도,

50년을 주었는데 살수도 있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카톡!]


카톡이 왔다.

강슬희다.


[뭐해]


장난기가 섞인 웃음을 등뒤에 감추며 답장을 보냈다.


[알아서 뭐하게?]


1분뒤,

고민 끝에 온듯한 답장이 왔다.


[너, 어른돼면 뭐할거야?]


잠시 고민하다 답장을 보냈다.


[삼성 들어가서 엄청 이쁜 여직원이랑 결혼할거야.]


곧바로 답장이 왔다.


[ㅄ]


그후로 더이상 톡은 오지 않았다.